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 사진=삼성SDI
최주선 대표 약속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삼성SDI가 최근 대규모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에서 연달아 수주 낭보를 전하며 모처럼 주가까지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최근 진행한 ‘2025년 제1차 ESS 중앙계약시장 경쟁입찰’에서우선협상대상자 8곳 중 6개 사업지에 삼성SDI가 배터리를 납품한다. 전체의 79.4%에 달하는 물량이다.
삼성SDI 성과는 앞선 기술력에서 갈렸다. 삼성SDI는 경쟁사들이 보편적인 LFP 배터리로 입찰한 것과 달리 3원계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를 앞세웠다. NCA 배터리는 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와 효율이 높다. 단 구조적으로 화재 위험성이 높지만, 삼성SDI는 모듈 내장형 직분사 화재 억제 기술 ‘EDI’와 열전파 차단 기술 ‘No TP’를 적용해 안정성을 높였다.
높은 단가도 열세로 지적됐지만, 마감 직전 납품 단가를 낮추는 초강수까지 두면서 수주전에서 성공을 거뒀다. 삼성SDI는 이후 진행될 2차, 3차 입찰에서도 NCA 배터리와 기술력을 앞세워 수주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삼성SDI 지난 6월 독일의 상업용 ESS 전문 제조업체인 테스볼트(Tesvolt)와 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유럽, 북미 등으로 고객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안전성과 고에너지밀도가 강점인 SBB의 제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올해 계획된 ESS용 배터리 생산능력(Capa)의 90%에 달하는 수주를 이미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가 기술력을 앞세워 ESS에서 모멘텀을 만들어 가는 만큼 최주선 대표의 기술 리더십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카이스트를 졸업한 최주선 대표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RAM개발실장, DS부문 미주총괄 등을 거쳐 삼성디스플레이 대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과 대표이사 등을 거친 그룹 내 대표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다.
2024년 말 정기인사에서 삼성SDI 수장으로 이동한 최주선 대표는 기술 초격차를 앞세운 수주 경쟁력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뒤늦은 시장 진입으로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자료=삼성SDI
최주선 대표는 지난 1일 경기도 용인 기흥 본사에서 개최된 '창립 55주년 기념식'에서 대내외 불확실성 돌파 방안으로 별화된 기술력, 제조 경쟁력 재건, 극판·조립·팩 기술의 정상화, 그리고 전자재료 신사업 성공 등을 제시했다.
그는 "시장은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라며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성은 하되 현재와 미래를 통섭하는 지혜로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하반기에도 최주선 대표를 필두로 수주 등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 삼성SDI는 이날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은 각형 LFP 배터리 등 다양한 케미스트리 신제품을 통해 보급형 전기차 시장의 수주를 확대해 나간다고 밝혔다.
ESS용 배터리 부문은 미국 내 현지 양산체제를 확보해 연내 생산을 개시하고, 국내 전력망 안정화 프로젝트를 통해 판매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 확대와 AI 데이터센터 증가 등에 대응해 전력용 LFP 및 UPS용 초고출력 배터리의 수주도 적극 추진한다.
한편 삼성SDI가 2025년 2분기에 매출 3조1794억원, 영업손실 397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31일 발표했다. 전분기에 비해 매출은 0.1% 늘었고, 손실 규모는 소폭(8.4%) 줄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