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으로 출범한 '통합 셀트리온'은 창업주 서정진닫기

셀트리온은 지난 2021년 서정진 회장이 은퇴를 선언하며 기우성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됐다. 지난해 서정진 회장이 경영 일선에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위기 상황에서 '일시적' 복귀라는 점을 강조했다. 셀트리온 새로운 선장으로 내세운 장남 서진석 대표 체제로 승계 작업을 가속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1984년생인 서진석 대표는 2014년 셀트리온 입사 10년 만에 그룹 경영을 책임지게 됐다. 그간 자회사 대표를 거치며 경영 능력을 쌓았지만 이제 40대에 접어든 나이로 가시적 경영성과가 부족하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셀트리온에 확실한 성과란 주가 부양이다.
현재 셀트리온 주가는 지난 2021년 코로나 고점에서 3분의 2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서 대표는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4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2030년 22개 바이오시밀러를 구축해 매출을 최소 5배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오롱그룹도 셀트리온과 비슷한 승계 절차를 밟고 있다. 마찬가지로 1984년생 젊은 경영인인 코오롱 4세 이규호닫기

코오롱은 2018년 3세 이웅열 명예회장의 갑작스런 은퇴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됐다. 그 사이 이규호 부회장은 코오롱글로벌 공유주택 자회사 리베토, 수입차 사업을 담당하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등 주로 신사업 분야에서 경영능력을 시험받았다.
지주사로 전격 부임한 이규호 부회장은 이제 그룹 전반 전략을 수립하는 중책을 맡게 된 것이다. 마침 코오롱은 주력인 화학, 건설 업황이 동반 부진을 보이고 있다. 그룹 차세대 먹거리를 육성하는 일이 전적으로 승계 후보자에 맡겨진 셈이다. 이웅열 명예회장은 지난 2018년 퇴임 당시 "경영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도 오너가를 전면에 내세워 위기 상황에 책임경영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검단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가 발생하자 10년간 이어온 전문경영인체제를 마치고 허창수닫기

젊은 오너가 자녀들을 전진 배치하는 것은 대외적으로 기업의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주고 조직 내부적으로는 변화의 필요성과 긴강감을 불어넣는 효과를 낸다.
KG그룹은 곽재선닫기

지난달 열린 신차 액티언 출시행사에서 곽정현 사장은 "남성의 차라는 이미지가 강한 회사를 고객과 구성원 모두의 즐거움을 지키는 모빌리티로" 변신시킬 것이라는 새 브랜드 전략을 직접 선포했다.
한편, 오너가 자녀들 고속 승진은 미래성장동력 발굴과 책임경영 확대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안정적 승계를 위한 밑그림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회장 나이가 60~70대로 접어든 기업들이 아직 30~40대에 불과한 자식들에게 그룹 중책을 맡기는 것이다.
롯데그룹 신동빈닫기

한화그룹 김승연닫기

이로써 한화 승계구도는 장남 김동관닫기

SK 최태원닫기

SK는 다른 재벌가와 달리 '따로 또 같이'라는 독특한 형제경영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 단계에선 최태원 회장 자녀들이 그룹 총수 자리를 물려받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 최 회장도 승계와 관련해 "계획은 필요하다"면서도 "멀티 헤드 체제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