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에이플러스에셋어드바이저와 덴티움을 대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제보 및 제언 센터’를 개설해 기업 내부 의사결정 과정과 거래 구조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행동주의 방식을 천명했다. 이창환 대표의 모습. 사진=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기업에 대한 접근도 지분이 아닌 ‘정보’를 통해 흔들기 시작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영향력이 커지고, 의결권 자문사가 표심을 좌우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지분 확보만으로는 승부를 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의 반대 권고가 나오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이를 수용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지분만으로는 주총 승부를 내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행동주의 펀드가 일정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의결권 자문과 기관투자자 판단에서 밀릴 경우 주총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행동주의는 이제 기업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겨냥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대표 이창환)은 에이플러스에셋어드바이저와 덴티움을 대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제보 및 제언 센터’를 개설했다.
표면적으로는 의견 수렴 창구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기업 내부 정보를 확보해 압박의 근거를 축적하는 장치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국내 행동주의의 작동 방식을 바꾸는 실험으로 평가된다. 주주총회라는 단일 이벤트에 의존하던 기존과 달리, 주총 밖에서 상시적으로 기업 구조를 검증하고 압박할 수 있는 틀을 설계했다는 점에서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이번 시도가 ‘전환점’으로 불리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번 시도는 ‘주총 밖 행동주의’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행동주의가 공개 주주제안과 서한을 통해 사후적으로 경영진을 압박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제보센터는 사전적으로 기업 내부 의사결정 과정과 거래 구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압박의 근거 자체를 설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기존 행동주의가 지분을 확보한 뒤 주주제안과 공개서한으로 경영진을 압박했다면, 얼라인은 임직원·거래처·주주 등 이해관계자로부터 정보를 수집해 의사결정의 정당성과 거래의 적정성 자체를 검증하는 구조를 택했다.
표 대결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면, 구조를 겨냥하는 전략으로 이동한 셈이다. 다시말해 ‘지분→표 대결’에서 ‘정보→구조 검증’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검증 범위도 전방위로 확대됐다. 내부통제 미흡, 특수관계자 거래, 지분 매수 과정, 의결권 대리행사 등 기업 운영 전반이 대상이다. 단순한 지배구조 비판을 넘어 거래의 공정성, 절차의 적법성, 의결권 행사 과정의 신뢰성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타깃 역시 명확하다. 에이플러스에셋어드바이저는 보험권의 지분 집중 매수와 관련된 이해관계 문제가 있으며, 덴티움은 특수관계자 내부거래와 의결권 대리행사 이슈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두 사례 모두 지분 경쟁이 아니라 ‘거래 구조’와 ‘의사결정’ 과정이 문제의 중심에 있다.
압박 방식도 한층 입체화 되고 있다. 제보를 통해 확보한 정보는 주주제안과 공개서한에 그치지 않고, 기관투자자 설득과 감독당국 문제 제기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시장, 여론, 규제를 동시에 겨냥하는 다층적 압박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훨씬 커질 수 밖에 없다. 주주총회는 하루지만, 구조 검증은 상시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분은 방어가 가능하다고 해도 내부 정보를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이슈가 규제로 확장되는 순간, 대응의 주도권은 기업을 벗어나게 된다.
행동주의는 더 이상 표로 이기려 하지 않는다. 구조를 흔든다. 시장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단기 차익을 노린 공격적 전략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검증하는 감시 기능으로 재해석하려는 흐름이 나타난다. 익명 제보 기반의 정보 수집과 데이터 중심 문제 제기는 이러한 변화의 상징적 장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제 행동주의는 지분 싸움이 아니라 구조 싸움이다” 며 “기업 입장에서는 대응 난도가 훨씬 높아진 국면이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례는 행동주의의 작동 방식이 ‘지분 확보→주총 표 대결’에서 ‘정보 확보→구조 검증→외부 압박’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분이 없어도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행동주의는 더이상 단순한 투자 전략에 머물지 않는다. 정보를 무기로 의사결정 구조를 검증하고, 시장과 규제를 움직이는 순간, 그 역할이 투자 전략의 범위를 넘어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다.
정보 기반 압박은 투명성 제고라는 명분을 갖지만, 익명 제보와 선택적 공개가 결합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선반영될 경우 가격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실 여부가 확인되기 전에 시장 가격이 먼저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왜곡 가능성도 제기된다.
행동주의가 ‘투자 전략’에서 ‘시장 감시 메커니즘’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공식 제도 밖에서 작동하지만 기업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압박 구조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행동주의는 더 이상 지분으로 싸우지 않는다. 구조를 설계하고 규제를 움직인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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