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1,7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처분해 임원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이는 단순한 보상 체계의 변화를 넘어, 삼성전자의 경영·보상 철학이 ‘내부 성과’ 중심에서 ‘주주 가치’ 중심으로 완전히 축을 옮기고 있음을 상징한다. 사진= 삼성전자
현금 대신 주식… “성과는 주가로 증명하라”
삼성전자는 지난 23일 이사회를 통해 보통주 115만 2,022주(약 1,752억 원 규모)를 처분해 임원 1,051명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결의했다. 이번 지급의 핵심은 ‘보상의 형태’와 ‘엄격한 조건’에 있다.· 주가 연동형 지급: 약정 시점보다 주가가 하락하면 실제 수령하는 주식 수량도 줄어든다.
이는 경영진이 단기적인 실적 부풀리기에 집중하는 것을 방지하고, 중장기적인 기업 가치 제고에 책임을 다하도록 강제하는 장치다.
글로벌 스탠더드: ‘책임 경영’에서 ‘주주 정렬’로
재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삼성전자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보상 체계를 본격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이미 임원 보상의 상당 부분을 주식(RSU 등)으로 지급해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있다.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성과급이 ‘수고했다’는 격려였다면, 자사주 성과급은 ‘주가로 증명하라’는 냉정한 계약이다.” 고 강조했다.
직원까지 확대되는 ‘주주 자본주의’ 실험
주목할 점은 이 제도가 2025년부터 전 직원으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2025년분 초과이익성과급(OPI)부터 직원들도 0~50% 범위 내에서 자사주 수령 여부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시장의 시선: ‘주가 부양’인가 ‘물량 부담’인가
시장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긍정론: 경영진이 주가에 책임을 지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제고(Value-up)에 긍정적이다.
· 신중론: 자사주 ‘소각’이 아닌 ‘처분’이라는 점에서 유통 주식 수가 유지되는 점, 그리고 향후 보호예수가 풀릴 때 나올 잠재적 매도 물량(Overhang)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결국 이 제도의 성패는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에 달려 있다. 주가 상승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직원들은 주식 대신 현금을 선택할 것이고, 이는 제도 도입의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 자사주가 던지는 냉정한 질문
이번 결정은 삼성전자 경영진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당신들이 받은 이 주식의 가치를 정말로 스스로 키울 수 있는가?”
자사주 성과급은 면죄부가 아니다. 오히려 삼성전자 경영진 스스로를 주주와 같은 선상에 세운 가장 강력한 압박이자, 시장이 삼성의 미래를 평가하는 가장 투명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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