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영업수익(별도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18.5% 증가한 9921억 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18.2%, 25.3% 늘어난 6690억 원, 5672억 원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이어갔다.
수수료 수익 부문(위탁매매, IB, 자산관리)에서는 위탁매매 수수료가 4282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IB 부문은 1264억 원을 기록해 실적에 기여했지만, 자산관리 부문은 86억 원에 그쳤다.
그간 키움증권은 ‘온라인 증권사’를 표방하며 2000년대 초부터 국내 위탁매매 시장 강자(2024년 말 점유율 29.4%)로 장기간 집권해왔다. 하지만 위탁매매에 치중된 수익 구조로 인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따라 키움증권은 수익 구조 다변화를 위해 IB 부문과 부동산 금융, 자산관리 등에 힘써왔다.
그중에서도 IB 부문의 변화가 눈에 띈다. 2021년 이후 실적 추이를 보면 단순 등락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올해 상반기 부문별 실적을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역대 최고치다. 특히 IB 중에서도 대형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DCM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주목된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DCM 시장에서 8위를 기록했다. 순위만 보면 높다고 할 수 있으나, 대형 하우스들이 대부분 주관을 담당하기 때문에 존재감을 드러내기엔 부족했다. 전체 인수실적(대표주관과 단순 인수)을 합쳐도 ‘빅4’와 비교하면 최소 2배에서 5배, 대표주관만 보면 최대 10배 격차가 났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상반기 기준 키움증권의 전체 인수실적(공모채 기준)은 2조5720억 원으로, ‘빅4’와의 최대 격차를 약 3배 수준으로 줄였다. 대표주관 기준 실적도 비슷한 흐름이다. 이는 키움증권이 대표주관사로서 시장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신호다.
때문에 ‘미매각’을 예상하면서도 주관 업무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트랙레코드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일종의 미래를 담보하는 전략이다.
키움증권은 공모 회사채 미매각을 기록한 롯데건설 대표주관사 중 한 곳이었다. 그럼에도 올해 상반기에는 롯데웰푸드, 롯데렌탈,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등 계열사 회사채 발행 주관을 담당하며 롯데그룹과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도 한화그룹(한화리츠,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한화솔루션 등), HD그룹(HD현대,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인프라코어 등), LS그룹(LS엠트론, LS전선 등), CJ그룹(CJ대한통운, CJ제일제당 등), 한진그룹(한진, 한진칼, 대한항공) 등 주요 그룹 계열사 딜을 맡아왔다. 키움증권이 DCM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단순한 ‘운’이 아니라 ‘네트워크 파워’라는 평가다.
한편, 키움증권은 업종별로 건설, 기계, 석유화학, 인프라 등 난도가 높은 거래에도 다수 뛰어들었다. 이들 산업은 운전자본과 자본적 지출(CAPEX) 관리를 위한 자금 조달이 필수적인 만큼, 성공적인 딜 수행 시 트랙레코드에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올해 가장 주목받은 대표주관 업무는 단연 ‘미매각 단골’로 불린 삼척블루파워다.
지난 4월 삼척블루파워는 공모채 발행을 위해 새 주관사단을 꾸렸다. 기존 ‘빅4’를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 총 6개사 중 키움증권만 잔류했고, DB증권·흥국증권·부국증권이 새로 합류했다.
당시 1500억 원 모집에 20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며 ‘미매각’ 꼬리표를 떼어냈다. 대형 주관사들이 빠지면서 우려가 컸지만, 결과적으로 오버부킹을 기록했다. 이어 지난 14일 진행된 삼척블루파워 공모채 수요예측에서도 초과 주문을 확보했다.
이는 키움증권 딜 수행 능력을 가장 높게 평가받은 사례로 꼽힌다. 단순 영업 전략이 아니라 IB 역량 강화가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삼척블루파워 주관사단 교체는 총액인수확약(LOC) 만기에 따른 것”이라며 “석탄 발전 사업의 환경 이슈로 자본시장에서 부정적 평가가 이어지면서 기존 주관사들이 리스크를 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키움증권은 리테일 강자인 만큼 개인투자자를 겨냥했고, 환경 이슈가 실제보다 과도하게 평가됐다고 보고 주관 업무를 이어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