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SK인천석유화학은 1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는 2년물(600억원)과 3년물(400억원)로 구성됐으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2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한다.
희망금리밴드는 만기별 개별민평금리 평균에 각각 -50~+50bp를 가산해 제시했다. 조달된 자금은 전액 내년 초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상환에 쓰인다. 대표주관 업무는 삼성증권, SK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이 공동으로 담당한다.
SK인천석화는 지난 1월 15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당시 2년물(700억원)과 3년물(800억원)로 구성해 최종적으로는 2100억원을 발행했다. 화학산업 불황 등을 고려하면 선방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번 자금조달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작년말과 비교할 때,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적자(-2075억원)로 전환한 반면, 금리 레벨은 유사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SK인천석화도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것으로 전해진다. 발행규모 축소는 물론 희망금리밴드와 주관사단을 확대해 유효수요를 끌어 모으려는 전략이다.
신용등급 하락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작년말 기준 이미 등급 하락 요건을 충족하고 있었지만 올해 실적이 악화되면서 난처해진 상황이다. 자산재평가 등으로 부채비율 등 재무안정성 지표가 개선될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영업을 통한 현금흐름 개선 가능성이 낮다.
SK인천석화는 SK그룹 에너지 부문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다. 현재 SK이노베이션 역시 등급 하락 요건을 일부 충족하고 있으며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사실상 투기등급으로 평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 직접 차입을 통해 자회사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이 여주에너지서비스와 나래에너지서비스를 통해 일종의 자회사를 경유한 차입 방식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SK인천석화가 등급하향 트리거를 충족한 상황이지만 유동성 대응력은 충분한 상황”이라면서도 “업황 개선 기대가 어렵고 늘어나는 차입부담과 신용등급 우려 등이 결정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달규모 축소, 금리밴드 확대 등이 투심 확보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