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5주년을 맞이했다. 정의선 회장은 2000년 현대차그룹 출범 20주년이 되는 해 3세 경영 시대를 시작하며 의미를 더했다.
1970년생인 정의선 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범현대그룹 창업주 故 정주영 회장의 장손자이다. 집안 장손인 만큼 정주영 회장의 총애를 받아온 것으로 유명하다.
정의선 회장은 휘문고, 고려대 졸업 후 현대모비스 전신 현대정공에서 잠시 근무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MBA 과정을 수료했다.이후 현대차그룹에 합류하지 않고 일본 거대 종합상사 이토추상사에서 2년간 근무했다.
1999년 한국에 돌아온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 구매실장(이사대우)을 시작으로 영업지원사업부장(상무), 국내영업본부장(전무), 현대기아차 부사장, 기아차 사장 등을 거쳐 2009년에 현대차그룹 부회장에 올랐다.
정의선 회장은 총수 등극 전부터 파격적인 행보로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대표적으로 기아 사장 시절 포르쉐 출신 유명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기아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해서 ‘기아 K5’로 대표되는 기아 디자인 전성기를 열었다. 그와 동시에 'DESIGN? KIA!'라는 광고 캠페인 등의 브랜드 마케팅을 전개함으로써 현대차에 가려졌던 기아 이미지를 제고에 성공했다.
현대차 부회장 재임 시절에는 그룹 안팎 우려의 시선에도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 고성능 브랜드 ‘현대 N’을 출범시키며 ‘저가 상품 회사’라는 글로벌 꼬리표를 떼어냈다. 현재도 제네시스와 현대 N은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과 상품성을 인정받으며 현대차그룹 이미지 제고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정의선 회장의 파괴적인 혁신은 취임 이후에도 드러났다. 특히 재계 예상과 달리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의 가신단으로 불리는 ‘부회장단’을 사실상 해체하며 강력한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정의선 회장은 2020년 연말인사에서 김용환닫기

가신단이 물러난 자리에는 40대 중심 젊은 경영진들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특히 정의선 회장이 점찍은 전동화, 로봇, 자율주행, ICT 등 인사들이 대거 등용하며 ‘종합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전환에 박차를 가했다. 대표적으로 현재 현대차 로봇 개발을 주도하는 현동진 로보틱스랩 실장, 자율주행 핵심 계열사 포디투닷의 송창현 대표 등이 있다.
이 같은 정의선 회장의 파격 인사 혁신은 취임과 도래한 전기차 시대에서 유연하고 한발 빠른 전략과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특히 취임 초기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실적 등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현대차 ‘아이오닉’, 기아 ‘EV’ 라인업 등 미래 전기차 시대 ‘게임체인저’로서 질적 성장까지 이뤄냈다.
전기차뿐만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전기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동시에 추진하는 등 고부가가치 친환경차를 앞세워 다양한 시장을 공략했다. 그 결과 현대차그룹은 5년간 도요타그룹, 폭스바겐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완성차 빅(BIG)3’로 도약했다.
정의선 회장이 취임한 2020년 현대차와 기아 합산 글로벌 판매량은 약 635만대로 토요타, 폭스바겐, 포드, 혼다에 이어 5위에 위치했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한 2021년 약 667만대로 4위로 올라서더니 2022년에는 약 685만대로 3위에 올랐다. 2023년과 2024년 각각 약 730만대, 723만대를 판매하며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판매 739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 합산 실적은 2020년 연결기준 매출 163조1657억원, 영업이익 4조4612억원에서 지난해말 기준 매출 279조9273억원, 영업이익 27조6145억원으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글로벌 판매 2위 폭스바겐그룹을 제치고 영업이익 2위에 올랐다. 올해 미국 관세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양사 합산 영업이익도 약 13조원으로 글로벌 2위를 수성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미국 관세리스크에 대응해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미국 현지에 약 35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소형 전기차를 앞세워 유럽 판매 강화, 신흥 시장 발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의선 회장은 전기차뿐만 아니라 로봇, 자율주행,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3대 축을 기반으로 미래 투자까지 아끼지 않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미래 사회를 이끄는 고객 중심 종합 모빌리티 회사로 도약을 가속한다는 방침이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