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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헌號 SKT가 ‘AI 지주사’로 불리는 까닭

정채윤 기자

chaeyun@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5-26 00:00

실적부진에도 주가 114% ‘폭등’
앤트로픽 등 AI기업 선제적 투자
AIDC 매출 89%↑ ‘성장 본격화’

▲ 정재헌 SK텔레콤 대표이사

▲ 정재헌 SK텔레콤 대표이사

[한국금융신문 정채윤 기자] 전통적 배당주로 분류되던 SK텔레콤(대표 정재헌) 기업가치 산정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앤트로픽을 비롯한 ‘AI(인공지능) 포트폴리오’ 성과가 가시화하면서,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을 ‘AI 지주사 겸 인프라 공급자’로 재평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1분기 어두운 성적표에도...

SK텔레콤은 올해 1분기 다소 어두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4조392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고, 영업이익 역시 5376억 원으로 5.3% 줄어들었다. 지난해 발생한 유심 해킹 사태 여파와 마케팅 경쟁 심화로 인한 외형 축소, 감익 흐름이 반영된 결과다.

SK텔레콤은 지난해 4월 발생한 유심 해킹 사고로 약 65만 명 가입자가 이탈하는 타격을 입었다. 또한 사고 이후 정부로부터 50일간 신규 가입 영업정지 조치를 받으면서,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4월 40.1%에서 5월 39.2%로 추락해 10년 넘게 유지해 온 40% 선이 무너졌다.

당시 SK텔레콤 주가는 5만8800원에서 한 달 사이 5만400원까지 14.3% 하락했다. 이후 주가는 소폭 등락은 있었지만 지난해 내내 5만 원대 초반 박스권에 머물렀다.

냉랭했던 주가 흐름은 올해 들어 자산 재평가 모멘텀이 작용하며 바뀌기 시작했다. SK텔레콤 주가는 올해 1월 말 6만2200원에 거래되며 본격 상승세를 탔고, 지난 12일 장중 10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해킹 사고 당시 저점과 비교하면 약 114.3% 급등한 수치다. 시가총액 역시 20조 원을 넘어섰다.

국내외 ‘AI 밸류체인’ 다각화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주가 강세를 순자산가치(NAV) 재평가로 해석한다. 선제적 글로벌 투자가 성과를 내며 주가 하방 경직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후속 AI 투자 기업들 모멘텀이 연결되며 밸류에이션이 상향 조정됐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은 지난 2023년 8월 ‘챗GPT 경쟁사’로 알려진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에 약 1억 달러(약 1300억 원)를 투자했다. 최근 외신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연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대규모 투자 유치에 나선 앤트로픽 기업가치는 최대 9000억 달러(약 1350조 원)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보유한 지분 약 0.7% 내외 가치는 단순 계산 기준 9조45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초기 투자금 대비 무려 70배 이상 불어난 수준으로, 이 단 하나 포트폴리오 가치가 현재 SK텔레콤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에 달하는 셈이다.

SK텔레콤은 앤트로픽 외에도 다양한 AI 밸류체인에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 회사는 AI 추론에 핵심인 AI 반도체(NPU) 기업 ‘리벨리온’ 지분 18.2%를 ‘사피온’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사피온은 지난 2022년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스퀘어가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공략을 위해 총 800억 원을 투입해 설립한 미국 현지 법인이다.

최근 리벨리온이 6400억 원 규모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마무리하고 기업가치 3조4000억 원을 인정받음에 따라, SK텔레콤이 보유한 지분 가치 역시 동반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기술 내재화 측면에서 리벨리온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아톰(ATOM)’을 자사 생성형 AI ‘에이닷’의 전화 통화 요약 등 주요 서비스에 실전 적용해 구동하고 있다.

소규모 AI 스타트업 및 상장사에 대한 전략적 투자도 지속 중이다. SK텔레콤은 AI 컨택센터(AICC) 기업인 ‘페르소나 AI’에 50억 원, 산업용 AI 솔루션 기업 ‘마키나락스’에 9억 원을 투자해 기업 간 거래(B2B)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또 감성형 AI 개발사 ‘스캐터랩’에는 111억 원, 코스닥 상장사 ‘코난테크놀로지’에 224억 원을 출자해 독자적 AI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AIDC 매출 89% 급증

일각에서는 기술 기업 지분 가치 상승이 장부상 착시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올 1분기 실적을 통해 실질적 AI 인프라 매출 성장을 입증했다.

SK텔레콤 올해 1분기 AI 데이터센터(AIDC) 사업 매출은 13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3% 성장했다. 지난해 구축한 가산 AIDC 등 가동률이 가파르게 상승한 데다,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라우드 서비스(GPUaaS) 수요 가속화가 실적으로 직결된 결과다.

현재 SK텔레콤은 아마존웹서비스(AWS), 오픈AI와 협력해 울산과 구로에 AIDC를 구축 중이며, 이를 통해 내년 하반기까지 300MW(메가와트) 이상 데이터센터 용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이를 1GW 이상으로 확대해 아시아 최대 규모 AIDC 허브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나아가 SK텔레콤은 AI 인프라, 모델,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풀스택’ 전략을 통해 B2B AI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방침이다. 고객사가 인프라부터 서비스까지 일괄 이용하는 록인(Lock-in) 효과가 발생하면, 개발 비용 절감과 사업 추진 속도 제고라는 수직계열화 이점이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 주가 상향 모멘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로 점쳐지는 앤트로픽 IPO는 SK텔레콤 재무적 유동성을 대폭 강화할 요인으로 거론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과거 통신사들은 내수 가입자 포화로 인해 주가수익비율(PER) 10배 미만 만년 저평가에 시달렸다”며 “하지만 정재헌 사장 체제하에서 구축된 AI 밸류체인 가치와 직관적 AIDC 매출 성장세를 감안할 때, 향후 밸류에이션 산정 시 ‘테크 프리미엄’을 반영하는 변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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