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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훈號 캠코 1년, 11.7조 장기 연체채권 품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9-21 00:00

매출·상권 등 비금융 정보 결합…8개 은행 시행
승인·한도·금리 반영 방식 다양…연말 16곳 참여

정정훈號 캠코 1년, 11.7조 장기 연체채권 품었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정부가 금융정책의 무게중심을 단순한 자금 공급에서 채무자의 재기 지원으로 옮긴 지 1년이 지났다. 장기연체자의 빚을 정리해 경제활동 복귀를 돕고, 코로나19 이후 부채 부담이 누적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무를 조정하는 이른바 ‘살리는 금융’이 본격화되면서다.

그 중심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가 있다. 정정훈 사장 취임 이후 캠코는 새도약기금을 통해 장기연체채권을 대규모로 매입하고, 확대 개편된 새출발기금을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무조정을 지원하며 정부 포용금융의 핵심 실행기관으로 역할을 넓혀왔다.

정책 시행 1년을 지나면서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새도약기금의 장기연체채권 매입은 11조원을 넘어섰고, 새출발기금 신청 채무 역시 30조원을 웃돈다. 다만 지원 규모가 커질수록 재정 부담과 회수 가능성, 재산은닉 차주 관리, 성실상환자와의 형평성 등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숙제도 함께 커지고 있다.

11.7조 장기연체채권 인수 속도

정부가 새도약기금을 ‘사람 살리는 금융’의 대표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장기간 연체된 채권은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자산이지만 차주에게는 정상적인 경제활동 복귀를 가로막는 족쇄다. 통장 개설이나 신용거래가 어려워지고 오랜 기간 추심에 노출되면서 소득이 생겨도 정상적인 금융생활로 돌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새도약기금은 지난해 10월 1차 매입을 시작으로 은행·보험사·카드사·캐피탈·저축은행은 물론 상호금융과 대부업체, 공공기관, 유동화회사까지 매입 대상을 넓혀왔다. 올해 7월 진행된 6차 매입에서는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회사와 케이비스타 등 유동화회사와 공공기관, 농협·신협, 대부업체가 가진 2조6146억원 규모의 장기연체채권을 추가로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올해 6월 말까지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취약계층과 소멸시효 완성채권 등을 중심으로 약 2조3000억원 규모, 26만9000명가량의 채권이 우선 소각됐다. 아직 일반 채무자에 대한 상환능력 심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소각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3일 개정 신용정보법 시행으로 새도약기금이 금융자산 등 채무자의 재산정보를 보다 폭넓게 확인할 수 있게 된 만큼 3분기부터 상환능력 심사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같은 정책을 실제 채권시장에 안착시키는 역할을 캠코가 맡았다. 금융회사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채권을 찾아내고 매입가격을 협의하는 것은 물론 새도약기금 운영과 상환능력 심사, 채무조정 및 사후관리까지 캠코의 기존 부실채권 정리 경험이 활용되고 있다.

특히 매입 사각지대로 꼽혔던 대부업권과 유동화회사까지 끌어들이는 것이 관건이었다. 정정훈 캠코 사장은 지난 5월 대부업계 관계자들과 직접 간담회를 열고 새도약기금과 새출발기금 참여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대부업체가 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한편 유동화회사를 전수 조사해 장기연체채권을 추가로 발굴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7월 말 기준 대부업권에서 새도약기금이 매입한 채권만 7394억원, 약 11만2000명 규모다.

새출발기금 1년새 신청채무 33.4조원

새도약기금이 장기연체자를 겨냥했다면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와 내수 부진 등을 거치며 빚이 쌓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재기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새출발기금 자체는 2022년 10월 출범했지만 현 정부 출범 후인 지난해 9월 대대적인 제도 개편이 이뤄졌다. 지원 대상을 기존 2024년 11월까지 사업을 영위한 차주에서 2025년 6월까지 사업을 영위한 차주로 확대하고, 저소득·취약차주의 최대 원금감면율을 80%에서 90%로 높였다. 거치기간과 상환기간도 각각 최대 3년, 20년으로 늘렸다. 정부는 지난해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7000억원의 재원도 추가 투입했다.

제도 확대 이후 신청도 빠르게 늘었다. 캠코와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새출발기금 누적 신청자는 21만1408명, 신청 채무액은 33조3817억원이다. 이 가운데 실제 채무조정 약정을 체결한 차주는 14만7217명으로 채무원금은 13조5418억원이다.

부실차주의 채권을 새출발기금이 직접 사들여 조정하는 ‘매입형’에서는 7만4644명, 6조8449억원 규모의 약정이 체결됐다. 평균 원금감면율은 약 74%다. 아직 90일 이상 연체하지 않은 부실우려차주를 대상으로 금융회사가 직접 금리와 상환조건을 조정하는 ‘중개형’에서는 7만2573명, 6조6969억원의 채무조정이 확정됐고 평균 금리 인하 폭은 5.4%포인트로 집계됐다.

지난해 제도 개편 이후 정책의 이용 속도도 빨라졌다. 금융위에 따르면 제도 개편이 시행된 지난해 10~12월 월평균 새출발기금 신청 채무액은 약 9089억원으로 개편 전보다 31% 늘었고, 월평균 약정 채무액은 5072억원으로 120% 증가했다. 단순히 지원 문턱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채무조정까지 이어지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의미다.

캠코 역시 채무조정에 그치지 않고 취업·재창업 등 재기지원까지 역할을 넓히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달 새출발기금 이용자와 현장 상담 인력을 직접 만나 제도 이용 과정의 불편사항과 개선 요구를 들었다. 캠코가 기존 부실채권 정리기관을 넘어 금융취약계층의 ‘재기 플랫폼’ 역할까지 맡는 모습이다.

은행 부실 급증, 제도 지속가능성 숙제

다만 정책 지원 규모가 커질수록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당국 차원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새출발기금의 손실 구조다.

캠코는 지난해 새출발기금 출자지분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 과정에서 약 1조4000억원의 평가손실을 인식했다. 새출발기금이 부실채권을 매입한 뒤 상당 부분을 감면하는 구조인 만큼 애초 일정 수준의 손실을 전제로 설계된 정책사업이라는 게 캠코의 설명이다.

정부가 예상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캠코에 자본을 공급하고 캠코가 이를 다시 새출발기금에 출자하는 방식이다.

캠코는 해당 손실이 정부의 자본보강 2조9100억원 범위 안에서 관리되고 있고, 이익잉여금을 직접 깎는 손실이 아닌 기타포괄손익누계액에 반영된 평가손실이라는 입장이다. 또 아직 채권 매입이 집중되는 사업 초기 단계로 본격적인 회수가 시작되지 않은 만큼 향후 회수실적에 따라 평가액이 변동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채무자의 재산을 얼마나 정확히 걸러낼 수 있느냐도 정책 신뢰성을 좌우한다. 캠코에 따르면 현재까지 재산은닉이나 증여 등 사해행위가 적발돼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약정이 취소된 차주는 16명, 채무원금은 16억6000만원이다. 정부가 지향하는 ‘살리는 금융’이 장기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원 규모만큼 정교한 선별과 사후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캠코는 지난 2월부터 재산조사 전담반을 가동했고, 지난달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채무자 동의 없이 금융자산 등 재산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 만큼 사후 검증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은행권의 부실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도 캠코의 역할을 주목하게 하는 배경이다. 5대 은행의 올해 2분기 말 무수익여신은 6조4108억원으로 지난해 말 5조65억원보다 28.0% 늘었다. 무수익여신이 6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며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27%에서 0.34%로 상승했다.

이처럼 금융권 전반의 부실이 커지는 시기에 캠코가 가진 ‘배드뱅크’ 기능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기업 부실채권을 정리했던 캠코가 이번에는 개인과 소상공인의 장기연체채권을 떠안아 금융회사와 채무자의 부실을 함께 정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새도약기금 출범 1년을 앞둔 현재 정책의 1차 성적표는 채권 매입과 추심 중단 측면에서는 빠른 집행에 방점이 찍힌다. 이제부터는 더 어려운 단계가 남았다. 실제 상환능력 심사를 통해 누구의 빚을 소각하고 누구에게 얼마만큼 갚도록 할지 가려내고, 새출발기금의 회수율과 재연체율을 관리하면서 재정과 캠코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부담까지 통제해야 한다.

정정훈 사장이 이끄는 캠코의 ‘사람 살리는 금융’ 역시 결국 얼마나 많은 빚을 없앴느냐보다 채무자가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얼마나 돌아왔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도덕적 해이 우려를 얼마나 통제했는지가 진짜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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