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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예금토큰'·신한 '글로벌결제'…글로벌 디지털결제망 선점전 [디지털자산 新경쟁]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기사입력 : 2026-10-01 07:05

예금이탈 막을 토큰 경쟁, SWIFT 넘어서는 블록체인 정산 실험
수호아이오, SDMS서 기업용 디지털자산 인프라 ‘파트너허브’ 공개
발행주체·외환규제·AML 과제 산적, 은행권 상용화까진 ‘먼 길’

박지수 수호아이오 대표가 30일 열린 'Wiring Korea to the World' 컨퍼런스에서 '수호 파트너허브'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한국금융신문

박지수 수호아이오 대표가 30일 열린 'Wiring Korea to the World' 컨퍼런스에서 '수호 파트너허브'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사진=한국금융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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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국내 은행들의 디지털자산 경쟁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에서 예금토큰과 해외송금·기업결제를 아우르는 금융 인프라 경쟁으로 넓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해외 거래 과정에서 이미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USDT·USDC를 지급수단으로 요구받는 사례가 등장한 가운데, 국내 은행 예금을 토큰화해 글로벌 은행 간 결제망과 연결하고 장기적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까지 잇는 구상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30일 서울 강남 해시드 라운지에서 열린 ‘서울 디지털 머니 서밋(SDMS) 2026 Q4: Wiring Korea to the World’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수호아이오는 이날 기업용 디지털자산 금융 인프라 ‘수호 파트너허브(SOOHO PartnerHub)’를 공개하고 한국 기업과 금융회사를 글로벌 금융 인프라에 연결하는 ‘글로벌 금융 파이프라인’ 전략을 제시했다.

기업은 이미 USDT 쓴다…은행 밖 디지털 결제 수요 확산

키노트 발표를 맡은 박지수 수호아이오 대표는 이날 기업의 자금 업무를 디지털자산 금융 인프라의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수호아이오에 따르면 여행업계와 중장비 거래 기업 가운데 해외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USDT나 USDC 등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거래를 요구받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기업이 디지털자산을 받더라도 이를 다시 거래대금 지급이나 운용 등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갑과 계정, 거래·수탁 사업자 등을 각각 찾아 연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수호아이오는 이를 하나의 환경으로 묶기 위해 파트너허브를 구축했다. 현재 거래(Trade)와 운용(Earn)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앞으로 지급·송금 기능을 추가해 기업이 디지털자산을 받은 뒤 거래하고 운용해 다시 지급하는 자금관리 전 과정을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은행권 입장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그 다음 단계다. 수호아이오는 지난달 업무협약을 체결한 글로벌 정산 네트워크 파티오르(Partior)와 파트너허브를 연계해 국내 금융회사가 예금토큰을 활용해 글로벌 결제·정산망에 접속하는 구조를 추진하고 있다.

파티오르는 현재 달러·싱가포르달러·유로 기반 거래를 24시간 처리하는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정산 네트워크다. 장기적으로는 은행 예금을 예금토큰 형태로 디지털화한 뒤 글로벌 금융망과 연결하고, 이를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까지 확장하는 그림도 제시됐다.

KB는 ‘결제망’, 신한은 ‘글로벌 연결’…은행들은 실험 중

5대 금융지주의 디지털자산 및 예금토큰 관련 주요 전략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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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구상은 은행권이 그동안 추진해 온 디지털자산 사업과도 맞닿아 있다.

KB국민은행은 국내 지급결제와 글로벌 기업결제를 동시에 확대하는 모습이다. 국민은행은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 실증사업인 ‘프로젝트 한강’ 2단계에 참여하는 데 이어 지난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인터넷진흥원의 ‘예금토큰 기반 결제 인프라 확대사업’ 참여기관으로 선정됐다. 기존 PG·VAN 결제망을 예금토큰과 연계해 별도 단말기 교체 없이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기존 1~3일가량 걸리던 가맹점 정산주기를 즉시 정산 수준으로 단축하는 것이 목표다.

국경 간 결제에서는 이미 한발 더 나갔다. 국민은행은 JP모간의 기관용 블록체인 결제망 ‘키넥시스(Kinexys)’를 활용한 수출입 기업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국내 금융회사가 키넥시스를 수출입 기업 결제에 적용한 첫 사례로, 미국·싱가포르·사우디아라비아 등 10개국을 대상으로 달러 송금을 우선 지원한다. 기존 SWIFT망과 블록체인 기반 정산망을 연결해 결제 속도와 자금운용 효율을 높이겠다는 접근이다.

신한금융은 글로벌 금융망과의 연결에 상대적으로 강하게 무게를 싣고 있다. 신한은행은 BIS와 국제금융협회(IIF)가 추진하는 ‘프로젝트 아고라’에 국내 민간 금융회사 리드 기관으로 참여했다. 프로젝트 아고라는 토큰화된 중앙은행 준비금과 시중은행 예금을 이용해 국가 간 결제 과정의 비용과 처리시간을 낮추는 방안을 검증하는 사업이다.

스테이블코인 자체를 활용한 국경 간 결제 실험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NH농협은행·케이뱅크 등과 한·일 스테이블코인 송금 ‘프로젝트 팍스’를 진행한 데 이어 올해는 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과 유럽 금융회사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판게아’에 뛰어들었다. 판게아는 원화와 유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연결해 해외송금과 정산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프로젝트다.

그룹 차원에서는 지난 8월 글로벌 결제회사 비자와 손잡았다. 신한금융은 비자의 스테이블코인 플랫폼을 활용해 발행·송금·상환 등을 검증하고 카드대금 정산을 비롯한 금융서비스에 스테이블코인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뿐 아니라 카드·제주은행 등 그룹사를 함께 묶는 방식이다.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 ‘투트랙’…은행 예금 확산될까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과 동시에 예금토큰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기존 수신 기반을 지켜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예금토큰은 은행 예금을 토대로 은행이 발행한다. 일반 예금과 마찬가지로 은행 시스템 안에 머물면서 블록체인의 프로그래밍·실시간 결제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은행 사업자가 발행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과 차이가 있다.

한국은행도 예금토큰을 주요 미래 지급수단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프로젝트 한강’ 2단계에서는 기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부산은행에 경남은행과 iM뱅크가 합류해 총 9개 은행이 참여하고, 결제뿐 아니라 개인 간 송금과 예금토큰 자동 입출금, 국고금 집행 등으로 실증 범위가 넓어진다.

한국은행이 스테이블코인 확산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이 문제가 깔려 있다. 한은은 은행 예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대규모 이동할 경우 은행의 대출공급 능력과 금융중개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고 보고, 초기에는 은행 중심의 발행 구조에서 점진적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해 왔다.

은행권의 다음 과제는 ‘연결’의 확산이다. 국내에서 발행한 원화 기반 디지털자산이 해외에서 실질적인 결제수단으로 쓰이려면 SWIFT와 기존 은행 시스템, 글로벌 블록체인 정산망을 상호 연결해야 한다. 여기에 외국환 규제와 고객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트래블룰 등 기존 금융 규제를 블록체인 거래에 어떻게 적용할지도 정리해야 한다.

예금토큰과 스테이블코인이 함께 존재할 경우 두 자산을 언제, 어떤 가격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할지와 사고 발생 시 은행·발행사·인프라 사업자 가운데 누가 책임을 질지도 숙제다.

제도적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9월 말 현재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 마련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와 은행 참여 방식 등 핵심 사안은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역시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등에 대해 확정된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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