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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물류도 주문 없으면 무용지물”…‘제타 부산’의 5년 생존 공식 [롯데마트 오카도 배수진 ①]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9-14 00:00

5년 내 하루 3만3000건 확보가 관건
쿠팡 뚫을 비책…상품·가격·앱 차별화

“최첨단 물류도 주문 없으면 무용지물”…‘제타 부산’의 5년 생존 공식 [롯데마트 오카도 배수진 ①]이미지 확대보기
롯데마트가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의 자동화 기술을 앞세워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대규모 투자와 장기간의 운영비 부담을 감수한 만큼 안정적인 주문 수요를 확보해 수익성을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으로 대표되는 오카도 프로젝트가 롯데마트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롯데마트가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의 기술을 도입해 구축한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 회사의 미래 성장을 좌우할 핵심 승부처다. 자사의 신선식품 경쟁력과 오카도의 자동화기술을 결합, 롯데마트는 온라인 식료품 시장의 판을 흔들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관건은 영남권에서 안정적인 주문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느냐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데다 쿠팡이 이미 지역의 온라인 장보기 수요를 상당 부분 선점하고 있어서다. 컬리 등 다른 경쟁사까지 전국 단위 물류망을 바탕으로 새벽배송 고객을 확보한 상황에서, 제타 부산이 시장의 우려를 떨쳐내려면 롯데마트만의 차별화된 상품 및 서비스 전략이 필요한 국면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이하 제타 부산)’이 지난 8월 7일 부산 강서구에서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롯데마트가 내세운 차별점은 오카도의 기술력이다. 인공지능(AI) 기반 로봇이 최대 3만5000개의 상품을 입고부터 피킹, 포장, 출하까지 자동화 처리하고, 전 구간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100%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췄다. 배송 역시 고객이 새벽·주간·야간 등 원하는 시간대에 2~3시간 단위로 제공한다. 하루 최대 13회 차까지, 24시간 배송을 받을 수 있다.

오카도, 롯데마트의 ‘기회’일까 ‘위기’일까

오카도 프로젝트는 김상현 전 롯데 유통군HQ 부회장이 주도한 사업이다.

롯데쇼핑은 2022년 오카도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뒤 2023년 부산에 첫 고객풀필먼트센터(CFC) 건설을 시작했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롯데쇼핑의 이커머스사업부인 롯데온이 담당했으나, 온·오프라인 그로서리 사업의 통합 효율화와 롯데온의 적자 축소를 위해 2024년 10월 롯데마트 중심 체제로 이관했다.

사실 롯데마트 입장에서 오카도는 달갑지만은 않다. 오카도 사업을 넘겨받은 이후 관련 비용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롯데마트의 수익성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2024년 4분기 그로서리 사업인 마트·슈퍼 부문의 영업손실은 253억 원으로, 이 가운데 오카도 사업 이관으로 발생한 손실이 약 70억 원을 차지했다. 2025년에는 4분기를 제외하고 3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감소하거나 적자 폭이 확대되는 등 실적 타격이 지속됐다.

사업을 주도했던 김 전 부회장이 퇴임한 가운데 오카도 프로젝트의 성과를 입증해야 할 책임은 롯데마트에 남았다. 이미 상당한 투자가 집행된 데다 장기간 운영비와 수수료 부담까지 예정돼 있어 제타 부산이 안정적인 주문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오카도 사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아니라 성장을 좀먹는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롯데마트가 제타 부산에 거는 기대는 크다. 롯데마트가 오카도와 손잡은 배경엔 국내 온라인 식료품(e-그로서리) 시장의 성장세가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식료품 거래액은 2019년 약 17조1700억 원에서 지난해 약 52조3000억 원으로 늘었다. 연평균 성장률(CAGR)이 20.4%다. 하지만 온라인 식료품 시장은 쿠팡과 컬리에 주도권이 넘어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제타 부산은 롯데마트가 국내 사업의 새로운 돌파구로 꺼내 든 핵심 승부수다. 온라인 식료품 수요를 흡수해 외형을 키우는 동시에 자동화를 통해 물류 효율과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대규모 초기 투자와 운영비 부담을 넘어 안정적인 이익을 내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주문량을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롯데마트는 제타 부산의 하루 주문량이 운영 5년 차에 최대 처리 목표인 3만3000건에 도달하고, 6년 차부터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향후 5년간 영남권 소비자의 주문을 얼마나 빠르고 촘촘하게 확보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하는 셈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류센터를 짓는데 통상 2000억~3000억 원이 든다. 수익이 나려면 가동률이 80~90%는 나와야 한다. 자동화 물류센터 특성상 주문량을 못 채우면 빈 공장을 돌리는 거라 출혈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달 물량을 채우지 못한다면 최대 수십억 적자”라고 말했다.

이어 “최대 주문량을 확보하고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데 5년이 넘게 걸리는 동안 경쟁사들도 물류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롯데마트가 제시한 목표를 낙관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센터 구축비와 운영비 외에 오카도에 지속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도 있다. 구체적인 요율 등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영국 유통 전문매체 리테일위크(Retail Week)는 2022년 롯데쇼핑과 오카도의 계약을 분석한 기사에서 롯데가 초기 계약 및 개발 단계에서 비용을 먼저 지급하고, 이후에는 매출 실적과 CFC 내 설치용량 등에 연동된 지속 수수료를 부담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센터의 실제 주문량과 별개로 설치용량도 수수료 산정 기준에 포함되는 만큼, 가동률을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하면 비용 효율을 확보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타 부산의 성패가 단순한 주문 증가를 넘어 센터의 설비 규모를 채울 만큼 촘촘한 주문 밀도에 달린 이유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류센터 한 곳이 가동 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데 6년 정도 걸린다면 마지막 센터가 성과를 내는 시점은 단순 계산으로도 2030년대 중반 이후”라며 “그사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구도가 또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최첨단 기술보다 높은 ‘쿠팡의 벽’

롯데마트가 제타 부산을 통해 공략하는 시장은 부산을 비롯한 영남권 약 400만 가구다. 현재 부산과 창원·김해 등 경남 일부 지역에 직접 배송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배송 거점인 ‘스포크(Spoke)’를 통해 대구·울산 등 인근 대도시로 배송 권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동안 수도권에 집중됐던 새벽배송과 시간대 지정배송의 선택지가 영남권까지 넓어졌지만, 배송이 가능해졌다는 사실만으로 소비자의 주문이 뒤따르는 것은 아니다. 쿠팡 등 기존 플랫폼에 익숙해진 소비자의 장보기 습관을 바꿔야 가능한 일이다.

쿠팡은 제타 부산 인근에 연면적 19만8000㎡ 규모의 물류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약 4만㎡인 제타 부산 연면적의 5배에 이른다.

쿠팡이 영남권에 구축하는 물류 인프라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총사업비는 3000억 원으로, 2026년 하반기 준공 예정이다. 이곳 역시 AI, 빅데이터 기반의 첨단 물류시스템이 도입된다.

쿠팡이 자체 물류망을 앞세워 영남권 배송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신규 물류센터까지 가동하게 되면 지역 내 배송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제타 부산으로서는 배송 속도뿐 아니라 상품과 가격, 앱 사용 경험까지 차별화해야 기존 쿠팡 고객을 끌어올 수 있다는 의미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부산 지역 소비자들도 배송 방식보다 앱의 사용 편의성과 기존 플랫폼에 축적된 구매 경험을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꼽았다.

부산 좌천동에 거주하는 김모(37) 씨는 “롯데마트 제타는 UI(사용자 인터페이스)와 UX(사용자 경험)가 불편해 결국 기존에 이용하던 쿠팡을 쓰게 된다”며 “월 구독료가 오르고 개인정보 유출 문제까지 있었지만, 쿠팡의 편리함을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대체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오카도 앱 화면(왼쪽), 롯데마트 제타 앱 화면 갈무리 /사진=오카도, 롯데마트

오카도 앱 화면(왼쪽), 롯데마트 제타 앱 화면 갈무리 /사진=오카도, 롯데마트

이는 롯데마트 제타 앱이 영국 오카도의 플랫폼 솔루션을 그대로 이식했기 때문이다. 실제 양사의 앱은 동일한 UI·UX 구조를 띤다. 최상단 상품 검색창을 시작으로 배송지 설정, 광고 배너, AI 추천 상품으로 이어지는 전면 배치는 물론, 하단 탭의 홈·카테고리·AI장보기·장바구니·마이페이지 구성까지 거의 같다.

부산 남천동에 거주하는 전모(36) 씨는 “롯데마트 제타라는 서비스가 있는지도 몰랐다”면서 “이미 쿠팡이나 컬리에 익숙해져 있어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탈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영남권의 빠른 고령화도 제타 부산이 넘어야 할 변수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 고령자 통계’를 보면 부산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약 79만2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4.5%를 차지했다. 전국 평균인 20.3%보다 4.2%포인트 높고, 8개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제타 부산의 배송 권역에 포함된 경남과 대구도 그 비율이 각각 22.2%, 21.2%로,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부산의 고령화 속도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국가데이터처는 부산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28년 28.1%, 2030년 29.7%, 2035년 34.1%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온라인 장보기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청장년층이 줄고 고령층 비중이 커지는 인구구조는 제타 부산이 단기간에 주문 밀도를 끌어올리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식료품 물류센터는 설비의 처리 능력보다 실제 주문이 얼마나 꾸준히 들어오느냐가 수익성을 결정한다”며 “롯데마트가 쿠팡과 컬리에 익숙해진 영남권 소비자를 끌어오려면 배송시간뿐 아니라 상품과 가격, 앱 사용 편의성에서 분명한 전환 이유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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