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은 10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중 '주요 물가여건 점검 및 평가'에서 이같이 밝혔다.
물가상승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크고 오래 지속됨에 따라 우리나라뿐 아니라 주요국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이 큰 폭 상향 조정됐다.
한국 소비자물가는 지난 2021년 10월 이후 3%대의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근원물가 상승률도 외식 등 개인서비스와 내구재를 중심으로 2% 후반 수준까지 빠르게 상승했다.
물가상승압력이 근원품목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며 물가상승률이 2%를 웃도는 품목의 비중도 꾸준히 늘었다.
주요 물가여건 점검에 따르면, 에너지가격은 2021년 이후 경제활동 재개, 탄소중립 추진 등으로 수급불균형이 지속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되면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은은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구조적인 수급불균형이 지속되며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는 견해 또한 존재하는 가운데, 에너지에 대한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가격 급등이 국내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식료품가격의 경우 세계식량가격이 펜데믹 발생 이후 생산비 인상, 이상기후 등으로 상승하면서 식료품 가격에 대한 상방압력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로 인해 곡물가격을 중심으로 상승압력이 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향후 감염병 상황이 안정되면서 재화소비와 서비스소비간 불균형이 줄어들 경우 글로벌 공급차질 현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은은 "다만 복원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공급망이 재편되는 등 글로벌 분업체계(GVC)가 약화될 경우 물가상승압력이 구조적으로 높아질 가능성도 잠재한다"고 덧붙였다.
임금상승 압력도 있다. 한국의 경우 일부 부문에서 인력난이 발생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노동시장 수급불균형 정도와 임금상승압력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미국, 영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경제활동이 재개되며 구인수요가 늘었으나 감염 우려, 보육 부담, 조기은퇴 등에 따른 노동공급 부족으로 임금상승압력이 증대되고 있다.
한은은 "다만 물가상승압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질 경우 임금-물가 상호작용을 통해 임금상승압력이 보다 높아지고 목표수준을 웃도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물가상승압력이 높은 수준에서 상당기간 지속될 경우 기업의 생산비용이 높아지고 소비자의 실질구매력이 저하되는 등 경제주체의 부담이 커지면서 국내 경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이에 적극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