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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끝' 2030 주거난, 매일 4시간 지옥 출퇴근 감내

조범형 기자

chobh06@

기사입력 : 2025-12-09 14:36

높아진 전세가에 수도권 외곽 이동 늘어
청년층 주거 불안 확대… 정부 대책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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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서울 용산구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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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신혼부부 김철수와 이영희(이상 가명)는 대학 시절 만나 각각 28세, 24세에 결혼했다. 휴학도 없이 졸업 후 곧바로 취업해 주변에서는 부러움을 샀지만, 사회생활에 큰 걸림돌이 하나 있다. 바로 경기도 구리에 신접살림을 차리면서 출퇴근에만 4시간이 걸린다는 것. 하늘을 봐야 별을 따는데, 출퇴근으로 피곤해진 부부는, 씻고 빨리 자야만 한다. 내일 해가 뜨기 전 출근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부부는 '이래서 저출산인가'라는 자조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2 30대 나이에 소개팅으로 만나 결혼을 약속한 강민수와 이희진(이상 가명). 둘 다 32살 동갑내기로 각자 신림, 논현동 등 원룸 전세로 거주하고 있다. 3개월 가량 짧은 만남이지만 전세 만기도 비슷해 각자 집을 알아보다가 '차라리 합치자'라는 의견일치에 결혼까지 약속했다. 신혼살림을 꾸릴 집을 구하던 중 부모님 도움없이는 둘이 모아놓은 돈으로 서울에서 투룸 전세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수원역 인근 투룸 전세를 계약하고 새벽 4시반에 일어나 각자의 회사가 위치한 광화문과 강남을 향해 광역버스와 지옥철에 실려 하루를 시작한다. 야근이라도 있는 날엔 퇴근 후 서로 대화 한 번 못해보고 각자 끼니를 챙겨먹고 잠들기 바쁘다. 아기에 대한 생각은 꿈도 못 꾼채 서로 피곤에 지쳐 잠에 든다.

2030 세대, 특히 새 출발을 준비하는 신혼부부에게 서울에서의 주거는 사실상 불가능한 꿈이 되고 있다. 서로의 자금을 모으고 정책 대출까지 활용하려 해도 전셋집 자체가 사라지면서 청년층의 주거 희망이 꺾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4% 상승하며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 경기(0.10%)와 인천(0.09%) 역시 동반 상승하면서 수도권 전체의 전세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다. 이에 따라 광화문, 여의도, 강남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로 출퇴근하는 2030 청년 직장인들은 점점 주거지를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외곽으로 옮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혼부부가 합산 연봉 7000만~8000만원으로 4억원대 투룸 전세를 구하려 할 경우, '신혼부부 버팀목' 등 정책 대출을 활용해 자금 마련은 이론상 가능하다. 무주택 세대주, 혼인 7년 이내, 순자산 3억3000만원 이하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정책 대출 3억원에 본인 자금 1억원을 더해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서울 주요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최근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고 입을 모은다. 영등포 인근 A 공인중개사는 "최근 거래 자체가 거의 없다 보니 전세금 기준을 잡기 어려울 정도"라며, "매물이 귀해지면서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올려 받으려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결혼을 준비 중인 30대 청년 B씨는 "이미 서울에서 집 구하는 건 포기했다"며 "지난 10.16 부동산 대책 이후 대출 규제(DSR 기준 강화)를 보면서 서울 진입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청년·신혼부부 주거 안정을 위해 월세 지원(최대 월 20만 원),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확대, 보증금 대출 이자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높은 가격과 절대적인 매물 부족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박원갑 KB부동산 팀장은 전세 매물 급감의 배경에 대해 "정책을 포함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5년 전 시행된 주택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으로 인해 기존 세입자들이 장기 거주하면서 시장에 유통되는 전세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 구조적 불안을 심화시킨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박 팀장은 "전세 시장이 단순한 가을 성수기를 넘어 구조적 불안의 징후를 드러내며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청년층에게 서울 내 안정적인 출퇴근 환경과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단순한 임대주택이나 월세 지원을 넘어, 성실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 세대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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