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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생산적금융의 반댓말이 주담대?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6-22 00:00

부동산 죄악시 ‘정부 이분법ʼ에
대출길 막힌 실수요자들 ‘유탄ʼ

▲ 장호성 기자

▲ 장호성 기자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나의 인생계획 중 하나는 서른 다섯 전에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운이 좋아 이른 시기에 취업에 성공했고, 대략 8년여를 피땀눈물 흘려 일하는 와중에 안쓰고 아끼며 열심히 돈을 모았다. 어느 정도 돈이 모인 상황에서는 틈틈이 매물도 보러 다니며 그 계획을 시행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려면 아무리 열심히 돈을 모아도 결국 은행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다. 월급만으로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주택담보대출은 투기의 수단이기 전에 실수요자의 거의 유일한 사다리다.

그런데 현 정부의 금융정책을 보면 이 사다리 자체를 의심하는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재명 정부는 ‘생산적금융 대전환’을 연일 외치며, 은행권의 자금이 부동산이 아닌 첨단산업, 혁신기업, 자본시장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방향 자체는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 금융이 담보대출과 예대마진에 기대온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분명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과정에서 부동산금융 전체가 ‘비생산적 금융’처럼 취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이 가계 주담대에만 매달리고, 정부의 표현을 빌리자면 ‘손쉬운 이자장사’로 수익을 내는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실거주 목적의 주담대까지 투기성 자금과 한데 묶어 조이는 방식은 지나치게 거칠다.

정부는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높이고, 금융회사별 주담대 관리목표를 따로 두며,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자금을 제어하려 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출 문턱이 높아질수록 가장 먼저 밀려나는 쪽은 정작 현금 부자나 다주택자가 아닌 나와 같은 평범한 실수요자다. 부모 도움 없이 월급을 모아 집을 사려는 30대, 전셋값 상승에 매매 전환을 고민하는 무주택자, 갈아타기를 통해 주거 안정을 꾀하려는 1주택자가 정책의 유탄을 맞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돈의 흐름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데 있다. 주담대를 막는다고 부동산 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으로 가지 못한 돈은 주식시장, 단기 금융상품, 사모펀드, 법인 자금 등 다른 경로를 거쳐 다시 자산시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실제로 코스피 급등으로 오른 자금이 다시 부동산으로 흘러들어오며 오히려 집값을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게 자본시장 활성화로 풀린 유동성이 결국 다시 부동산 가격을 자극한다면, 주담대만 누른 정책은 실수요자의 진입만 어렵게 만들고 집값 안정 효과는 없는 ‘부의 양극화’라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은행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주담대 이자장사를 막겠다는 명분만으로 은행을 몰아붙이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은행이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공급을 늘리도록 유도하되, 주거금융의 공공성도 함께 인정해야 한다. 주담대는 은행 수익원의 하나이지만 동시에 가계의 주거 안정과 직결된 금융 인프라이기도 하다.

결국 필요한 것은 이분법이 아니라 보다 정교한 설계다. 부동산금융을 죄악시할 것이 아니라, 투기 수요와 실수요를 가르는 정교한 기준이 필요하다. 은행의 자본규제와 대출총량 관리는 강화하되, 실수요자에게는 예측 가능한 대출길을 열어둬야 한다. 그래야 생산적금융도 설득력을 얻는 것이다.

생산적금융의 목표가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이라면, 그 출발점은 특정 금융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주담대를 줄이는 것만으로 산업이 살아나지 않는다.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사다리를 걷어차지 않으면서도 자금이 더 생산적인 곳으로 흐르게 만드는 것. 말로는 쉬워보이지만 그 어렵고 복잡한 균형을 설계하는 것이 정부와 금융당국의 진짜 역할이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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