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20일 영풍정밀은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12일 종가 9370원에서 20일 현재 2만550원으로 2배 이상 급등했다. 이는 MBK파트너스가 영풍그룹 장씨 일가와 손잡고 최씨 일가가 운영하고 있는 고려아연·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영향이다.
영풍정밀 주가 추이. 출처=딥서치
이미지 확대보기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영풍정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1.85%지만 상대측에게서 1.85%를 가져와 3.7%를 점하는 효과가 있다"며 "고려아연의 유통물량 매수보다 영풍정밀 주가에 프리미엄을 주고서라도 매수할 유인이 발생한다"고 했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율 구조는 최씨 일가가 34%, 장씨 일가는 33%로 서로 팽팽하다. 최대주주는 영풍그룹 지주사이자 장씨 일가가 과반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영풍이다. 최윤범 회장 등 최씨 일가가 직접 보유한 지분은 11.8%에 불과하다. 최 회장은 자사주 교환이나 전략투자 유치 등을 통해 한화그룹(7.8%), 현대차그룹(5.1%), LG화학(1.9%) 등 국내 대기업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경영권을 지켜냈다.
출처=메리츠증권
양측을 제외한 고려아연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7.8%)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두 일가가 맞붙은 지난 3월 주주총회 직전에 고려아연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했다. 단순투자란 주요 목적이 차익실현에 있다는 의미다. 경영권 분쟁에서 직접 캐스팅보트 역할로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장 상황은 자금력을 앞세운 장씨·MBK 연합이 유리해 보인다. 2조원 규모의 공개매수를 성사시켜 고려아연 지분율을 33%에서 40~48%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MBK측은 최윤범 회장의 신사업 추진으로 재무 상태가 악화됐다고 주장하거나, 최 회장이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정 의혹건을 문제 삼기도 했다.
최 회장의 고려아연은 곧바로 반박자료를 내고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고려아연 사업장이 있는 울산시도 참전해 '향토기업을 외국자본에 뺏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어 최 윤범 회장은 지난 19일 임직원 서한을 통해 "저들(MBK)과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을 찾았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밝히지 않았으나 지분 경쟁은 자금력 확보가 관건인 만큼 다른 기업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