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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삼성 프라이드’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최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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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3-04-1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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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삼성 프라이드’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국금융신문 최용성 기자] “반도체를 전공한 조카가 박사까지 마치고 삼성엘 들어갔어요. 잘 들어갔다고 축하해줬죠. 그런데 2년 정도 지나 자리를 옮기더라구요. 어디로 가나 봤더니, SK하이닉스로 가는 거예요. 그래서 물었죠. 아니, 외국 기업이면 몰라도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에서 나와 왜 SK를 가니? 조카가 간단하게 답하더군요. 삼성보다 연봉을 더 줘요.”

얼마 전 만난 한 지인은 “재계에서 삼성은 난공불락 1위 기업의 대명사였다. 삼성 못 들어가서 안달이었다”면서 “한 때 ‘삼성공화국’이란 말까지 유행이었는데, 정말 세상에 변하지 않은 것은 없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이런 얘기를 들었지만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않았다. 그래도 삼성인데, 뭐 다른 게 있었겠지. 특별한, 아주 예외적인 케이스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삼성은 다르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일갈했던 고 이건희 회장을 굳이 소환할 필요도 없다. 삼성은 대한민국 재계 혁신을 주도한 기업이다.

당장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지표만 봐도 삼성이 국내 다른 기업들과 얼마나 다른 지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룹 시총에서 삼성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국내 1위다. 2~4위 그룹 시총을 다 합쳐도 삼성을 따라잡지 못한다. 압도적 1위다.

한국 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도 어마어마하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삼성그룹 주요 15개사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었다. 이는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이다. 법인세만 17조원에 달한다. 전체 법인세의 4분의 1 가량을 삼성이 낸다.

삼성그룹 임직원 수는 무려 20만명에 달한다. 협력사까지 더하면 삼성 덕에 먹고 사는 사람들 규모는 상상 그 이상이다.

지인의 말마따나 오죽하면 ‘삼성공화국’이란 말까지 나왔을까. 좋은 의미만은 아니지만, 그 정도로 대한민국은 삼성에 적지 않게 의존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데스크칼럼] ‘삼성 프라이드’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삼성이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약 6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를 넘기지 못한 건 14년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현대자동차(2조 6500억원)에 한참 밀렸고, 가전이 주력인 LG전자(1조 4900억원)에도 뒤졌다. 반도체 불황 탓이다.

‘반도체 세계 1위’ 타이틀이 아슬아슬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만 TSMC가 파운드리에서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데, 최근엔 미국 인텔이 팹리스 글로벌 1위인 ARM과 손잡고 추격을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이러다 삼성, 2등 되는 거 아냐? 라는 위기감마저 나온다.

삼성의 반도체 감산 결정이 나오자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기다렸다는 듯이 일침을 날렸다. 이코노미스트는 인텔이 그렇게 안주하다 정상 자리를 내줬다면서 삼성이 창업주 이병철닫기이병철기사 모아보기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누군가는 이 모든 상황이 그저 반도체 불황 탓이라고 외칠지 모르겠다. 그 ‘조카’가 대한민국 최고라는 삼성을 나간 것도, 평소 아무 말 없다가 힘들어지니까 새삼스레 쓴 소리를 해대는 주위 지적들도 반도체 호황기만 다시 돌아오면 쑥 들어갈 일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 시점에서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과거 취재 과정에서 만나본 삼성맨들은 단지 연봉때문에 삼성에 적을 두지는 않았(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연봉을 보장해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1위 기업에서 일 한다는 자부심, 프라이드가 강했다.

그런데 이게 꺾이고 있다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 이코노미스트 지적처럼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삼성 프라이드’가 혹시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삼성은 위기의식을 갖고 자문해봐야 한다.

최용성 기자 cys@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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