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 /사진=에이비엘바이오
단기 악재 뚫은 ‘지바스토미그’ FDA 패스트트랙
18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와 미국 바이오 기업 노바브릿지 바이오사이언스가 공동개발 중인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지바스토미그(ABL111)’가 지난 17일 FDA로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다.패스트트랙은 생명을 위협하거나 중대한 질환에서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소할 가능성이 있는 신약 후보물질의 개발과 심사를 촉진하기 위해 FDA가 운영하는 특별절차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신약 개발 과정에서 규제 당국과 긴밀하게 협의해 임상 설계를 최적화할 수 있다. 요건을 충족할 경우 신약 허가 신청 자료를 순차적으로 제출해 검토받는 롤링 리뷰나 우선심사, 가속승인 대상에 포함돼 상업화 시기를 대폭 앞당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번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지바스토미그는 위암과 췌장암 등에서 과발현되는 바이오마커 ‘클라우딘18.2’와 면역 T세포 활성화에 관여하는 ‘4-1BB’를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항체 물질이다. 여기에는 에이비엘바이오의 면역항암 플랫폼 ‘그랩바디-T’가 적용됐다.
그랩바디-T는 T세포 활성화를 유도하는 플랫폼으로 기존 4-1BB 단일항체 대비 간 독성은 줄이고 항암 효과를 높였다.
현재 지바스토미그는 화학요법인 폴폭스와 면역항암제 니볼루맙과의 병용요법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올해 하반기 임상 1b상 전체 데이터 공개와 4분기 임상 3상 진입을 목표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이번 성과는 올해 상반기 연이은 대외 악재로 가라앉은 시장의 투자심리를 환기할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지난 1월 29일 종가 기준 24만5500원까지 올랐던 에이비엘바이오 주가는 이날 오후 1시20분 기준 10만200원까지 밀리며 고점 대비 약 59% 하락했다. 제약·바이오 섹터 전반의 수급 부진과 함께 파트너사발(發) 연구개발(R&D) 지연 및 임상 결과 이슈가 직접적인 타격으로 작용했다.
재조명받는 플랫폼 펀더멘털
올 1월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가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 ‘ABL301’의 개발 우선순위를 조정하며 임상 2상 진입 등 일정이 지연됐다. 당시 에이비엘바이오는 “개발 중단이나 계약 해지 또는 파기된 것이 아니다”라며 “ABL301의 임상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재정비”라고 설명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2022년 1월 사노피에 파킨슨병 치료 파이프라인 ‘ABL301’을 1조5500억 원 규모로 수출했다.에이비엘바이오가 2018년 미국 컴퍼스테라퓨틱스에 약 5900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담관암 치료제 'ABL001'도 비슷한 사례를 남겼다. 지난 4월 미국 파트너사 컴퍼스테라퓨틱스의 담도암 치료제 ‘토베시미그(ABL001)’ 임상 2·3상 결과가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객관적반응률(ORR) 등은 대조군 대비 개선됐으나, 핵심 부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이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하지 못한 채 대조군보다 낮게 도출됐기 때문이다.
물론 단기적인 임상 지표 부진이 기업의 본질적인 기업가치 훼손을 의미하진 않는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ABL001이 타깃한 담도암 시장의 환자 수는 매우 작고, 투약 기간인 PFS 중앙값 역시 약 4.7개월로 짧아 단기간만 투약할 수 있어 상업성이 없다”며 “ABL001의 가치는 본래 미미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업가치 핵심은 ABL301부터 이어지는 BBB 셔틀 기반 그랩바디-B 플랫폼과 ABL111로 인체 개념검증(PoC)이 입증된 그랩바디-T 플랫폼 두 가지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BBB 셔틀부터 차세대 ADC까지 R&D 확장
에이비엘바이오의 기업가치를 견인할 핵심 동력은 혈액뇌관문(BBB) 투과율을 높인 ‘그랩바디-B’ 기술에 있다. BBB는 유해한 물질과 인자가 뇌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하지만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있어서는 약물 통과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되기에 BBB 투과율 제고는 뇌질환(CNS) 치료제 개발의 숙제로 꼽혀왔다.이러한 상황에서 그랩바디-B는 뇌 내피세포에 발현된 인슐린유사성장인자1수용체(IGF1R)를 표적, 치료약물을 뇌 안으로 안전하게 전달한다.
현재 글로벌 빅파마들이 주로 연구 중인 트랜스페린 수용체(TfR) 결합 방식은 철분 대사에 관여해 적혈구 감소 등 독성 부작용을 유발할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반면 IGF1R을 타깃으로 하는 그랩바디-B는 상대적으로 체내 안전성이 뛰어나며, 뇌 조직 내 균형 잡힌 발현을 유지하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플랫폼 특유의 확장성도 돋보인다. 그랩바디-B는 항체뿐만 아니라 짧은간섭리보핵산(siRNA), 효소 등 다양한 차세대 모달리티(치료 접근법)와 결합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갖췄다. 특히 간이나 신장에 주로 축적되던 siRNA를 그랩바디-B에 탑재할 경우 뇌는 물론 심장과 근육 등 다양한 조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이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질환을 넘어 비만 치료제나 희귀 근육질환 영역까지 파이프라인의 확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차세대 항암 모달리티로 부상한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기존 단일항체 ADC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중항체 ADC와 듀얼 페이로드(이중 약물) ADC 개발 전략을 택했다. 회사의 이중항체 ADC 파이프라인으로는 ‘ABL206’과 ‘ABL209’가 있다. 이 후보물질들은 미국 임상 1상 첫 환자 투여를 완료하며 본격적인 임상 단계에 진입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지바스토미그가 FDA와의 미팅을 통해 가속승인 경로 적용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이번 FDA 패스트트랙 지정 역시 지바스토미그의 개발 가속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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