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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풍전등화 건설업계…정부는 동상이몽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기사입력 : 2024-04-15 00:00

▲ 장호성 기자

▲ 장호성 기자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만약 우리가 가라앉는 배에 타고 있다면 어떤 선내방송을 듣게 될까. 물론 선내는 패닉으로 아비규환이긴 하겠지만, 정상적인 경우라면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구명정으로 안전하게 대피하라는 방송이 나오는 것이 정상적일 것이다. 반대로 비정상적인 경우는 이런 상황에서도 배가 안전하다며 승객들에게 거짓 정보를 전달하는 일일 것이다.

3월 말까지 건설사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끝나면서 주총 결과를 기사로 썼다. 지난달 말, DL이앤씨 역시 기존 마창민 대표의 연임을 주총을 통해 확정지었기에 기자 역시 이를 토대로 기사를 송고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갑자기 아무 복선도 없이 주말 사이 마창민 대표의 사퇴가 발표됐다. 이미 종이신문은 판이 넘어간 상태라 수정이 불가능했기에 낭패를 봤다.

이튿날에는 마찬가지로 주총에서 연임이 결정됐던 신세계건설의 정두영 대표가 ‘경질’됐다는 자료가 왔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자료 제목에 ‘경질’이라는 표현이 쓰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자료가 온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이름만 들으면 알법한 대형 건설사들에서도 이런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지방·중견건설사들의 상황은 오죽하랴. 올해 1~2월 누적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는 6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51건)보다 33.3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문건설사 폐업 신고는 377건에서 426건으로 늘었다.

또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3월 누적 부도 처리된 건설업체는 총 9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건보다 3배 늘어난 것은 물론, 2019년 15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또 지난해 건축착공면적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건축착공면적 증감률은 대략 2년의 시차를 두고 건설투자에 반영되는데, 재작년부터 착공 면적이 위축돼 건설투자가 올해에는 감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미분양 주택도 꾸준히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 2월 말 기준 6만 4874가구로 전월 대비 1.8% 늘었다. 같은 기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 1867가구로 전월보다 4.4% 증가했다. 건설사들이 분양경기 악화에 맞춰 분양물량을 크게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처럼 심상치 않은 시그널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는데 정부는 연신 ‘괜찮다’며 현실을 흐린 눈으로 보려 하고 있다.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부동산 PF 정상화 추진을 위한 금융권·건설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고물가,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일부 금융사나 건설사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그런 우려를 하는 것 같다"며 "거듭 말씀드렸다시피 매일 시장 상황을 면밀히 챙기고 있으며 상반기 내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일축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지난 2일 취임 100일 기념 차담회에서 “"문제가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있다 하더라도 전체 건설 부동산 시장의 쇼크로 오지 않도록 잘 다스리며 관리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언론이 위기 상황을 좀 과장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들의 말대로 증권가에서 돌았던 ‘4월 건설사 연쇄 법정관리설’은 상황을 과장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상황은 명백히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안일한 시야로 당장 4월 위기를 막는다고 해서 5월, 6월의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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