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201조284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6월 100조 원을 넘긴 지 2년 만에 정확히 2배로 증가한 수치다. 5년 전인 2020년 5월 말 61조9520억 원과 비교하면 약 3.25배, ETF 제도 첫 도입 당시인 2002년 3552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567배 불어난 규모다.
ETF 순자산은 올해 들어서도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말 173조 원이었던 순자산은 1월 182조8211억 원, 2월 186조7718억 원, 3월 185조9263억 원, 4월 191조3558억 원, 5월 199조8788억 원을 기록한 뒤, 6월 4일 코스피 연고점 돌파와 함께 200조 원 고지를 넘어섰다.
ETF 상장 종목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02년 ‘KODEX 200’을 포함한 4개 상품으로 출발한 이후, 현재 유통 중인 ETF는 984개로 연내 1000개 돌파가 확실시된다. 특히 5월 한 달 동안에만 15개 ETF가 새로 상장됐다.
이번 ETF 시장의 급팽창은 정치·경제 이벤트와 맞물리며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과 맞물린 정책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하며 실제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추종 ETF에 4000만 원을 직접 투자했다. 향후 5년간 6000만 원을 추가 투자해 총 1억 원을 국내 주식시장에 넣겠다고 밝힌 것도 ETF 투자에 대한 상징성을 키웠다.
투자 주체별로 보면 개인 투자자의 ‘사자’ 행렬이 두드러졌다. 개인은 올해 들어 지난 4일까지 ETF를 10조4785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1조284억 원어치를 사들였고, 반면 기관은 11조8981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가 ETF 시장 성장의 핵심 수요층임을 보여준다.
특히 올해는 국내 증시의 상대적 강세로 인해 국내 주식형 ETF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5월 기준 국내 주식형 ETF 순자산은 51조161억 원, 해외 주식형 ETF는 62조3706억 원으로, 한때 역전됐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올해 1~5월 수익률 상위 ETF들도 국내 기업 중심의 테마형 상품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예컨대 ▲PLUS K방산(116%) ▲TIGER K방산&우주(106%) ▲PLUS 한화그룹주(99%) 등 K방산, 정책 수혜 기업 위주 ETF가 강세를 보였다.
ETF 시장의 질적 성장도 함께 주목된다. 지수 추종 중심의 패시브 ETF를 넘어, 개별 운용 전략이 반영된 액티브 ETF와 테마형·파생형 ETF의 비중도 크게 늘었다. 특히 커버드콜 전략, 월배당 구조, 손실 방어를 위한 버퍼형 상품 등이 속속 등장하며 투자 전략의 다양성이 확대됐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자산운용은 하락장에서 풋옵션을 활용해 손실을 방어하는 ‘KODEX 미국S&P500버퍼3월액티브’를 출시했다. 이는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보수적인 투자자에게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상품 구성이 촘촘해지면서 자산운용사 간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6월 초 기준 삼성자산운용(KODEX)과 미래에셋자산운용(TIGER)이 각각 38.72%(77조9365억 원), 33.51%(67조4426억 원)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양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뒤이어 한국투자신탁운용(ACE) 8.03%, KB자산운용(RISE) 7.82%, 신한자산운용(SOL) 3.63% 순으로 집계됐다.
다만 ETF 시장의 가파른 성장이 부작용 없는 ‘성숙한 생태계’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과제로 남는다. 테마가 유사한 ETF가 동시에 복수 상장되며 ‘붕어빵 ETF’ 논란이 제기되고 있고, 수수료 출혈 경쟁, NAV(순자산가치) 산정 오류 등 구조적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5월부터 ETF 시장에 대한 현장 점검을 진행 중이다. 합성 ETF의 담보 자산과 유동성 공급 구조, 수수료 인하 방식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며 시장 안정장치 강화에 나섰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