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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했다고 상 주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홍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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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3-14 00:00 최종수정 : 2022-03-14 11:56

‘체인지&챌린지’로 ‘도전하는 태도’ 높이 평가
사내복지·업무효율·소통 위한 제도 적극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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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실패한 직원에게 상을 주는 회사가 있다. 현대백화점이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례에 대해 분기별로 포상하는‘체인지&챌린지’라는 제도다. 지난 2017년부터 시작했다.

직원들은 업무뿐만 아니라 시스템, 제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패 사례를 공유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단순히 ‘성공’ 여부만이 아니라‘도전하는 태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 문화의 한 단면”라고 말했다.

도전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현대백화점의 대표적 사례가 지난달 개점 1주년을 맞은 ‘더현대서울’이다. 더현대서울 출점 논의 과정에서 경영진 의견은 정확히 반반으로 갈렸다고 한다. 입지가 전형적 오피스 타운이라 주말에 고객 확보가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이 컸다.

오히려 백화점 사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국내 최초로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 개념을 적용한 파격적 시도도 성공할지 불안했다.

정지선닫기정지선광고보고 기사보기 회장은 이런 염려에도 불구하고‘도전하는 기업 정신’을 강조하며 신규 출점을 결정했다.

정 회장은 “우리 직원들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 보자”며 더현대서울을 선보이게 됐고 지난달 개점 1년만에 매출 8000억 원을 돌파하며 국내 백화점 개점 첫해 매출 신기록을 달성했다.

지난 2003년 31세 부회장 승진과 동시에 그룹 총괄경영을 시작한 정 회장은 소통을 앞세워 보수적 회사 분위기를 바꾸는 데 공을 들였다. ‘젊은 리더 정지선’은 다소 딱딱한 현대그룹 조직문화를 수평적이고 유연하게 변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사내 복지를 개선하고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장려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스마트한 일터 만들기
지금은 보편화한‘PC-OFF 제도’를 유통업계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기업이 바로 현대백화점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14년‘PC-OFF 제도’를 선제적으로 들여와 직원들의 정시퇴근 문화 정착에 앞장섰다.

정 회장은 부회장 취임 후 2004년 회사 경영에 대한 직원들 제언과 현장 분위기를 경청하기 위해 ‘주니어보드’제도를 도입했다. 부장에서 사원까지 다양한 직급 직원들과 연 8~10회 가량 만나며 격의 없이 소통했다.

2011년에는 유통업계 최초로‘안식월 휴가제’를 시행했다. 차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3~4년에 한번씩 한달간 재충전 휴가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조직문화 혁신에 대한 정 회장의 의지로 기업문화지침서 ‘패셔니스타(PASSIONISTAR)’를 선보이기도 했다. 패셔니스타는 △열정 △자율창의 △지속성장 △업무혁신 △고객지향 △상생추구 등 6개 핵심가치를 내걸었다.

정 회장은 ‘패셔니스타’ 서문을 통해 “변화무쌍한 환경에 따라 대응전략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내부 구성원들이 환경변화에 효율적이고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과 마인드를 갖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런 역량을 이끌어 내는 동인이 바로 좋은 조직문화이며 결국 조직문화 개선은 우리 그룹의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셔니스타는 공개 이후 유통업계뿐 아니라 다른 업종 주요 기업들로부터도 구매 문의가 쇄도했다. 이에 2016년 ‘패셔니스타‘라는 이름의 상을 신설했다. 패셔니스타 상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시도를 통해 업무성과를 극대화한 조직과 개인에 포상하는 상이다.

정 회장은 직원 복지 향상을 위해 2017년 2시간 단위로 연차를 사용할 수 있는 ‘반반차 휴가’를 도입해 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업계 최초로 ‘오피스 프리데이’를 시행해 한 달에 하루는 직원들이 회사에 출근하는 대신 핫플레이스 벤치마킹 등 자유롭게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 민간·공공 부문을 아울러 최초로 배우자가 출산했을 때 30일까지 휴가를 쓸 수 있는 출산 휴가제, 전 임직원 대상 스트레스 검사 실시, 여직원 홈 안심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직원이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출산휴가 신청과 동시에 1년간 자동으로 휴직할 수 있는‘자동 육아 휴직제’와 임신 12주 이내 36주 이상 여직원 대상‘유급 2시간 단축근무 제도’등 여성을 위한 다양한 복리후생 제도를 운영하며 직원 복지 부분에서 모범을 실천했다.

고용노동부는 현대백화점을 ‘2020년도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했다. 상생과 협력의 노사문화를 선도적으로 진행한 것이 선정 배경이다.

정 회장의 다양한 시도는 업무 효율 향상을 위한 변화에도 이어지고 있다. 2016년 비효율·불필요한 업무 관행을 과감히 개선하는‘워크 스마트’ 제도가 시행됐다.

2020년에는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개편하기 위한 현대백화점만의 행동수칙‘머스트 7(MUST 7)’을 정립했다. 행동수칙은 직원들 사례로 선정했고 직원 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했다. 대표적으로‘보고를 위한 보고자료 만들지 마라’, ‘보고 형식에 구애받지 마라. 문자 한통이면 충분하다’등이 있다.

현대백화점은‘머스트 7’ 투표시 직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보고 문화 개선’을 위해 지난해2만여 개 결재판을 폐기하고 핵심 내용만 5~6줄로 정리해 보고할 수 있는 새로운 전자결재 시스템 ‘간편보고 시스템’도 도입했다.

직원들과 소통 활성화 적극 나서
현대백화점은 2019년 전직원을 대상으로 심리 진단 프로그램‘에니어그램’을 선보였다. 사람 성격을 9가지로 분류하는 성격 유형 지표로, 디즈니·삼성 등 국내외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심리 진단 도구다.

현대백화점은‘에니어그램’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도출된 9가지 성격 유형을 사내 커뮤니티와 메신저에 공개해 유형별로 성격 특성과 소통 팁 등을 제안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소통의 근간이 되는 성별·나이·소속·직급 대신에 직원 개개인 성향을 토대로 직원간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이해하도록 기업 차원에서 돕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직원이라면 누구나 쉽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내 온라인 익명 게시판‘스파크’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 직원들 의견을 익명으로 기탄 없이 게재하는‘불라인드(불편+블라인드)’제도를 운영한 적이 있는데 이를 개선·발전시켰다.

‘스파크‘는 트위터와 유사한 형태지만 게시물 글자가 제한되지 않고 익명으로도 올릴 수 있어 사내 소통 창구임과 동시에 직원들 애로사항을 수렴하는 창구로 사용하고 있다. 업무뿐만 아니라 여행, 중고장터, 트렌드 정보 등 주제 자유롭게 직원들 이야기를 공유해 오픈 한달 만에 일 평균 방문인원이 1500명에 달하는 등인기가 높다.

정 회장은 MZ세대가 소비 패턴을 주도하는 만큼 기업 내부에서도 세대, 직급 간 격차를 줄이고 편하게 소통하며 화합하는 것을 중요시 하고 있다.

정 회장은“MZ세대가 주도하는 소비 트렌드 변화가 빠른 가운데 팬데믹까지 더해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기존 사업의 안정화에만 집중한 나머지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세대·부서간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해야 할 고민과 실행을 하기보다 성장에 대한 갈증만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뒤돌아 봐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예측이 불가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내외부 경쟁적 경합보다는 개방적 관점을 바탕으로 부서간, 계열사간 협력과 온·오프라인과 다양한 이업종간 연결을 통해 가치의 합을 키워 나가야 한다”며“서로 다른 관점과 경험을 바탕으로 제기되는 다양성과 다름을 수용하면서 일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공감을 기반으로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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