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14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30원 떨어진 1,116.60원에 거래를 마쳤다. 5거래일 만에 하락이다.
이날 달러/원 급락은 지난밤 발표된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긴축까지 제고할 정도는 아니라는 인식이 시장참가들 사이에서 확산하며 국채 금리 하락과 달러 약세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미 지난달 CPI는 시장 예상치를 소폭 웃도는 데 그쳤다.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CPI는 전월보다 0.6% 상승했고, 시장 예상치는 +0.5% 수준이었다.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상승, 이 역시 예상치(+0.2%)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자산시장 내에서는 미국발 긴축 우려가 과도했던 것 아니느냐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했고,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가 고조됐다.
여기에 아시아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마저 내림세를 이어가자, 달러/원 환율은 오후 들어 낙폭을 더욱 늘렸다.
이 과정에서 역내외 참가자들은 롱스탑 물량까지 내놓으며 달러/원 하락을 부추겼다.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가 우려에 잠시 달러/원의 하락 움직임이 제한되기도 했지만, 코스피지수가 재상승하고 외국인 주식 순매수가 확대되면서 달러/원의 하락 모멘텀은 다시 살아났다.
서울환시 마감 무렵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6.5413위안을 나타냈고, 달러인덱스는 0.16% 떨어진 91.70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천63억원어치와 10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 바이러스 우려에도 숏마인드 확산
존슨앤드존슨(J&J)의 코로나19 백신 사용 중단 권고 악재에 더해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급증 소식이 이날 국내 금융시장에 악재로 부각됐지만, 달러/원은 미국발 긴축 우려 완화와 이에 따른 달러 약세에 기대 결국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날 달러/원 급락세는 그간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서울환시 역내외 참가자들이 쌓아두었던 롱포지션이 청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외국인 주식 순매수까지 오후 들어 규모가 늘어나면서 시장 수급도 공급 우위를 보이며 달러/원 하락을 압박했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백신 접종 우려와 코로나19 재확산에 미국발 긴축 우려 완화 이슈가 수면 아래로 잠시 가라앉는가 했으나, 상하이지수 상승과 달러/위안 하락으로 다시 국내 금융시장은 리스크온 분위기가 살아났다"면서 "아울러 외국인 주식 순매수 확대와 역내외 참가자들의 숏마인드 강화로 달러/원은 1,120원선에 몰려 있던 저가성 매수세마저 모두 소화해내며 내려섰다"고 진단했다.
■ 15일 전망…연준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입장 재확인
오는 15일 달러/원 환율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하고, 내리막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 경제인협회 인터뷰에 나설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파월 의장은 긴축 우려에 대한 그간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고, 이를 위해 연내 금리 인상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날 연준은 베이지북을 통해서도 미 경제에 대한 진단을 내놓는다.
그러나 미 주식시장이 고점 부근에서 조정을 보인다거나, 미 국채 금리 상승에 따라 달러 약세 흐름이 꺾일 경우 달러/원의 상승 모멘텀이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예정돼 있다. 금통위는 연 0.5%인 현재 기준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B 은행의 한 딜러는 "국내 수출 경기는 호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소비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금통위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따라서 금통위 이벤트보단 연준발 인플레이션 입장이 대내외 가격 변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