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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동자도 소비자도 ‘당혹’…새벽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기사입력 : 2025-11-10 05:00 최종수정 : 2025-11-21 08:57

▲ 박슬기 기자

▲ 박슬기 기자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최근 택배 노동자들의 건강권 박탈을 우려하며 새벽배송을 금지하자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의 주장으로 과로사 등 산업재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다.

하지만, 기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새벽배송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부터 앞섰다. 이제는 새벽배송이 없는 삶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우리 생활에 깊숙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노동계에서도 새벽배송 금지와 관련해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일자리 축소, 수입감소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 새벽배송이 도입된 지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2014년 쿠팡의 로켓배송(익일배송)이 진화하며 2015년 마켓컬리가 처음 새벽배송을 도입했다. 밤 11시 전까지만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 7시 전에 집 앞까지 가져다주는 이 서비스는 일상생활에 큰 편리함을 선사하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육아, 맞벌이를 하는 엄마들과 식당점주들에게 새벽배송은 특히나 없어선 안 될 서비스가 됐다.

새벽배송의 수요가 점점 더 늘면서 국내 이커머스 사업자들은 새벽배송 도입에 적극 나섰다. 적자임에도 물류센터에 투자하고, 전국 물류망을 확대하는 등 너도나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새벽배송을 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약하다는 취급을 받을 만큼 이커머스 시장의 주요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다만, 편리함 뒤편에는 누군가의 희생도 존재했다. 바로 택배 노동자들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 택배노조는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출범한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새벽배송 금지를 요청했다. 택배 노동자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초심야시간대’ 배송을 금지하자는 게 골자다. 문제는 이 같은 제안이 택배 노동자 모두의 목소리를 대변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새벽배송 금지에 따른 일자리 축소와 수입 감소 등을 우려하는 노동자들도 많다. 무조건적인 새벽배송 금지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게 또 다른 현장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실제 쿠팡의 위탁 택배기사 1만여 명은 민주노총의 ‘새벽배송 금지’ 방안에 대부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 택배영업점 단체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가 소속 근로자 2405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3%가 새벽배송 금지 방안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CPA는 쿠팡 전체 택배기사(퀵플렉서) 2만 명 중 1만 명이 소속된 국내 최대 규모의 택배 유관 단체로, 택배영업점 100여 곳이 회원사로 소속돼 있다.

택배 자영업자들이 가입돼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새벽배송이 힘들긴 하지만 노동자에게 그만한 금전적 보상이 되기에 뛰는 건데 아예 없애버리면 그 많은 노동자들은 무슨 일을 하라는 건가? 사실상 노동 탄압이다’라거나 ‘새벽노동이 배송 관련 일만 있는 것도 아닌데 너무 극단적인 듯하다’, ‘민주노총이 노동자들 현실을 1도 모르고 탁상공론하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택배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소비자와 유통업계도 혼란 그 자체다. 새벽배송은 국내 2000만 명의 소비자가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문하고 일주일 가량을 기다리는 건 기본이었지만 이제는 2~3일도 기다리는 게 힘들어진 현실이다. 새벽배송이 사라진다면 불편을 넘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대폭 확대될 수 있다.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통업계도 마찬가지다. 이 서비스를 위해 물류와 콜드체인 등 설비 투자만 수천억 원을 들였다. 적자를 감수하고 대대적인 투자를 해왔는데, 이커머스의 절대적 경쟁력인 새벽배송을 못 하게 된다면 이들 사업자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지도 모른다.

일방적인 새벽배송 금지 주장에 쿠팡이 소환되기도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4일 “민노총의 저의에는 새벽배송 기사의 건강을 염려해서라기보다 자신들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이해관계가 숨어 있다”며 “‘근로조건을 개선하겠다’도 아니고 ‘아예 0시에서 5시까지는 금지다’ 이렇게 극단적인 숫자를 들고 나왔다. 민노총이 새벽배송 금지를 추진하는 데는 실제 숨은 동기가 있다. 새벽배송은 쿠팡 위주라서 아직 민노총이 장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벽 근무 직종에도 많은 분야가 있는데 민노총은 그중에 정확하게 딱 새벽배송만 찍어 공격하고 있다”면서 “새벽배송 기사의 건강을 염려해서라기보다 민노총 자신들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저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쿠팡은 새벽배송의 한가운데 있는 기업이다. 오랜 기간 ‘계획된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새벽배송 인프라를 전국으로 넓혔다. 덕분에 현재 유통업계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쿠팡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쿠팡에 질세라 새벽배송 서비스부터 각종 혜택 등을 도입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힘쓰고 있다. 일각에선 쿠팡 때문에 유통업계 경쟁강도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그렇다 해도 소비자의 편익을 대폭 끌어올렸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민주노총의 ‘새벽배송 금지’라는 초강수 제안에 업계 파장이 커지는 모습이다. 새벽배송은 한 집단의 건강권 이야기만이 아닌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다. 그런 만큼 극단적인 해결책(?)보다는 휴식시간 의무화, 순환 근무제 등 보다 많은 이들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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