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완 우리은행장 / 사진=우리은행
정진완기사 모아보기 행장이 이끄는 우리은행의 부동산금융 핵심은 정책금융과 연계한 도시정비·인프라 금융에 있다.우리은행은 총 12조원 규모로 추진되는 미래도시펀드의 최대 투자자로 참여하며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의 초기자금 시장을 선점했다. 가계대출 관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 보증과 정책펀드를 결합한 구조화금융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12조 규모 미래도시펀드, 1기 신도시 초기자금 선점
그 중심에는 미래도시펀드가 있다. 미래도시펀드는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노후 단지 정비사업에 필요한 사업비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조성되는 정책펀드다. 전체 규모는 2035년까지 총 12조원으로 계획돼 있으며, 우선 6000억원 규모의 1호 모펀드가 조성됐다.
우리은행은 이 1호 모펀드에 4800억원을 출자하며 최대 투자자로 참여했다. 1호 모펀드의 80%를 우리은행이 책임지는 구조인 만큼, 사실상 1기 신도시 재정비 초기자금 공급의 핵심 축을 맡은 셈이다.
미래도시펀드는 시공사 선정을 완료한 정비사업 시행자에게 사업장별 최대 200억원의 초기 사업비를 공급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이 연계되는 만큼 일반적인 민간 조달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본 사업비도 총사업비의 일정 범위 안에서 대출이 가능하며,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 맞춰 집행되는 캐피털콜 방식으로 운영된다.
재건축 사업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에도 조합 운영비, 설계비, 인허가 비용, 각종 용역비 등 초기 비용이 지속적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본격적인 PF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안정적인 자금조달 수단이 부족해 사업 속도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은행은 이 지점을 파고들어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의 초기 금융 수요를 선점했다.
이명수 부행장 중심 IB 전략, 자산운용과 시너지 발굴
우리은행의 IB전략 변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은 이명수 IB그룹 부행장이다. 은행의 기업금융·투자금융 역량과 증권의 자본시장 기능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정비사업과 인프라 금융은 초기 단계에서 금융기관의 구조화 역량이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 HUG 보증이나 정책펀드 구조가 리스크를 완화해주더라도, 사업성 검토와 자금 집행 관리가 부실하면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 우리은행이 미래도시펀드와 PF안정화펀드에서 보여준 구조화 역량을 실제 사업 전반의 리스크 관리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금융은 더 이상 은행 대출만으로 완결되는 영역이 아니다. 대형 도시정비 사업은 초기 사업비 대출, 브릿지론, 본PF, 채권 발행, 펀드 출자, 리파이낸싱, 신탁, 자산관리 등으로 이어지는 복합 금융 수요를 동반한다.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IB그룹과 우리투자증권의 협업을 통해 단순 대주를 넘어 금융주관사와 자본시장 파트너 역할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우리은행이 미래도시펀드의 핵심 투자자로 참여하고, 우리자산운용이 펀드 운용을 맡는 구조도 그룹사 시너지의 한 단면이다. 은행이 안정적인 자금을 공급하고,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운용하며, 증권 계열사가 향후 자본시장 조달과 투자자 모집, 구조화 상품 설계에 참여할 경우 우리금융 차원의 부동산·인프라 금융 밸류체인이 형성될 수 있다.
특히 1기 신도시 재정비는 사업 기간이 길고 이해관계자가 복잡하다. 조합, 지자체, 시공사, 보증기관, 금융기관 간 조율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역할도 단순 대출 집행을 넘어 사업 초기 구조 설계와 리스크 배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은행이 미래도시펀드에 대규모로 참여한 배경도 이 같은 장기 사업기회와 맞닿아 있다.
PF 정상화 모델도 제시…성수 오피스 개발사업 주선
앞서 우리은행은 신규 도시정비 금융뿐 아니라 기존 PF 사업장 정상화에서도 색다른 성과를 낸 바 있다. 대표 사례는 1710억원 규모의 ‘케이스퀘어 성수 오피스 개발사업’ 본PF 주선이다.이 사업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일대에 업무 및 상업시설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시행사 부도로 사업이 중단됐지만, 우리은행은 PF안정화펀드를 활용해 경·공매로 해당 자산을 인수한 뒤 무신사를 전략적 출자자이자 주요 임차인으로 유치하고, KCC건설을 시공사로 구성해 사업 정상화를 이끌었다.
이번 딜은 우리금융그룹이 정부의 부동산PF 시장 안정화 정책 기조에 맞춰 조성한 PF안정화펀드의 첫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은행이 금융주관사로 딜 전체를 주도했고, 우리투자증권과 우리금융캐피탈 등이 대주단으로 참여하며 그룹 내 협업 구조를 만들었다.
우리금융은 앞서 2024년 9월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1000억원 규모의 ‘우리금융 PF 구조조정 지원펀드’를 조성한 데 이어, 올해 초 1000억원 규모의 ‘PF안정화펀드 2호’를 추가 조성했다. 총 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통해 경·공매 사업장 인수자금 등 PF 시장 유동성 확충에 나선 것이다.
이 사례는 우리은행 부동산금융 전략이 신규 자금 공급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실 우려 사업장을 정리하거나 재구조화해 정상 사업장으로 되돌리는 역할까지 맡겠다는 의미다. 부동산 PF 시장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에서 우리은행은 정책 기조에 맞춘 구조조정형 금융 모델을 통해 리스크 관리와 수익기회 확보를 동시에 노리는 것이다.
지역인프라펀드로 외연 확대…해남 태양광·고창 해상풍력 투자
이 같은 우리은행의 부동산금융 외연은 지역 인프라 금융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우리금융은 올해 3월 5000억원 규모의 ‘우리 지역발전 인프라펀드’를 조성해 재생에너지와 국가 전략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펀드는 정부의 지역균형성장 기조에 맞춰 5극3특 국정과제, 첨단전략산업 육성, 탄소중립 등 주요 정책 방향에 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우리금융은 전체 자산의 70% 이상을 지역균형성장 인프라에 투자하고, 국민성장펀드와 연계해 정책금융과 민간금융 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주요 투자 대상은 해남 태양광과 고창 해상풍력 발전사업이다. 해남 400MW급 태양광 발전사업은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로, 해남군 솔라시도 AI 슈퍼클러스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100% 국내산 기자재 활용, 농가 소득 증대, 기업 유치를 통한 지역 소멸 위기 극복도 기대 효과로 제시됐다.
고창 76.2MW급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서남권 해상풍력 확산단지 조성에 앞서 추진되는 민간 참여 사업이다. 주민 참여형으로 진행돼 지역사회에 수익을 환원하고, 전북특별자치도와 고창군이 계획 중인 첨단전략산업에 친환경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우리금융은 이 밖에도 지방 고속화도로 등 지역균형 사회간접자본, 하수처리시설 등 환경 인프라, 첨단 디지털 인프라 사업까지 검토하고 있다. 장기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인프라 전용 블라인드 펀드로, 우리은행을 비롯해 증권·보험 등 계열사가 공동 출자하고 우리자산운용이 운용을 전담하는 구조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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