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신열 신세계면세점 대표 /사진제공=신세계면세점
1일 업계에 따르면 유 대표는 시내면세점인 명동점 리뉴얼과 중국 유통기업들과의 협력 그리고 단가가 높은 명품 매장 확대 등으로 위기를 극복해나가고 있다. 인천공항의 높은 임차료로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안정적인 시내점 운영과 명품 매장을 통해 수익성 악화를 상쇄하려는 모습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달 명동점에 대해 오픈 이래 처음으로 11층을 전면 리뉴얼했다. 초콜릿부터 스낵, 포장식품, 디저트, 지역 특산품,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상품군을 선보이는 ‘테이스트 오브 신세계(TASTE OF SHINSEGAE)’가 대표적인 리뉴얼 공간이다. 통상 면세점에서는 화장품과 패션 등 고마진의 상품들을 메인으로 삼지만 신세계면세점은 ‘집객’에 유리한 푸드카테고리에 힘을 실었다.
유 대표가 이런 파격적인 선택을 한 것은 변화하는 여행객들의 여행 패턴 때문이다. 외국 여행객마저 비싼 명품 화장품 대신 ‘가성비’ 높은 올리브영과 다이소를 선호하면서다. 이런 이유로 단가는 낮지만 면세점으로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매력적인 카테고리가 ‘K-푸드’라고 판단, 해당 공간을 대폭 확대했다. 실제로 신세계면세점의 올해 상반기 식품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40% 늘었다.
리뉴얼과 함께 지난달 31일에는 중국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우상그룹, 왕푸징그룹 주요 경영진과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서 한국 상품 판로 확대 및 제휴 협력 등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상그룹과 왕푸징그룹은 각각 570만 명, 25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유통기업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우상그룹과 왕푸징그룹은 중국 내 광범위한 유통망과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보유한 핵심 기업으로, 이번 방문은 한국 면세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한 의미있는 자리였다”며 “향후 관광객 유치와 고객 마케팅 등에서 여러 가능성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의 이 같은 행보는 올 하반기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대비한 움직임이다. 중국 관광객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이들 선호도가 높은 K-푸드와 마케팅 협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여전히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국내 면세업계의 ‘큰손’인 만큼 기회를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명품 매장도 꾸준히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올해 5월 면세업계 최초로 2개층으로 구성된 루이비통 듀플렉스 매장을 인천공항 제2터미널점에 열었고, 그보다 앞선 4월엔 페라가모(1터미널)와 셀린느 부티크(2터미널), 디올 부티크(1터미널) 등을 오픈했다. 면세점 MD(상품 기획)의 ‘꽃’으로 불리는 명품 매장은 고단가인 특성상 임차료 부담을 조금이나마 축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유 대표가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데는 저조한 수익성이 크게 작용한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36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1분기 역시 23억 원의 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수익성이 악화할 수 밖에 없는 배경에는 인천공항의 높은 임차료가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연간 입출국자 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면세점 매출은 2019년 대비 72.2% 수준에 머물러 있는 데다 면세점 임차료는 큰 폭으로 올랐다. 2022년 1403억 원이던 임차료가 2024년 6445억 원으로 4.5배 불어났다.
장사는 안되는데 임차료 비용이 대폭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 것. 신세계면세점의 객당 임차료는 9020원으로, 인천공항 월평균 출국자 수가 약 301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매달 300억 원, 매년 4000억 원에 가까운 임차료를 내야 한다.
다만 지난해 진행한 희망퇴직 등 비상경영체제와 시내면세점 업계 구조조정으로 인한 경쟁 완화, 하반기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등으로 업계는 올 하반기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에 대해선 하반기 흑자 전환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수익성 개선 추세가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시내점이 지속적으로 이익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공항점 비용 부담은 더 커지지 않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면세점의 하반기 흑자 전환도 가능할 듯하다”고 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