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윤상현 부회장이 아버지 윤동한 회장에게 독대를 요청한 배경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만남 이후 콜마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사그라들기는 커녕 더 격해지고 있어서다.
앞서 윤상현 부회장과 윤동한 회장은 지난 12일 단독 면담을 가졌다. 윤상현 부회장이 만남을 요청한 것을 윤동한 회장이 수락하면서 이뤄졌다.
갑작스레 전해진 부자 간 회동 소식에 업계는 콜마그룹 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까 기대했지만, 실상은 이와는 많이 달랐던 모양이다.
콜마BNH(비앤에이치) 측은 이번 만남에 대해 “윤상현 부회장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경영권 갈등의 핵심 사안에 대한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지 않아,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윤동한 회장 또한 “어떠한 사안이든 진정한 화해와 신뢰 회복은 말뿐인 ‘사죄’가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과 ‘실천’이 따를 때 가능한 일”이라며 “만남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실제로 취하는지를 좀 더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후 콜마그룹을 둘러싸고 분쟁이 더욱 심화된 정황들이 하나둘 들려왔다. 윤동한 회장은 윤상현 부회장의 임시주총 소집을 막기 위해 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 지난 11일 대법원에 특별항고를 냈다. 아울러 윤동한 회장의 아내이자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의 모친인 김성애 씨는 지난 11일과 12일에 걸쳐 콜마비앤에이치 주식 1만3749주를 매입했다. 윤여원 대표의 남편인 이현수 씨도 같은 날 콜마비앤에이치 주식 3000주를 사들였다.
독대 시기 상 윤상현 부회장이 아버지와 여동생 측의 이 같은 움직임을 알고 윤동한 부회장을 만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윤상현 부회장은 아버지를 만나 무엇을 얻으려 했던 것일까.
업계 한 관계자는 “만남 이후 윤동한 부회장과 윤여원 대표의 반응을 보면 화해나 항복을 위한 자리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상현 부회장의 과거 한 발언이 관심을 모은다.
윤상현 부회장은 지난 4월 23일 동생 윤여원 대표를 불러 콜마홀딩스 내곡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윤상현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하며 분쟁이 촉발된 날보다 9일 앞선다. 당시 대화를 녹취해 콜마비앤에이치 측이 본지에 공개한 회의록에 의하면, 윤상현 부회장은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의 콜마비앤에이치 이사 선임에 대해 ‘윤동한 회장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쟁 발발 이후 윤동한 회장의 행보는 윤상현 부회장의 말과는 달랐다. 윤동한 회장은 콜마비앤에이치 경영권은 지난 2019년 가족 간 합의로 주어진 것이라며, 딸 윤여원 대표 곁에 섰다. 나아가 아들 윤상현 부회장에게 증여한 주식이 부담부증여라고 주장하며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 주(무상증자 후 460만 주)를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동시에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주식 처분을 막아달라며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해당 소송 결과에 따라 콜마그룹 지배구조는 재편될 수 있다. 콜마홀딩스는 현재 윤상현 부회장이 지분율 31.75%(1089만316주)로 최대주주다. 이어 윤여원 대표가 7.45%(255만6000주)를, 윤동한 회장이 5.59%(191만8726주)를 갖고 있다. 윤동한 회장이 승소할 경우 증여 주식 460만 주를 반환받는다. 이 경우 윤동한 회장 지분이 19.01%(651만8726주)로 늘며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반면 아들 윤상현 부회장의 지분은 18.34%(629만316주)로 줄어든다.
이와 관련, 윤여원 대표는 지난 2019년 가족 간 합의에 따라 콜마비앤에이치 경영권이 자신에게 있다며, 아버지의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 주(무상증자 후 460만 주)가 윤상현 부회장에게 간 것도 (가족 간 합의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부 증여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들은 아버지를 만났고, 아버지는 더 강경해졌다. 윤상현 부회장이 소송 승소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아버지로부터 양보 또는 지지를 이끌어내려 한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콜마홀딩스 측은 “부담부증여가 아니라 가족 간 합의로 이뤄진 단순증여계약이다”라며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도 본안 결과가 나오기까지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절차일 뿐”이라고 했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