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싸고 맞붙은 장·최 가문이 서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기 위한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
최윤닫기최윤광고보고 기사보기범 고려아연 회장은 백기사(우호지분)을 끌어들이는 듯한 액션을 취하고 있다. 장형진 영풍 고문과 협력한 MBK파트너스는 최 회장의 우군 확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고려아연 주가는 23일 주당 72만3000원에 마감했다. 전날 종가 73만5000원보다 1.6% 하락했지만 여전히 MBK가 설정한 공개매수 가격인 66만원보다 높다.
고려아연 주가는 MBK가 공개매수를 선언한 지난 12일 이후 3거래일간 55만6000원에서 73만5000원까지 32.2% 급등했다. 치솟던 주가가 주춤한 것은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최윤범 회장측이 당장 대항공개매수 계획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고려아연 주가 추이
최윤범 움직이자 치솟은 고려아연 주가, MBK 반론에 주춤
이미지 확대보기결정은 MBK가 먼저 내려야 한다. 현재 시장가격이 공개매수가보다 높은 만큼 참여 유도를 위해 가격 상향을 할지 여부다. 이는 이달 25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MBK의 공개매수 종료일은 오는 10월 4일이지만, 이달 25일 이후 가격을 올린다면 공개매수 기간을 10일 연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간 연장은 최 회장측에 시간만 더 주는 꼴이 된다.
최윤범 회장이 반격에 나서더라도 MBK의 결정 이후 자신이 가진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당장은 반격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의지만 전달하고 주가를 높게 유지하는 것이 MBK측에 부담을 주는 방법이다. 최 회장이 사내 공지를 통해 "싸움에서 이길 방법을 찾았다"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고려아연은 오는 24일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대응 방안과 관련해선 함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현 경영진의 성과를 강조하고 상대측에 불리한 여론을 키우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MBK가 작년 12월 실패한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그룹 지주사) 공개매수도 이와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됐다. 경영에서 밀려난 조현식 고문과 손잡은 MBK는 공개매수 선언 이후 주가가 오르자 매수 단가를 20% 상향했다. 하지만 그 직후
조현범닫기조현범광고보고 기사보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부친인 조양래 명예회장과 사촌기업 효성첨단소재가 백기사를 자처해 지분 과반을 확보하며 MBK의 계획을 저지했다.
고려아연 지분율
최윤범 움직이자 치솟은 고려아연 주가, MBK 반론에 주춤
이미지 확대보기MBK는 이번엔 다르다고 자신한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그룹 장씨 일가와 손을 잡아 지분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자신감이다. MBK는 23일 최 회장의 백기사 후보들로 거론되는 기업들과 관련해 "출구전략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현재 시장가격이 높게 형성된 만큼 소프트뱅크나 베인캐피탈 등 투자자 후보들은 차익실현이 어렵다는 것이다. 스미모토 등 고려아연 협력사들이 나설 경우 최 회장의 배임 문제를 언급했다. 경영권 방어에 도움을 준 만큼 거래 관계에 일종의 인센티브를 준다면 고려아연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