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들 4개사 주가를 보니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1위 기업과 4위 기업 차이가 너무 현격하다. 1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고, 4위는 KAI다.
최근 4년 사이 KAI 주가는 2배 이상 상승했다. 눈에 띌 만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같은 기간 무려 17배 이상 올랐다. 같은 방산 기업인데 도대체 이런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미·중 갈등으로 글로벌 국방비 지출이 확대되면서 국내 방산업체는 호황기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는 지난 4년간 주주 수익률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한국금융신문은 기업 데이터 플랫폼 딥서치를 통해 2021년 6월 1일부터 2025년 6월 30일까지 4년간 두 회사 총주주수익률(TSR)을 산출한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437%, KAI는 257%인 것으로 나타났다. TSR는 일정 기간 주가 변동률과 배당수익률을 더해, 주주가 회사 주식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을 보여주는 지표다.
예를 들어 한 주주가 2021년 6월 양사 주식을 각각 1,000만 원씩 사둔 후 2025년 6월 말 현재 평가익을 계산해 보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약 3억 5,370만 원, KAI는 약 3,570만 원이라는 얘기다.
방산 호황을 함께 누렸는데, 왜 이런 격차가 벌어졌을까.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전 세계 국방비는 2022년 3.6%, 2023년 6.8%, 2024년 9.4%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내 방산업체들이 수혜를 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이후 폴란드, 이집트, 루마니아에 K9 자주포를, 호주에 레드백 장갑차를 수출하는 대규모 계약을 따냈다. 2021년 6월 32조 원이던 수주잔고는 2025년 6월 102조 원으로 확대됐다.
KAI 역시 2022년 폴란드, 2023년 말레이시아와 FA-50 납품 계약을 체결해 수주잔고를 17조 원에서 27조 원으로 늘렸다. 수주 규모로만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AI보다 약 4배 더 많다.
![방산 ‘극과 극’…한화에어로 vs KAI 차이나는 이유 [정답은 TSR]](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100313194207782dd55077bc212411124362.jpg&nmt=18)
영업실적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 실적 격차가 뚜렷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1년 연결 매출 5조 5,414억 원, 영업이익 2,771억 원에서 2024년 매출 11조 2,401억 원, 영업이익 1조 7,319억 원으로 각각 103%, 525% 급증했다.
올 2분기 매출은 6조 3,110억 원, 영업이익 8,64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7%, 141% 증가했다. 지난해 말 영업이익률은 15.4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KAI 매출은 2조 5,623억 원에서 3조 6,337억 원으로 42% 늘었고, 영업이익은 583억 원에서 2,407억 원으로 313% 증가했다.
그러나 올 2분기 매출은 8,28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52억 원으로 15%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말 영업이익률은 6.63%였다.
이런 실적 격차는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 4년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누적 주가 상승률은 3,415%를 기록한데 반해, KAI는 254% 상승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2021년 6월 1일 종가 4만 8,650원에서 2025년 6월 30일 84만 8,00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9월 11일에는 종가 기준 100만 원을 돌파하며 시가총액 50조 원을 넘어섰다.
반면 같은 기간 KAI 주가는 3만 4,850원에서 8만 9,800원으로 상승했으며, 지난 9월 16일 이후 10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누적 배당수익률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1.97%, KAI 3.94%로 집계됐다. 양사 모두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결산배당을 실시했지만, 배당금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연도별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700원, 1,000원, 1,800원, 3,500원을 지급했지만 KAI는 200원, 250원, 500원, 500원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KAI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표가 교체되는 등 지배구조 안정성이 취약하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현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강구영 전 대표가 바로 사임했다. 하성용 전 대표의 경우 청탁·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