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어플러스가 시장 예상보다 낮은 가격으로 SK에코플랜트에 편입되면서 SK(주) 주주들의 심기도 불편한 상황이다. 향후 SK에코플랜트 상장 시 중복상장에 따른 가치하락도 감내해야 한다. SK그룹 입장에서는 SK에코플랜트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SK㈜ 주주들까지 만족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에어플러스는 지난 10일 제3자 배정방식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가스 생산 설비와 이산화탄소 관련 사업부(M15 등)를 기반으로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통해 총 1조30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한다. 인수자는 글로벌 대체투자사인 브룩필드자산운용(BIF V Vino Aggregator LP)이다.
유동화 수단 중에서도 RCPS를 택한 이유로는 부채압력이 꼽힌다. 작년말 기준 SK에어플러스의 부채비율은 227.9%다. 지난 2022년 M16플랜트 매각대금 유입으로 부채비율(90.5%)은 직전 년도(226.8%)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이후 설비투자 확대 등으로 재차 급격히 상승했다.
SK에어플러스 RCPS는 발행사가 상환권을, 투자자가 보통주 전환권을 갖는 구조다. RCPS는 자본으로 인정돼 부채비율은 33.3%로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상환권 행사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어 실질 재무부담을 완벽히 통제한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추가 투자(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관련)에 따른 부담은 이번 자금조달로 일부 완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처럼 관련 자산을 단순 매각(2022년)한다면 지난해 SK에어플러스가 SK에코플랜트 자회사로 편입된 배경에 대해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포트폴리오 중심, 그 중에서도 반도체 클러스터 내 산업가스 공급망 강화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신성장동력에 투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추가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입규모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SK에어플러스의 EBITDA 대비 총차입금 비율은 지난 2022년 2.0배에서 작년말 3.4배로 증가했다.
SK에어플러스는 모회사인 SK에코플랜트 연결 기준 EBITDA에 약 20% 수준 이상을 기여한다. 한편,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2년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프리 IPO 투자를 유치하면서 2026년 7월까지 상장하기로 약속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EBITDA다. SK에코플랜트와 같이 막대한 설비투자가 동반되는 기업은 가치 산정 시 EBITDA 멀티플이 중요하다. EBITDA가 클수록 높은 가치로 평가된다는 의미다.
결국 SK에어플러스 입장에서는 EBITDA 우상향, 재무부담 축소 등을 동시에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를 충족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수단이 RCPS라고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SK에어플러스가 낮은 가격에 SK에코플랜트로 편입된 만큼 SK㈜ 주주들의 반응도 신경 써야 한다. SK에어플러스는 시장에서 조단위 평가를 받았지만 SK에코플랜트 편입되면서 8168억원(장부가 기준)으로 책정됐다.
인위적인 가격조정이 아닌 현행법 기준 비상장사 가치평가 결과라는 점에서 SK그룹의 잘못은 없다. 그러나 SK(주) 주주 입장에서 보면 SK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에 헐값에 넘기고 SK에코플랜트 상장에 따른 모회사 가치하락도 감수해야 하는 격이다.
SK그룹 차원에서 택할 수 있는 방법은 SK에코플랜트 가치를 높여 SK㈜에 적극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다. 중복상장 이슈가 현실화돼도 SK㈜가 현재 보유한 자사주 비중을 적극적으로 줄이면 충분히 상쇄 가능하다. 게다가 추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확대 등 강력한 주주환원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SK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에 넘기면서 SK㈜의 SK에코플랜트 지분율이 증가했다”며 “SK에어플러스 가치가 다소 낮게 평가된 경향이 있지만 투자확대에 따른 SK에코플랜트 재평가와 IPO 등이 이뤄진다면 향후 SK㈜에 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SK에코플랜트 가치는 EBITDA에 수렴하기 때문에 SK그룹도 이 부분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