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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지신(Iluvatar CoreX), 하와이 해변에서 시작된 중국 GPU 혁명의 진짜 이야기 [전병서의 中 첨단기업 리포트⑩]

전병서

기사입력 : 2026-06-18 05:30

하와이 해변에서 8시간 만에 인생을 바꾼 남자 리윈펑 CEO

2015년 여름, 하와이 어느 해변. 천수지신의 CEO 리윈펑은 아들과 모래사장에서 놀고 있었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고등학교 동창이자 골드만삭스에서 투자를 하던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이 기회를 잡지 않으면 평생 자본의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전화를 끊은 리윈펑은 8시간 뒤 사무실로 돌아가 10년을 함께한 오라클에 사직서를 냈다. 닷새 뒤 중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중국 GPU 혁명의 방아쇠는 하와이 해변에서 당겨졌다.

리윈펑은 남경대 컴퓨터학과를 나와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딴 정통 컴퓨터공학자다. 그러나 그의 진짜 강점은 기술보다 사람과 시스템을 읽는 눈이었다. 오라클 본사에서 10년간 Oracle Database 10g부터 12c까지 여섯 개 메이저 버전의 핵심 개발을 이끌며, 미국 서부·인도·중국에 걸친 5개 시간대 다국적 팀을 총괄했다. 서로 다른 문화와 개성의 엔지니어 수백 명을 하나의 결과물로 묶어내는 경험이 그를 단련시켰다.

그러나 그는 갈증을 느꼈다. "오라클에서 나는 영원히 고연봉 부품이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공백을 채우는 제품을 직접 만들면, 그 임팩트는 비교조차 안 된다." 결단 이전에 이미 반년 이상을 고민하고 3개월 이상을 치밀하게 준비해온 터였다. 친구의 전화는 준비된 사람에게 날아온 마지막 방아쇠였다.

창업 초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반전이 있었다. 첫째, 처음 50~60명을 귀국 창업 팀으로 설득하려 했지만 실제로 함께 돌아온 사람은 3~4명뿐이었다. 사람이 없어 절망하던 순간, 남경대 동창 차이페이가 전화 한 통에 2~3시간 만에 합류를 결정하면서 후지쓰 남경 법인의 수백 명 기술팀 인력 풀을 통째로 끌어왔다.

둘째, 처음 하려던 사업은 GPU가 아닌 데이터베이스였다. 오라클에서 10년을 살아온 그의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그러나 트랜잭션 DB, 분석형 DB, OLAP까지 세 갈래 길이 모두 막혀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그는 말했다. "내가 잘 아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이 한 줄의 깨달음이 기술자를 창업가로 바꿨고, 천수지신을 GPU 기업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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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지신(天数智芯)의 영문 상호는 Iluvatar CoreX 인데 Iluvatar라는 이름이 흥미롭다. 이는 J.R.R. 톨킨(J.R.R. Tolkien)의 소설 세계관인 실마릴리온(The Silmarillion)에 등장하는 최고신 일루바타르(Ilúvatar)에서 따온 것이다.

톨킨의 세계관에서 일루바타르는 모든 존재를 창조한 '우주의 아버지'다. 중국 최초의 국산 7나노 GPGPU를 만드는 회사가 "만물을 창조하는 신"의 이름을 영문 브랜드로 선택한 것은, 컴퓨팅 파워로 AI 시대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겠다는 야망을 담은 작명이다.

CoreX는 "핵심(Core) + 확장(X)"을 조합한 이름으로, 고성능 범용 컴퓨팅의 핵심 인프라를 무한히 확장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 GPU '4소룡(四小龙)'과 천수지신의 포지션

엔비디아가 전 세계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독자적인 GPU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4개의 선두 기업을 키워왔다. 업계에서는 이를 '국산 GPU 4소룡(四小龙)'이라고 부른다.

천수지신(天数智芯), 모어스레드(摩尔线程), 비런과기(壁仞科技), 무시주식(沐曦股份)이 그 네 주인공이다. 이 네 회사는 2025년 말부터 2026년 초에 걸쳐 A주(상하이·심천 증시)와 홍콩 증시에 나란히 상장하며 자본 시장에 집체 데뷔했다.

네 회사의 전략은 각각 다르다. 모어스레드는 게임 그래픽부터 AI 연산까지 커버하는 '전기능 GPU 생태계 노선'을 택했다. 텐센트, 바이트댄스가 주요 주주로 참여해 있어 인터넷 플랫폼 수요를 직접 흡수하는 구조다.

2024년 매출 4억 3,800만 위안, AI 지능 컴퓨팅 제품이 전체의 77.6%를 차지한다. 비런과기는 원창 아키텍처와 칩렛(Chiplet) 기술을 앞세워 '극한 성능 추구 노선'으로 차별화했다.

다만 2023년 미국 수출 규제 실체 리스트에 올라 공급망에 타격을 받았다. 무시주식은 '데이터센터 알고리즘 전달 시스템 노선'으로 2024년 가장 먼저 단 분기 흑자를 달성하며 가장 실용적인 국산 대체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천수지신은 이 경쟁에서 어떤 위치인가. 4소룡 가운데 추론과 학습 양쪽 모두에서 가장 먼저 양산과 규모화 납품에 성공한 기업이다. 코드 수정 없는 주류 프레임워크 호환성을 가장 강조한다는 점에서 '고객 전환 비용 최소화' 전략으로 차별화된다. 한편 2024년 기준 중국 AI 칩 시장에서 국산 GPU의 전체 점유율은 17.4%에 불과하다. 4소룡을 합쳐도 아직 시장의 80% 이상이 엔비디아 차지다.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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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나노 GPGPU, 엔비디아 호퍼를 넘어 블랙웰을 겨냥한다

천수지신의 기술적 DNA는 2015년 창업 초기부터 단 하나의 원칙 위에 세워졌다.

"CUDA 생태계의 포로가 되지 않는 범용 GPU." 엔비디아가 CUDA라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로 전 세계 AI 개발자를 락인(Lock-in)시킨 반면, 천수지신은 처음부터 PyTorch, TensorFlow 등 주류 AI 프레임워크를 코드 한 줄 수정 없이 즉시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 호환 전략을 택했다. '박스 개봉 즉시 사용(Out-of-box)' 원칙이다. 고객의 전환 비용을 없애는 것이 엔비디아를 넘는 가장 현실적인 무기라는 판단이었다.

제품군은 3단 구조다. 학습용 천개(天垓, Tiangai) 시리즈, 추론용 지개(智铠, Zhikai) 시리즈, 엣지용 TY1000 시리즈가 라인업을 형성한다.

2021년 중국 최초의 7나노 GPGPU 양산에 성공했고, 이후 매년 신세대 제품을 출시하며 세대 교체를 이어가고 있다. 2026년 초 발표된 4세대 아키텍처는 연산 효율 면에서 엔비디아 호퍼(Hopper) 아키텍처를 넘어섰다고 선언했다. 다음 목표는 2027년까지 블랙웰(Blackwell)과 루빈(Rubin)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기술의 허리는 수석 과학자 정진산(郑金山)이 받치고 있다. AMD에서 상하이 칩 설계팀을 이끌며 다수의 GPU 칩 개발에 참여한 그는 천수지신의 기술적 DNA에 AMD의 유전자를 이식한 주역이다. 오라클, ARM, 인텔 출신 엔지니어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레이어처럼 쌓아 올린 결과, 천수지신은 4소룡 가운데 유일하게 추론과 학습 양쪽 모두에서 양산을 완성한 기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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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막은 길, 중국이 열어준 시장

천수지신의 성장 스토리는 역설적이게도 미국이 써준 대본이다. 2022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대중국 AI 반도체 수출 규제는 H100, H200에 이어 중국 전용 A800, H800마저 막았다.

2026년에도 최신 블랙웰 칩은 중국 반입이 원천 차단됐다. 중국 AI 기업들이 엔비디아 칩을 구할수록 국산 대안을 찾는 수요가 커졌고, 그 빈자리를 4소룡이 채우기 시작했다. 2024년 기준 국산 GPU 점유율은 17.4%로, 2022년의 8.3%에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2029년에는 5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천수지신의 연간 매출은 10억 위안(약 1,480억 원)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90% 이상 성장이다. 2분기 성장률만 64.24%에 달했고, 순이익률도 전년 대비 16.71%포인트 개선됐다. 2026년 6월에는 로이터가 바이트댄스의 천수지신 GPU 구매 협상 사실을 보도했다. 주가는 즉시 12% 급등했다.

이 뉴스의 진짜 의미는 주가보다 구조적이다. 그동안 정부 조달이 주 고객이었던 천수지신이 연간 AI 인프라에 700억 달러를 쏟아붓는 민간 플랫폼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시작했다는 것, 즉 국산화 수혜 기업에서 기술 경쟁력 기업으로 격상되는 전환점이다. 화타이증권은 2026년 매출 30억 4,000만 위안, 칩 출하량 10만 장 돌파를 전망한다. 2027년 전후 손익분기점 달성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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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지신의 성장 비사(秘史) 네 가지

24개월 계획을 16개월 만에 완성한 '속도의 기적'
리윈펑은 창업 직후 공개 인터뷰에서 "2년 안에 반드시 자주적이고 국제 수준의 AI 칩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은 비웃었다. 칩 하나를 만드는 데 2년이라니, 그게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천수지신 팀은 16개월 만에 첫 정식 테스트 칩을 완성했다. 반도체 업계의 통념에 도전해 3분의 2 기간에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이 속도가 4소룡 중 천수지신을 가장 먼저 양산과 납품에 성공한 기업으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반도체는 시간이 곧 돈이고, 시간이 곧 시장이다.

창사(长沙) 지하철의 밀리초 혁명, 시민들이 모르는 AI 인프라
창사 지하철의 열차 운행 시간표 동적 최적화 시스템 뒤에 천수지신의 GPU가 있다. 기존에 시간 단위로 계산되던 최적화 연산이 밀리초(ms) 단위로 압축됐다. 창사 시민들은 지하철이 그냥 제시간에 온다고 생각하지만, 그 뒤에는 국산 GPU의 실시간 연산이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천수지신이 정부 조달 시장에서 굳건히 1등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벤치마크 숫자가 아니라 실제 현장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그것이 진짜 경쟁력이다. 화려한 스펙 시트보다 시민의 일상에 조용히 착지하는 기술이 결국 시장을 지배한다.

경쟁사들이 미국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때, 천수지신은 무사했다
2023년 10월 미국 정부가 대중국 수출 규제 실체 리스트를 강화하면서 비런과기(壁仞科技)와 모어스레드(摩尔线程)가 나란히 명단에 올랐다. 두 회사는 즉각 반도체 공급망에 타격을 받았다. 그런데 같은 4소룡에 속하는 천수지신은 이 리스트에서 빠졌다. 이유는 아직도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천수지신이 일찍부터 상업적 납품 실적을 쌓으며 군사·안보 용도와 거리를 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결과적으로 경쟁자 두 곳이 규제에 발이 묶인 시점에, 천수지신은 홀로 자유롭게 달릴 수 있었다. 전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승리의 절반이다.

국산 GPU 시장 점유율 1%의 역설, 그래서 더 무서운 성장 여백
4소룡이 뭉쳐 상장하고, 바이트댄스가 국산 GPU 구매를 타진하고, 정부가 국산화 의무 비율을 높이는 이 모든 호재 속에서도 냉정한 숫자가 하나 있다. 2024년 기준 비런의 중국 AI 칩 시장 점유율은 0.16%, 무시는 약 1% 수준이다. 4소룡을 합쳐도 전체 시장의 3~4%에 불과하다. 나머지 96~97%는 여전히 엔비디아와 AMD가 차지한다.

그런데 이 숫자를 비극으로 읽을 것인가, 기회로 읽을 것인가. 시장의 97%가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2029년 국산 GPU 점유율이 50%를 넘는다는 전망은, 지금의 1%짜리 기업들이 10~20배 성장할 수 있는 여백이 있다는 말이다.

천수지신(Iluvatar CoreX), 하와이 해변에서 시작된 중국 GPU 혁명의 진짜 이야기 [전병서의 中 첨단기업 리포트⑩]
전병서 박사는
중국 칭화대에서 석사, 푸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우경제연구소에서 반도체와 IT애널리스트로 17년간 일했다. 대우증권 상무, 한화증권 전무를 지내고 이후 19년간 중국경제와 금융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으로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MBA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전병서 박사/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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