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메리츠증권 사옥. 사진 = 메리츠증권
메리츠증권이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전환 전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최근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전략적 협업을 체결하고, 초개인화 자산관리 플랫폼 구축에 착수한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투자자 수요에 대응하고 증권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AWS와 함께 차세대 금융 플랫폼 고도화를 위한 협약을 맺고, 금융상품 추천, 고객 리스크 분석, 개인 맞춤형 투자자문 등 다양한 분야에 클라우드 및 AI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개별적으로 운영되던 온프레미스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해 유연성과 확장성을 확보하고, 고객 중심의 서비스 혁신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한 조직적 기반도 구축됐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초 디지털 혁신 컨트롤타워인 ‘Inno Biz(이노비즈) 센터’를 출범시켰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IT·핀테크 업계 출신 인력 40여 명이 투입된 이 조직은 내부 시스템 개발은 물론, 외부 기술 제휴 및 디지털 금융상품 설계 등 혁신 전반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실시간 리스크 분석, 고객 거래 패턴 예측, 개인화 콘텐츠 생성 등 AI 내재화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그간 메리츠증권은 비대면 채널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 성과를 축적해왔다. 온라인 전용 계좌 ‘SUPER365’의 예탁자산은 9조 원에 달하며, 디지털 채널을 통한 신규 고객 유입 확대에도 성공했다. 이번 AWS 협업은 이 같은 사용자 기반에 AI 모델을 결합해 데이터 기반 고객 맞춤 서비스로 진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다. 고객의 투자 성향, 자산 규모, 거래 이력, 정보 탐색 행동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맞춤형 종목 추천이나 포트폴리오 구성을 자동화하는 것이 골자다. 예컨대 ‘테슬라에 관심 있는 30대 남성 투자자’에게는 관련 산업군 ETF를 제안하거나,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강한 고객에게는 저변동성 배당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이번 프로젝트는 개발·운영·마케팅이 통합된 데브옵스(DevOps) 체계 도입과 연계돼 있으며, 리서치·리테일·IB 등 부서별로 AI 서비스를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 중이다.
클라우드 전환의 효과도 크다. 신속한 서비스 배포는 물론, 대용량 비정형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할 수 있어 고객 응대 속도와 품질이 개선된다. 장애 복구 능력이 강화되고, 글로벌 수준의 보안 표준도 적용받게 된다.
이 같은 기술적 이점은 특히 트레이딩, 자산관리, 리서치 등 정밀성과 속도가 핵심인 영역에서 강점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고액자산가 대상 투자 플랫폼, 글로벌 투자자 대상 PRI(Personalized Investment) 전략도 함께 추진 중이다. 외형 성장보다 고객 중심의 질적 성장에 방점을 찍고, 디지털 자산관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플랫폼형 증권사’로의 전환을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