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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암보험금 약관대로 지급하라” 공청회장으로 간 암환우들

장호성 기자

hs6776@

기사입력 : 2019-04-1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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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16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소비자 보호를 위한 보험상품 사업비 및 모집수수료 개선’ 공청회 시작을 앞두고 예기치 못한 해프닝이 발생했다. 암보험 약관과 보험금 지급을 두고 보험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암 환우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공청회장에 나타난 것이다.

이 날은 보험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보험 판매 수수료와 사업비 문제를 다루는 공청회이자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리는 행사라는 점에서 공청회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보험사와 전속설계사, GA 설계사, 언론, 각 유관기관 관계자 등, 공청회장은 발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런데 공청회가 시작되기 10분 전, 구름떼처럼 몰려든 청중들 사이에서 암 환우가 “삼성화재, 한화생명 직원을 찾는다”며 공청회장을 누비기 시작했다. 보험업계의 수많은 관계자가 찾아온 자리인 만큼 해당 회사들의 관계자가 있을 법도 했지만, 청중들 가운데 누구도 일어서지 않았다.

암 환우들의 다음 행동은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의 개회사 이후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축사를 위해 연단에 섰을 때 발생했다. 한 암 환우가 김용범 부위원장에게 “한 마디만 하게 해달라”며 발언권을 요구한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침착하게 “잠시 후에 면담해드리겠다”고 대응한 뒤 축사를 마치고 연단을 내려왔다.

그러나 암 환우들은 김 부위원장과의 면담 대신, 주제발표에 앞서 잠시 장내 정리가 이뤄지는 동안 진행위원들에게 재차 요청해 마이크를 손에 쥐었다. 이어 4~5명 가량의 환우들이 플래카드와 함께 입장해 연단에 섰다. 이들의 플래카드에는 ‘보험료 받았으면 암 입원보험금은 암환자가 주인이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보험회사는 약관대로 지급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한 암 환우는 “요즘 나오는 암 보험광고를 보면 꼴보기가 싫다”고 운을 뗀 후, “암에 걸려서 정당하게 보험금을 달라는 데도 보험사들이 제대로 보험금을 주지 않고 있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두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암 환우는 호소문까지 준비해 울먹이는 목소리로 보험사들의 ‘횡포’를 고발하기도 했다. 예기치 못한 이들의 등장으로 주제발표는 약 10분가량 지연됐다. ‘소비자 보호’를 논하기 위한 공청회에 ‘소비자’들이 등장해 이 같은 소동이 발생한 것은 씁쓸한 부분이다.

암보험 약관 문제는 암의 ‘직접적인 치료’의 해석 차이에 따라 발생하고 있는 분쟁이다. 기존 암보험 약관은 대부분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위해 입원하는 경우 입원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돼 있는데, 직접적인 치료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 최근에는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치료법이 도입되고, 예전에는 없던 요양병원이 늘어나면서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분쟁이 증가하고 있었다.

이에 지난해 금융당국은 각 유관기관과 함께 암보험 약관을 명확화하는 개선안을 마련한 바 있다. 개선안에서는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항암방사선치료 ▲항암화학치료 ▲암을 제거하거나 증식을 억제하는 수술 ▲이들을 병합한 복합치료로 규정했다. 반대로 암의 직접적인 치료로 볼 수 없는 경우는 ▲식이요법·명상요법 등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치료 ▲면역력 강화 치료 ▲암이나 암 치료로 인해 발생한 후유증·합병증의 치료다.

그러나 개편안 제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암 환우들과 보험업계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는 기존에 암보험에 가입했던 암 환우들이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보험사별 암입원보험금 분쟁조정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19개 생보사는 재검토를 주문받은 527건의 암보험 민원 중 128건(24.3%)만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비단 암보험만이 아니라 현재 판매되고 있는 상품들도 언제든지 약관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있다”며,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전사적인 노력으로 이 부분을 해결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암 보험금, 즉시연금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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