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
올해 하반기에도 2차전지(배터리) 업종은 주목해야 할 섹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차전지 업종은 내연 기관차를 대체할 전기차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신(新) 재생에너지에 대한 기대와 맞물려 있다. 가파른 주가 상승 이후 일부 단기 조정을 받고 있는 국면임에도 2차전지 산업 성장성과 방향은 명확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수요는 2030년 기준 5,180만대로 2020년(310만대) 대비 17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전기차 배터리 수요도 10년 후인 2030년에 3,254GWh로 2020년(139GWh)보다 23배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대표 2차전지 회사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3강이 꼽힌다.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대표 배터리주로 꼽히며, LG화학의 전지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된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6월 현재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하고 하반기 증시 입성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용 2차전지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과 영향력은 크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함께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도 주목받고 있다.
2차전지 업종은 작년 국내 증시를 이끈 대표 성장주로 평가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2차전지 K-뉴딜지수’의 2020년 연간 상승률(1월 2일~12월 30일)은 109.6%에 달한다.
그러나 올해 들어 시장금리 상승으로 성장주의 압력이 커지면서 2차전지주는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업종 대장주에 대한 외국계 IB(투자은행)의 하향 평가 리포트도 투심을 조이는 재료가 됐다. 실제 ‘KRX 2차전지 K-뉴딜지수’의 올해 반년가량(2021년 1월 4일~6월 4일) 수익률은 4.2%에 그쳤다. 특히 5월 이후 한 달(5월 3일~6월 4일)로 기간을 좁히면 수익률은 마이너스(-) 1.6%로 후퇴했다.
전기차 ‘낙수효과’ 기대
증권가에서는 중장기로 보면 2차전지 업종 성장성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다만 주가가 빠르게 올랐던 만큼 성장 방향성과 별개로 일부 조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신증권은 2021년 6월 2차전지 업종에 대해 ‘기대보다 큰 성장, 그러나 답답한 주가’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냈다. 전기차 시장 고성장에 대응해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신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올해 들어 EVB(전기차 배터리) 출하량도 동반해서 매월 성장성이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조정 국면에 진입한 주가(2차전지 업종지수)는 높아지는 성장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 탓에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보다 현재 높은 밸류에이션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의견은 ‘비중확대(Overweight)’를 유지했다. 한 연구원은 “시장의 시선이 중장기에서 단기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로 향후 개별 업체들의 이익 성장과 수익성 개선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다만 2차전지 업종의 최대 투자 포인트가 장기 구조적인 성장세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조정 국면은 여전히 긴 호흡에서 비중확대 기회라고 판단한다”고 제시했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한국 배터리 업체 낙수효과가 주가 반등의 필요조건”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2020년과 비교해보면 유럽 시장 내 중국 CATL(닝더스다이)의 상승세가 눈에 띄고, 미국 시장은 한국 LG에너지솔루션의 약진이 뚜렷하다”고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 전기차 시장의 본격 성장 과정에서 점유율 상승과 글로벌 시장 점유율 회복, 수익성 개선이 한국 배터리 3사의 향후 주가 반등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며 “하반기를 앞둔 시점에서 배터리 대형주의 주가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도 2차전지 산업의 성장성은 명확하다며 ‘긍정적(Positive)’ 투자의견을 유지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가 기존의 내연기관차를 대체하고, 신재생에너지가 확산돼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스토리는 지속적으로 주목받을 것”이라면서 “한국 배터리 셀(cell)·소재 업체들은 사업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 고객기반 강화, 배터리 기술개선 노력 등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판단했다.
완성차가 배터리 제작을 하더라도 점진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배터리 자체 제작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양산 일정과 맞춰 점진적으로 일부 수준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기존 배터리 업체들의 기술 우위가 분명한 상황에서 완성차들의 내재화 비중은 당분간 낮은 수준에 머물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완성차들의 자체 생산 필요성 확대 및 기술축적을 감안하면 비중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제시했다.
조선업 훈풍 기대감... ‘슈퍼 사이클’ 진입 기대까지도
그런가 하면, 조선업종도 올해 하반기 주목해야 할 섹터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의 잇따른 선박 수주 소식에 장기적인 추세 상승(슈퍼 사이클)에 대한 증권가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컨테이너선의 수요 강세가 지속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물량이 임박했다는 점에서 반등의 전환 국면(모멘텀)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동안 주춤했던 국내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 컨테이너선 호조, 벌크선 회복 등 대규모 수주 행보를 이어가며 예상보다 선전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의 누계 수주액은 약 171억 4,000만달러에 달한다. 3사의 올해 수주 목표액인 317억달러의 절반 이상을 이미 달성한 셈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세를 이어온 컨테이너선 운임은 올해 상반기에도 강세를 지속했다. 지난해 북미 컨테이너 대란에 이어 올해는 수에즈 운하 폐쇄 등으로 운임 강세가 지속된 것이다. 강재 가격과 선가가 모두 상승한 점 또한 호재로 작용했다.
실제 강재 가격은 올해 중 큰 폭으로 인상했다. 연초 대비 중국 후판가는 25.8%, 국내 후판 유통가격은 32.6% 상승했다. 후판 가격 상승의 주요인으로는 철광석 가격 상승이 꼽힌다. 최근 중국에서의 투기 억제 등으로 철광석 가격 조정 움직임이 있었던 것이다.
선박 발주는 과거 조선업 발주 호황기라 할 수 있는 지난 2011~2015년 수준을 웃돌았다. 선종별로는 컨테이너선의 발주 확대가 두드러졌으며, LNG선도 지난해보다는 발주량이 큰 폭 증가했다. 탱커 발주량도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반면 벌커 발주는 지난해 발주량을 밑돌았다.
이와 함께 컨테이너 쏠림이 심화되며 국내 조선사들의 점유율이 상승했다. 지난 4월까지 누계 발주량 기준 컨테이너선의 비중은 56%에 달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지난 4월까지 발주된 컨테이너선의 37%를 수주, 4월 말 기준 수주잔고 점유율은 32.1%까지 높아졌다.
英 클락슨 리서치 “2031년까지 선박 발주 2배 증가”
올해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선박 발주가 올해를 기점으로 향후 10년간 크게 늘 것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의 전망 보고서 ‘클락슨리서치 포캐스트 클럽’에 따르면, 지난해 침체했던 선박 발주가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추정했다. 클락슨리서치는 2021~2022년 연평균 신조 발주량이 세계 경제 회복과 글로벌 물동량 증가,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등에 힘입어 지난해 795척보다 50% 이상 증가한 1,200척가량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장기적으로는 선대교체 수요가 더해지면서 2023~2031년 연평균 발주량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1,800척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간 한국조선소가 주력하는 컨테이너선은 1만 5,000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 대형선을 중심으로 매년 250~300척이 발주돼 2020년(105척) 대비 최대 2~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세계 경제 회복과 환경규제 등에 힘입어 국내 조선업계 내 ‘슈퍼사이클’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수주잔고를 보면 조선업은 3년 주기의 사이클을 반복해왔다.
한화투자증권 연구소에 따르면 전년 대비 수주잔고가 우상향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10월이다. 과거 수주잔고가 우상향한 기간이 18~22개월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022년 4~8월까지는 수주잔고 지표가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와 더불어 올해와 내년의 선박 발주 규모가 지난 2018년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조선소가 주로 수주하는 3개 선종은 1,90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2018년 수준을 웃돌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재 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선가는 이보다 더 많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강재 가격은 올해 중 2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강재가 선박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로 가정할 시 선가가 4% 상승하면 원가 상승분을 흡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관건은 실제 조선소의 수주 선가가 클락슨 선가 지수 상승률만큼, 혹은 그 이상 오를 것이냐는 점”이라면서 “조선소의 수주잔고가 2.5년치 이상 확보된 만큼 하반기 조선소들의 수주공시 선가는 연초보다 두 자릿수 인상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또한 “하반기 탱커, LNG 운반선 발주 회복이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4분기에는 카타르 LNG(20척), 아틱2 LNG(4~6척) 발주도 예정돼있고, 에너지 운반선 수주 회복에 따른 수주잔고 증가, 후판 가격 상승을 상회하는 신조선가 인상으로 하반기 조선사 마진이 2.0%포인트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홍승빈 기자 hsbrob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