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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험사 품는 사모펀드, 대주주 심사 재고해야

강혜린 기자

hazi99@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9-14 00:00

롯데손보 CSM 확대에도 기본자본 마이너스…매각 난항
인수자금 넘어 ‘추가 자본조달력’까지 심사에 반영해야

▲강혜린 기자

▲강혜린 기자

[한국금융신문 강혜린 기자] 보험계약은 길게는 수십 년간 이어진다. 보험사는 상품을 판 뒤에도 계약이 끝날 때까지 약속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동안 충분한 자본을 쌓고 건전성을 관리하는 것도 보험사의 몫이다.

보험사를 품은 사모펀드(PEF)의 경우 상황은 다소 복잡하다. 사모펀드는 투자자의 자금으로 기업을 인수해 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수익을 낸다.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매각을 전제로 한 경영은 보험사의 장기적인 자본관리와 엇박자를 낼 수 있다.

최근 롯데손해보험 매각 과정에서도 이 같은 간극이 드러났다. 롯데손보 사례를 통해 사모펀드가 보험사를 인수할 때 대주주 자격을 어디까지 살펴야 하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롯데손보 CSM 2조원대…기본자본은 마이너스

JKL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그룹에서 롯데손보 지분 53.49%를 3734억원에 인수하고 3562억원 규모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인수와 증자에 투입한 금액은 총 7296억원이다.

롯데손보는 이후 장기보장성보험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꿨다. 2023년 IFRS17 시행으로 장기보험의 미래이익인 보험계약마진(CSM)이 기업가치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떠오르면서 롯데손보의 CSM도 빠르게 늘었다. JKL은 이를 바탕으로 2024년 공개매각에 나섰고 당시 희망가는 2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장기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려 CSM을 확보하는 전략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신계약 확대는 CSM을 늘리는 동시에 모집비와 보험위험액 증가로 자본 부담을 키울 수 있다. CSM은 계약기간에 걸쳐 이익으로 인식되는 반면, 당장의 손실을 흡수하는 것은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 기본자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롯데손보의 CSM은 2조2431억원이다. 반면 잠정 기본자본은 마이너스 910억원,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은 마이너스 5.4%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보험손익은 537억원 흑자를 냈지만 투자손실 영향으로 18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당장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총 K-ICS비율은 161.9%로 금융당국 권고치 130%를 웃돈다. 다만 내년부터 기본자본 K-ICS비율 50% 기준이 도입되는 만큼 손실흡수력이 높은 자본을 늘려야 하는 과제는 남아 있다.

인수 이후 자본조달력까지 심사해야

JKL은 최근 희망가를 1조원 안팎으로 낮추고 신한금융지주와 수의계약을 추진했지만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협상 과정에서는 롯데손보의 기본자본 확충 부담도 주요 변수로 거론됐다. 인수자는 지분을 사는 데 그치지 않고 이후 필요한 자본까지 고려해야 해서다. 결국 협상은 무산됐고 JKL은 공개매각으로 방향을 돌렸다.

사모펀드 입장에서 추가 증자는 투자원금을 늘려 수익률을 낮추는 요인이다. 특히 매각을 추진하는 시점이라면 새 자금을 넣기가 쉽지 않다. 반면 보험사는 건전성이 낮아지면 대주주의 지원이 필요하다. 보험사의 장기적인 자본 수요와 사모펀드의 투자 회수 구조가 엇갈리는 지점이다.

과거 LIG손보 매각에서는 가격 외의 기준도 작용했다. LIG그룹은 2013년 LIG건설 기업어음(CP) 투자자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LIG손보 매각에 나섰다. LIG넥스원도 검토 대상이었지만 복잡한 지분구조로 신속한 매각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2014년 인수전에서는 롯데그룹이 KB금융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했고 동양생명·보고펀드 컨소시엄도 참여했지만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는 KB금융이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임직원의 반발이 상대적으로 적고, 금융그룹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가격뿐 아니라 인수 이후의 경영 안정성도 고려한 선택이었다.

MG손해보험은 반대 사례다. 2020년 JC파트너스를 대주주로 맞은 뒤 자본확충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2022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MG손보는 PEF 인수 전부터 건전성이 취약했지만 대주주의 자본지원이 원활하지 않으면 계약자 보호를 위한 정리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렇다고 사모펀드의 보험사 소유를 일률적으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 MBK파트너스가 인수했던 ING생명처럼 지급여력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한 뒤 매각한 사례도 있다. 중요한 것은 소유 형태보다 보험사를 장기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다.

현행 대주주 변경승인 심사에서도 재무상태와 인수자금 조달계획, 사회적 신용 등을 확인한다. 이제는 건전성이 악화했을 때 투입할 수 있는 자금 규모와 조달 방법, 매각이 늦어질 경우의 자본관리 계획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수 이후 자본지원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보험사는 대주주가 바뀐 뒤에도 수십 년간 계약자의 보험을 책임져야 한다. 대주주 심사도 회사를 사들일 돈이 있는지를 넘어 계약을 끝까지 지킬 자금이 있는지 살펴야 할 때다.

강혜린 한국금융신문 기자 hazi9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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