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라젠 본사.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배경에는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뒷받침하는 제약사업부문이 자리한다.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 경쟁력을 키워 가는 신라젠의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FDA 희귀의약품 지정…상업적 가치 제고
13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의 핵심 파이프라인 ‘BAL0891’은 지난달 25일 미국 FDA로부터 급성골수성백혈병 대상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BAL0891은 신라젠이 스위스 바실리아로부터 도입한 항암제로, 암세포 분열 과정의 두 핵심 지점인 ‘TTK’와 ‘PLK1’ 효소를 동시에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이다. 단순한 세포 증식 억제를 넘어 비정상적인 세포 분열을 유도해 암세포의 자가 붕괴를 이끌어낼 수 있다.
FDA 희귀의약품 지정은 미국 내 환자 수가 20만 명 미만인 희귀질환을 대상으로 개발되는 의약품에 대해 이뤄진다. 이번 BAL0891의 희귀의약품 지정으로 신라젠은 승인일로부터 7년간 미국 시장 독점권을 보장받게 됐다.
또한 FDA 임상 연구비 지원 사업 신청 자격 확보, 미국 내 임상시험 비용 25% 세액 공제, FDA의 임상시험 계획 자문·신속 심사 지원, 신약 허가 신청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도 있다.
이러한 파이프라인의 성과 도출에는 회사의 가용 자원을 집중하는 R&D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 신라젠은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3.6% 증가한 51억 원을 기록하며 뚜렷한 외형 성장을 이뤘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18억 원으로 4.8% 확대됐다. 매출 증가에도 영업적자 폭이 커진 이유는 파이프라인 임상 가속화를 위한 R&D 비용과 외부용역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R&D 투자 배경에 ‘캐시카우’ 제약사업부
실제 이번 상반기 신라젠의 전체 영업비용은 169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4.1% 증가했다. 특히 글로벌 임상 진행 등 핵심 개발 활동과 직결되는 ‘지급수수료와 외부용역비’ 항목이 99억 원으로 64.5% 늘며 적자 폭을 키웠다.눈에 띄는 대목은 이러한 매출 성장을 넘어서는 연구개발비 증가세다. 신라젠은 올해 상반기 경상연구개발비 명목으로 84억3800만 원(정부보조금 차감 전)을 집행했다.
정부보조금 5700만 원을 차감한 순수 연구개발비용 계상액은 83억81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61.0% 증가했다. 전체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이 164.5%에 달한다.
이처럼 R&D에 공격적으로 자금을 투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약사업부의 매출 기반과 안정적인 재무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신라젠은 지난해 7월 우성제약을 흡수합병하며 제약사업부를 출범시켰다.
영업부문별 실적에 따르면 제약사업부는 올해 상반기에만 49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사 연결 매출의 96.7%를 책임지는 핵심 캐시카우로 안착했다. 세부적으로는 자체 제조 라인의 제품매출(진통해열제 등)이 43억 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외부에서 소싱한 상품매출(영양제 등)은 5억 원을 기록했다.
재무체력도 탄탄하다. 올해 6월 말 기준 신라젠의 연결 부채비율은 6.6% 수준이다. 현금및현금성자산 약 60억 원, 기타유동금융자산(단기금융상품 등) 509억 원 등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파이프라인 가속화에 자본을 투하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는 평가다.
플랫폼부터 경영진까지 R&D 경쟁력 높였다
신라젠은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BAL0891 개발뿐 아니라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원천 기술 고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지난 6월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SJ-600' 시리즈 후속 원천 기술인 'SJ-640'의 국내 특허 등록에 성공했다.
SJ-640 특허는 지난해 국내와 일본에서 등록된 SJ-600 시리즈 특허에 이어, 신라젠 연구센터 연구진이 외부 기술 도입 없이 독자적인 연구개발만으로 창출해 낸 순수 고유자산이다.
SJ-640은 두 종류의 보체 조절단백질 ‘CD55’와 ‘CD59’를 바이러스 표면에 동시에 발현시키는 기술이다. 기존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는 정맥 투여 시 체내 면역 체계인 보체의 공격을 받아 빠르게 사멸하는 한계가 있었다.
신라젠은 이에 착안해 SJ-600 플랫폼을 통해 ‘CD55’ 단백질을 바이러스 표면에 발현시켜 항암 바이러스의 정맥 투여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SJ-640은 'CD59' 단백질을 동시에 발현하도록 설계해 면역 회피 능력을 강화했다.
SJ-600 시리즈의 선도 물질인 ‘SJ-650’의 상용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J-650은 대장암, 폐암, 유방암 원발암 및 대장암 간전이 동물 모델에서 비임상 단독 및 반복 정맥투여 효능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현재는 이탈리아의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기업 레이테라와 손잡고 임상시험용 의약품 제조공정개발을 진행하며 차기 글로벌 임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신라젠은 R&D 투자와 플랫폼 확장 등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적 쇄신을 단행한 바 있다. 회사는 지난 3월 한상규, 박상근 각자대표 체제를 출범시켰다.
한상규 대표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런던 비즈니스스쿨에서 재무관리 석사를 취득한 재무·기획 전문가다. 글로벌 기업 나이키코리아 등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한 대표는 앞서 신라젠 전략기획부문장으로서 우성제약 인수를 주도한 바 있다.
박상근 대표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수료하고, 존슨앤존슨(J&J) 계열 한국얀센에서 사업개발부서장을, 악텔리온 파마수티컬즈 코리아에서 대표를 역임한 제약·바이오 사업개발 베테랑이다. 박 대표는 2021년부터 현재까지 신라젠의 R&D를 총괄하고 있다.
신라젠은 개선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핵심 파이프라인의 조기 상업화와 기술수출에 전사적 역량을 쏟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잠재력과 확장성이 높은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항암 후보물질 BAL0891과 항암바이러스 플랫폼 SJ-600 시리즈에 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특히 BAL0891의 경우 고형암과 혈액암을 아우를 수 있는 ‘범용 항암제’를 목표로 임상 1상 중이며, 내년 임상 1상 완료를 목표로 잡았다”고 했다.
이어 “향후 단순 의약품 판매를 넘어 품목허가권 양수도 및 개량신약 공동연구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해 ‘안정적 수익 기반의 R&D 역량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를 다지겠다”고 덧붙였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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