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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제는 정말 ‘서울 공화국’ 해체할 때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기사입력 : 2021-12-13 00:00

▲사진 : 장호성 기자

▲사진 : 장호성 기자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모든 한국인의 마음은 서울에 있다. 어느 계급일지라도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단 몇 주라도 서울을 떠나 살기를 원치 않는다. 한국인들에게 서울은 오직 그 속에서만 살아갈 만한 삶의 가치가 있는 곳으로 여겨진다.”

영국 왕립 지리학회 최초 여성 회원이자 빅토리아 시대의 지리학자인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가 무려 1894년, 조선에 다녀온 이후 자신의 기행문에 적은 내용이다. 말인즉슨, 세기가 바뀔 정도의 시간인 127년 전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별난 ‘서울 사랑’은 여전했다는 이야기다.

‘서울 공화국’이란 대한민국의 경제·정치·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의 역량이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는 현상을 풍자식으로 가리킨 말이다.

물론 국가의 수도가 중심이 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닌 세계 공통적인 모습이지만, 대한민국의 서울 집중 현상은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당장 우리나라 제 2의 도시라는 부산 인구만 해도 서울 인구의 34%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매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나머지 광역시나 지방도시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렇게 인구가 밀집되면서 교통·교육·문화·의료·의식주에 이르는 모든 면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고무줄처럼 나날이 벌어지고 있다.

1970년대 박정희정부의 중상주의 정책으로부터 출발한 서울 공화국의 급성장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정부에서 수도 이전계획과 관련 헌법 개정을 통해 이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긴 했으나 이런 시도들은 그 때마다 헌재·국회 등의 거센 반발로 무위로 돌아갔다.

오늘날 서울 공화국을 둘러싼 사회적·경제적 부작용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인구 밀집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출산율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서울의 출산율은 전국 평균인 0.75명보다 현저히 낮은 0.58명에 불과했다.

서울로 신규 유입되는 인구는 대부분 지방에서 올라온 청년층인데, 이들은 사회적·경제적인 기반이 없이 서울로 올라오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들의 서울살이는 회사->집->회사->집을 오가는 팍팍한 모습이 대부분이다. 자본도 시간도 부족해 연애를 하고 가정을 꾸릴 시간도 부족하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른바 ‘n포세대(연애·결혼·출산 등을 포기한 세대)’가 형성되는 이유다.

부동산 거품 및 양극화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져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구밀도와 더불어 1인가구가 점차 늘어나면서, 서울을 둘러싼 주택공급 부족 문제는 이미 수차례 언론을 통해 다뤄진 바 있다. 폭증하는 수요를 공급이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면서 서울 집값은 평균 10억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폭등했다. 근로소득만으로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이제 머나먼 과거의 일이 되고 말았다.

수도권 인구 과밀의 치명적 부작용은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또 한 번 드러났다. 의료 인프라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다고 해도, 인구 밀집 지역은 필연적으로 감염병 확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프라가 풍부하다는 강남구와 송파구에 특히 코로나19 확산세가 매섭다는 것이 이를 반증했다. 이른바 ‘과도한 집적불이익의 오류’다.

‘서울 공화국’ 현상의 부작용은 일일이 나열하기에는 지면이 모자랄 정도다. 이제는 대한민국 헌법 제 123조 2항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하여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를 되새길 때다.

더 이상 권력과 재산을 서울에 묶어두려고만 할 게 아니라, 인프라를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할 때다. 매 선거마다 포퓰리즘성으로만 남발되는 ‘지역균형발전’을 구호로만 외쳐서는 안 된다. 당장 수도권에 인구가 많다고 수도권에만 자본을 투자한다면 영원히 수도권만 발전하는 ‘닫힌 사회’를 가속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을 벗어나면 살기 불편하다’는 인식 자체를 바꾸기 위해 광역시를 중심으로 한 지방 개발에 속도를 더해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이름만 ‘신도시’, ‘혁신도시’로 포장된 어설픈 정책이 아닌 진짜 대규모 개발·인프라 확충이 따라온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할 것이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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