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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DX 심민석 딜레마…AI 키울수록 깊어지는 ‘내부거래 늪’

정채윤 기자

chaeyun@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6-15 00:00

내부거래 96% 기형적 매출구조
포스코 불황에 영업익 84% 급락
엔씨 손잡고 피지컬AI ‘승부수ʼ
‘안방 의존ʼ 벗어날까 의구심도

▲ 심민석 포스코DX 대표이사 사장

▲ 심민석 포스코DX 대표이사 사장

[한국금융신문 정채윤 기자] 국내 주요 시스템통합(SI)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특수’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호황기 속에서, 포스코DX는 그룹사 내부거래에 발이 묶여 ‘나 홀로 역주행’을 기록 중이다.

심민석 포스코DX 대표이사(사장)가 엔씨 AI와 손잡고 제조 현장에 AI를 결합한 ‘피지컬 AI(Physical AI)’ 시장 개척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그룹 내 뒷바라지 수요 탓에 신사업을 펼칠수록 내부 의존도가 더 심화되는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했다.

96% 그룹사 의존형 구조

심민석 사장은 1968년생으로 인하대 전기학과 졸업 후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전기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사회생활은 포스코에 입사해 EIC(전기·제어·계측) 기술부에서 시작했다.

이후 포스코 정보기획실 정보기획그룹장, 포스코ICT(현 포스코DX) Smart EIC사업실장, 포스코 경영지원본부 디지털혁신실장 등 핵심 보직을 거친 뒤, 지난해 포스코DX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야말로 포스코그룹 디지털 전환(DX)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해 온 실무형 기술 전문가이자 현장형 테크 리더로 꼽힌다.

이처럼 화려한 이력을 지닌 기술 전문가 심민석 사장조차 포스코DX의 고질적 ‘내부 거래 잔혹사’ 앞에서는 깊은 고심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 포스코DX 성적표는 대외 경쟁력을 상실한 내부 거래 의존형 기업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DX 전체 매출 중 포스코그룹 계열사 간 거래를 제외하면 독자적 외부 매출 비중은 단 4% 안팎에 불과하다. 매출의 96% 이상이 안방에서만 나오는 구조다.

문제는 2023년 이후 이 내부 의존도가 오히려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3분기 92.6%였던 내부 거래 비중은 2025년 3분기 95.3%로 상승하더니, 올해 1분기에는 96.4%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방산업 한파에 ‘직격탄’

이 같은 과도한 내부 거래 의존도는 전방 산업 불황기에 고스란히 실적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건설경기 부진과 경기침체로 불황을 겪고 있는 주력 계열사 포스코가 지갑을 닫으면서 포스코DX로의 낙수효과가 그대로 끊긴 탓이다.

실제 포스코DX는 2021년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으나, 전방 시황 악화에 직격탄을 맞은 2024년부터 성장세가 다시 꺾이기 시작했다.

2024년 포스코와의 특수관계자 간 매출(5941억 원)이 전년 대비 24.4% 줄어들면서, 포스코DX 전체 실적 역시 내리막을 탔다.

회사는 2024년 매출 1조4733억 원, 영업이익 1090억 원, 순이익 886억 원을 기록하며 2023년(매출 1조4859억 원, 영업이익 1106억 원, 순이익 921억 원)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0.88%, -1.45% 동시 역성장했다.

진짜 문제는 2025년이었다. 2025년 연간 매출은 1조75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0% 급감했고, 영업이익은 604억 원으로 44.6% 쪼그라들었다.

특히 2025년 4분기에는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125억 원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자 이를 버텨내지 못하고 영업손실 12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주요 SI 기업 중 유일하게 ‘적자전환’이라는 굴욕을 맛봤다.

전방 산업 부진으로 인한 타격은 올해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 감소 역시 포스코 제철소 등 산업 현장의 설비 제어와 자동화를 담당하는 핵심 축인 엔지니어링 부문이 크게 위축된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실제 1분기 엔지니어링 매출은 85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0% 줄어들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결과적으로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4.0% 급감한 37억 원에 그치며, 그룹사 투자 속도 조절과 업황에 따라 기업 생사가 갈리는 구조적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엔씨 AI와 손잡았지만…

심민석 사장은 이 같은 덫을 깨부수기 위해 초거대 AI 기반 외연 확장을 선언했다. 최근 국내 대표 게임사 엔씨의 AI 연구개발 조직 엔씨 AI와 전략적 협력(MOU)을 체결하고 산업용 생성형 AI 서비스 개발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게임사의 고도화된 AI 기술과 포스코DX가 지닌 제조·산업 현장의 노하우를 결합하는 파격적인 이종(異種) 동맹이다.

협력의 핵심은 엔씨 AI가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바르코(VARCO)’를 포스코DX 제조·물류·오피스 플랫폼에 이식하는 것이다. 양사는 제조 현장에 특화된 산업용 LLM을 공동 개발하고, 현장 작업자가 자연어로 명령을 내리면 AI가 복잡한 설비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제어 솔루션을 제안하는 ‘인텔리전트 팩토리’와 ‘AI 에이전트’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은 심민석 사장의 이 같은 행보를 매출 다각화를 위한 강력한 돌파구 시도로 해석하면서도, 실제 대외 매출로 연결될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포스코DX가 가진 치명적 약점 ‘독자적 대외 영업망 부족’ 때문이다.

과거 포스코DX는 포스데이타와 포스코ICT 시절부터 끊임없이 사업 다각화를 시도해왔다. 대규모 재원을 투입했던 차세대 무선통신 와이브로 사업을 비롯해 자회사를 통한 LED 조명 사업, 원전 계측기, 전기차 충전기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대외 시장에서 영업 한계와 경쟁력 부족으로 인해 번번이 고배를 마셨고, 매각이나 사업 축소로 이어지는 신사업 잔혹사를 겪은 바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엔씨 AI와의 동맹 역시 과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철저하게 포스코 울타리 밖 고객사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대외 기업간거래(B2B) 영업 인프라가 부실한 현재 상황에서는 아무리 고도화한 산업용 AI 솔루션을 개발하더라도, 결국 포스코 제철소나 계열사 공장에 우선 적용하는 ‘안방용 레퍼런스’ 축적 수준에 그칠 확률이 높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신사업 펼칠수록 문제

결국 포스코DX 기업가치 재평가와 독자 생존을 이루기 위해서는, 심민석 사장이 피지컬 AI와 로봇 자동화 중심 신사업을 통해 외부 고객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근본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심민석 사장은 기존 강점인 EIC 엔지니어링 역량에 AI라는 두뇌와 로봇이라는 신체를 결합해, 고위험·고강도 산업 현장을 무인화하는 종합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페르소나 AI’에 200만 달러 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시장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심민석 사장의 강력한 비전과 기술적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회사 구조적 환경 탓에 올해 역시 내부 매출 의존도가 극명히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기 때문이다.

현재 포스코그룹은 체질 개선을 위해 철강과 친환경 소재 사업 DX 가속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룹 전체 스마트 팩토리 인프라와 디지털 기반 조성을 책임지는 주축이 바로 포스코DX다. 이 때문에 포스코DX는 대외 영업에 눈을 돌릴 여력도 없이, 당분간 그룹 내 대규모 DX 프로젝트와 공정 고도화에 모든 인력과 기술을 쏟아부어야 하는 처지다.

여기에 향후 예정돼 있는 리튬·양극재 등 이차전지 소재 사업의 대규모 무인화·자동화 공정 구축 작업까지 전담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그룹 투자가 활성화할수록 포스코DX 내부 거래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독자적 대외 영업망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고도화한 피지컬 AI 솔루션을 개발하더라도 결국 내부거래 매출 연장선일 수밖에 없다”며 “포스코DX가 단순 그룹 IT 지원 조직을 넘어 독립된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가치를 재평가받으려면 외부 고객사 확보를 통한 진짜 홀로서기를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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