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30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40원 떨어진 1,126.10원에 거래를 마쳤다. 2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이날 달러/원은 지난밤 사이 달러 강세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자산시장 내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에 따라 장중 내내 1,130원선 위를 맴돌았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강세 흐름까지 이어지며 달러/원은 오전 한때 1,132.40원선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역내외 참가자들도 롱포지션을 쌓으며 달러/원 상승에 베팅했다.
하지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항체가 형성됐다는 모더나 발표 이후 아시아 금융시장은 리스크온 분위기가 고조됐고, 달러/위안 환율도 상하이지수 상승에 영향으로 내림세를 타면서 달러/원의 상승 모멘텀도 점차 약화됐다.
코스피지수도 3,300선 복귀에는 실패했으나 견조한 상승 흐름을 이어갔고, 제한된 규모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 순매수에 나서면서 달러/원은 결국 하락세로 돌아섰다.
서울환시 마감 무렵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6.4613위안을 나타냈고, 달러인덱스는 0.02% 오른 92.06을 기록했다.
외국인 주식 투자자들은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83억원어치와 783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 네고에 역내외 롱마인드도 후퇴
월말을 맞은 서울환시에는 네고 물량이 집중됐다.
특히 달러/원이 1,130원선 위에서 거래되자, 수출업체 네고 물량은 결제와 같은 달러 수요를 더욱 압도했다.
업체의 네고 물량 집중은 서울환시 참가자들의 투자심리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달러 강세에 기대 롱마인드를 유지하던 환시 참가자들은 네고 물량이 집중되고, 달러/원 추가 상승이 막히자 숏으로 돌아서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 강세 둔화뿐 아니라 업체 네고가 오늘 달러/원 하락 반전을 이끌었다"며 "여기에 아시아시장에서 미 주가지수선물이 꾸준한 상승 흐름을 보인 것도 시장참가자들의 롱마인드를 꺾은 요인이었다"고 진단했다.
■ 1일 전망…美 고용지표 대기 속 박스권 등락
오는 1일 달러/원 환율은 1,120원대 후반 레벨에서 제한된 박스권 움직임이 예상된다.
미 금융시장과 달러 등도 주 후반 미 월간 고용보고서 발표와 다음주 어닝시즌을 앞두고 둔 터라 움직임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모더나가 2회 접종을 마친 8명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에 대한 면역 반응을 테스트한 결과, 실험한 모든 종류의 변이에 대해 중화항체를 생성했다는 소식이 뉴욕 금융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눈여겨봐야 한다.
만일 백신 관련 호재가 달러 약세와 미 주식시장 상승을 이끈다면 달러/원 역시 하락 압력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B 은행의 한 딜러는 "서울환시는 월말 네고에 이어 이월 네고 물량까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결국 수출 호조가 시장에 수급을 공급 우위로 돌려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달러/원의 방향성은 기본적으로 달러와 연동되겠지만, 월말과 월초에는 업체의 달러 공급의 수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시장참가자들이 미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포지션 플레이를 극도로 자제할 가능성은 크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