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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차 현다이' 37년만에 美 시장서 ‘톱4 현대'로 우뚝 [현대차그룹 미국 진출기]

곽호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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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04-01 00:20

정몽구 품질경영·정의선 글로벌 전략 ‘적중’
‘10·10’ 파격 품질보증 선언·SUV ‘승부수’
작년 국내 영업익 1위…글로벌 경쟁력 입증
유연한 대응체계 강점, 미래차 시장 패권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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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차 현다이' 37년만에 美 시장서 ‘톱4 현대'로 우뚝 [현대차그룹 미국 진출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자동차가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자동차는 지난해 부진한 반도체를 제치고 한국 1위 수출품에 올랐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대등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자리잡기까지 37년간 우여곡절을 넘었다. 국내 대표 자동차 기업 현대차·기아의 미국 진출기를 조망해 본다. <편집자 주>

현대자동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165만대 판매를 넘기며 신기록을 썼다. 현지 ‘빅3’ 완성차그룹 가운데 하나인 스텔란티스를 밀어내고 4위(점유율 11%)를 차지했다.

과거와 같이 값 싼 차량을 최대한 많이 파는 ‘박리다매’로 세운 기록 아니냐고? 결코 그렇지 않다. 주력군은 싼타페, 팰리세이드, 텔루라이드 등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 최고 격전지라고 할 수 있는 중형급 SUV를 주축으로 이뤄낸 성과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도 매년 판매량을 늘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국내에서 현대차·기아는 이미 탄탄하게 입지를 구축했다. 지난해 양사는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2위에 오르는 등 연이은 최대 실적이 ‘코로나 특수’만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판매가 늘고 있는 하이브리드에서도 현대차그룹은 토요타에 이은 2위”라며 “경쟁사보다 유연한 대응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37년 전 세계 자동차 시장 변방에서 시작한 현대차가 이제 메인 스트림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기업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 그 시작은 초라했으나…
현대차가 미국에 처음 진출한 건 1986년이다. 한국 자동차 최초 독자생산 모델인 포니 후속작 소형차 ‘엑셀’을 들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물론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가 처음부터 안착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기라성 같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대량 생산과 품질 유지에 필요한 산업 생태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 자동차 회사에 현지 업계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는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 도전 정신을 자극했다. 그는 국가를 사람 몸에 비유하며 “도로는 혈관과 같고 자동차는 그 혈관에 흐르는 피”라고 강조했다. 한국전쟁 폐허 속에 고속도로를 건설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자동차 산업을 성공시키겠다는 의지가 누구보다 강했다.

엑셀은 미국 진출 첫해 17만대, 이듬해 26만대가 팔리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성공 비결은 동급 경쟁차 절반 수준 가격에 있었다. 당시 현대차는 ‘신차 1대 값으로 엑셀 2대를 살 수 있다’고 광고했다.

여기엔 정주영 회장 친동생인 고 정세영 회장(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포니 정’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자동차 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미국 진출을 진두지휘한 것도 물론이다. 엑셀이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자 뉴욕타임즈는 정세영 회장을 ‘산업계 숨은 영웅’ 6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엑셀 돌풍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잦은 고장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 기반이 부족했다. 미국 진출 3년차 엑셀은 ‘싸구려 차’라는 조롱 섞인 평가를 받았다. 그 영향으로 현대차는 1989년부터 매년 쏘나타·스쿠프·아반떼 등 신차를 쏟아냈지만 판매량은 오히려 줄었다. 그래도 현대차는 미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고 소형 세단 중심으로 판매를 이어갔다.

품질불량 악순환을 끊고
1999년 현대차 실권을 잡은 당시 정몽구 회장이 상황을 반전시켰다.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차 불량 문제가 오히려 반전의 계기가 됐다.

마침 그 해 현대차는 라인업 강화를 위해 MPV(미니밴) 트라제XG를 내놓았는데, 미국에서 6개월간 5번이나 리콜되는 품질불량 문제를 일으켰다. 이에 정몽구 회장은 격노하며 과장급 이상 모든 임직원에게 품질 이상 발생시 직접 책임을 묻겠다는 ‘품질 각서’를 쓰게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10년·10만 마일 무상보증’ 승부수를 띄웠다. 당시 GM과 포드 등 미국 업체는 3년·3만6000 마일, 일본 토요타는 5년·6만 마일에 한해 보증수리를 진행했다. 품질에서 물러서지 않은 배수의 진을 친 셈이다. 현대차는 엄격한 품질경영과 맞물려 미국 소비자 마음을 되돌리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소비자 불만 정도를 바탕으로 매년 업체별 신차품질 순위를 매기는 JD파워 조사에서 현대차는 1990년대까지 30여개 기업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파격적 품질보증 마케팅이 진행된 2000년대에는 15위 안팎 중위권 브랜드로 도약했다.

라인업 확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2000년 현대차는 미국 캘리포니아 연구소에서 개발한 첫 SUV 싼타페를 출시했다.

정몽구 회장은 글로벌 현지 생산 체제 구축에도 힘을 기울였다. 그는 취임 당시 ‘세계 5대 자동차 제조기업’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 일환으로 2005년 미국 첫 생산기지인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이 본격 가동한다. 쏘나타 생산을 시작한 앨라배마 공장은 아반떼·투싼·싼타페 등 볼륨 모델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늘려갔다. 최근에는 제네시스 GV70 전기차와 전략형 픽업모델 싼타크루즈도 만들고 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정몽구 회장은 미국이 선정하는 ‘2020년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한국인 최초로 헌액됐다.

그 마지막은 창대하리라!
오너가 3세 정의선닫기정의선기사 모아보기 회장은 회사 체질을 바꿔 현대차·기아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린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정의선 체제 막이 오른 2018년 현대차는 미국 판매 부진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2016년 회사가 엔진 결함을 알고도 숨겼다는 내부고발이 미국 NHTSA(도로교통안전국)에 접수되는 이른바 ‘세타2 엔진 사태’에 의해 소비자 신뢰도가 하락했기 때문이었다.

2020년 정의선 회장은 수년간 책임공방을 뒤로 하고 결함 엔진에 대해 평생 무상 보증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엔진 문제로 9조원 이상 비용이 나왔지만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본 것이다.

‘글로벌 자율경영 체제’도 도입했다. 현대차·기아는 여전히 소형 세단 중심 대량 생산 판매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미국 법인은 SUV·픽업트럭으로 트렌드가 넘어갔는데 최종 결정권을 가진 한국 본사가 과거 잘 팔리던 세단만 고집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정 회장은 딜러 출신으로 경영인에 오른 호세 무뇨스 사장을 닛산으로부터 전격 영입하고, 그를 해외 사업 결정권을 가진 글로벌COO(최고운영책임자) 자리에 앉혔다.

SUV 전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려는 기아가 효과를 제대로 봤다. 기아 미국 SUV 판매 비중은 2016년 37%에서 2023년 64%로 급증했다.

대표적 차종이 텔루라이드다.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만드는 북미 전략 SUV다. 국내에서는 판매조차 하지 않고 있다. 텔루라이드는 2020년 기아 최초로 ‘북미 올해의 차(SUV부문)’를 수상하더니, 한국차 최초로 ‘세계 올해의 차’까지 받았다. 텔루라이드는 미국에서 작년 한 해에만 11만대가 팔렸다. 출시 초기 연간 5만대 생산을 계획했던 것을 고려하면 2배 이상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제네시스도 SUV 효과를 누리고 있다. 제네시스는 2016년 미국에 진출했지만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GV80·GV70 등 SUV 투입 이후 7년 만에 10배 가량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최근 친환경차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려 한다. 2025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에 현대차그룹 전기차 신공장(HMGMA)을 건설하고 있다.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 AAM(미래항공모빌리티) 법인 슈퍼널,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정의선 회장이 단행한 초대형 미래투자도 대부분 미국을 기반으로 한다.

다만 전기차·자율주행 등 미래차 산업 전환 속도가 다소 느려지고 있는 점은 불안 요소다.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를 맞아 내연기관 산업 기반 근로자 표심을 의식한 정책 약속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실제 조 바이든 정부는 올해 전기차 보급 계획을 일부 후퇴시키기도 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2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네시스 행사에서 이와 관련한 고민을 토로하는 동시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일을 놓고 많이 고민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전동화가 궁긍적으로 가야 할 길은 맞다”고 말했다. 이날 제네시스는 초대형 전기SUV 콘셉트 ‘네오룬’을 공개했다. 콘셉트카를 통해 미뤄 짐작하면 GV80을 대신할 새로운 플래그십 GV90을 전기차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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