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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이브 안유진 '로또청약' 당첨에 청년들이 허탈한 이유

조범형 기자

chobh06@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7-27 00:00 최종수정 : 2026-07-27 22:01

청약 당첨보다 더 높은 자금의 문턱
추첨은 평등하지만 계약은 불평등

▲ 조범형 기자

▲ 조범형 기자

[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최근 아이돌 그룹 아이브 안유진이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 재건축 단지인 '디에이치 방배' 청약에 당첨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온라인이 들썩였다. 소속사는 "개인적인 사안이라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고, 실제 당첨 여부와 주택형도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온라인에서는 축하보다 "허탈하다", "씁쓸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번 논란을 유명 연예인을 향한 질투로 해석하는 것은 본질을 비껴간다. 청년들이 느끼는 박탈감의 대상은 안유진 개인이 아니다. 공정한 절차를 거쳐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결국 수억원의 계약금과 잔금을 마련해야 하는 현실, 다시 말해 자금력이 당첨 이후까지 좌우하는 청약 구조가 만든 허탈감이다.

디에이치 방배는 대표적인 '로또 청약'으로 꼽힌다. 지난해 8월 일반분양 당시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지 않았고 높은 시세 차익이 기대되면서 650가구 모집에 약 5만명이 몰려 평균 9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215가구는 청년과 무주택자 등 가점이 낮은 수요층을 위해 추첨제로 공급됐다.

추첨제 확대는 청약통장 가입 기간과 무주택 기간이 짧은 청년층의 당첨 기회를 넓히기 위한 제도다. 제도의 취지는 분명하지만 현실에서는 계약을 마칠 자금력이 또 다른 장벽이다. 기회는 넓어졌지만 실제 내 집 마련에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이다.

디에이치 방배 전용 84㎡ 분양가는 최고 22억4300만원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같은 면적의 입주권은 지난 4월 36억9295만원에 거래됐고 현재 호가는 40억원 안팎이다. 단순 계산한 시세 차익만 약 18억원에 달해 '로또 청약'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높은 시세 차익이 곧 누구에게나 내 집 마련 기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규제지역에서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의 주택담보대출은 최대 4억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디에이치 방배 전용 84㎡ 역시 분양가를 고려하면 약 18억원의 자기자본이 필요하다. 부모의 지원이나 상당한 자산이 없다면 일반적인 청년층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이 때문에 청년들 사이에서는 "추첨은 평등하지만 계약은 불평등하다"는 자조가 나온다. 청약 신청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실제 계약을 마칠 수 있는 사람은 충분한 현금을 마련한 일부에 그친다.

이처럼 공정한 추첨이라는 형식과 실제 자금 조달 능력 사이의 간극이 청년들의 허탈감을 키운다. 청약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제도보다 자산가의 자산 증식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면 제도에 대한 신뢰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청년의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면 자금 조달 여건을 반영한 금융 지원과 현실적인 대출 제도, 부담 가능한 가격의 주택 공급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청약 당첨이 실제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까지가 정책의 역할이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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