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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아케고스

장태민

기사입력 : 2021-03-3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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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비아콤CBS Class A 주가 흐름...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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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뉴욕 주식시장의 다우지수는 29일 헤지펀드 이슈로 인한 금융주(-0.93%) 약세에 불구하고 보잉(+2.31%) 등의 강세로 3만 3천선을 사수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헤지펀드 아케고스(Archegos Capital Management) 사태에도 주식시장은 잘 버텼다. S&P500지수는 이날 오전 중 아케고스 이슈로 하락 압력을 받았지만 반발매수가 들어오면서 선방했다.

시장 전반에 미친 영향이 제한됐던 만큼 이 사태에 대해 일부 헤지펀드의 불운으로 치부하는 시각도 있고, 미래에 다가올 불길한 전조 아니냐는 평가도 보였다.

■ 블록딜

미국 현지시간 26일.

뉴욕 주식시장에서 190억 달러 규모의 블록딜이 나오면서 시장을 긴장시켰다. 누군가 마진콜을 당해 한국 돈으로 20조원이 넘는 대규모의 딜이 나온 것 아니냐면서 시장이 긴장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를 통해 딜이 진행됐다. 장이 열리기 전 중국 기업 바이두, 텐센트뮤직 등에 대한 주식 딜이 마무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중국 주식 하락을 감안한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미중 갈등이 다시 심해지면서 중국 기업들의 뉴욕 증권시장 퇴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블록딜은 시장 영향을 우려해 정규장 시간을 피하지만, 장중에도 대량 매물 소식이 들렸다. 중국 ADR 뿐만 아니라 비아콤CBS, 디스커버리와 같은 미국 기업들의 주식까지 매물로 등장했다. 이날 비아콤과 디스커버리는 27% 넘게 폭락했다.

이후 블록딜의 원인 제공자는 한국계 펀드매니저 빌 황이 설립한 헤지펀드 아케고스 캐피탈이라는 소문이 났다. 이 사건은 아케고스의 대규모 레버리지 투자가 실패해 마진콜을 당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바아콤CBS 주가는 22일 100.34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대규모 유상증가 계획 발표 이후 26일까지 4일 연속 속락했다. 급등하던 종목의 유상증자가 문제였다. 주가가 50달러 밑으로 순식간에 급락한 뒤 사람들은 다음 날 장을 지켜봐야 했다.

■ 반대매매

26일 190억 달러의 블록딜, 그리고 350억달러에 달하는 관련 기업 시가총액의 증발은 큰 충격을 줬다.

골드만삭스 창구에선 장전, 장중 총 3차례에 걸쳐 106억달러의 블록딜이 있었고 모간스탠리 창구에선 장중 40억달러씩 두 차례에 걸쳐 매매가 이뤄졌다.

미국 매체들은 월가의 큰손 중 한 사람인 빌 황을 주목했다. 투자은행들은 수수료 수입을 위해 빌 황에게 대규모로 돈을 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매체들은 아케고스가 골드만삭스 등 IB로부터 원금의 몇 배에 달하는 대규모의 레버리지를 일으킨 뒤 주식에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비아콤CBS 주가 폭락 속에 미중 관계 악화는 이 펀드에 치명적이었다. 중국 기술주 급락은 펀드를 더욱 궁지로 몰았다. 결국 돈을 빌려준 금융사들은 마진콜을 했다.

주가 급락으로 원금 손실 위험이 닥치면서 아케고스에 추가 증거금을 요구했으나 아케고스는 이를 마련하지 못했다.

금융사들은 블록딜을 통해 아케고스가 보유한 주식을 강제로 팔아치웠다. 또 금융사들이 손에 쥔 주식 매각대금이 빌려준 금액에 크게 못 미치면서 일부 금융사들은 대규모 손실을 떠앉은 것으로 전해졌다.

■ 빌 황

미국 매체들은 빌 황이 2012년 내부자거래 문제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그런 인물에게 금융사들이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제공해 문제를 만들었다고 했다.

빌 황은 미국 유명 헤지펀드인 타이거매니지먼트에서 큰 성과를 거뒀던 펀드매니저다.

헤지펀드 업계의 전설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줄리언 로버트슨의 애제자로도 불렸는 사람이다. 빌 황은 로버트슨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타이거아시아를 설립해 5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운용했던 큰손이었다.

하지만 타이거아시아가 2012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중국 주식을 거래한 것이 적발돼 차익을 몰수당하기도 했다.

이후 빌 황은 독자적으로 아케고스 캐피탈 매니지먼트를 설립해 패밀리 오피스 형태의 헤지펀드를 운용했다.

원금보다 훨씬 큰 돈을 빌려 레버리지 투자를 즐겨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롱숏 전략을 즐겨 구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 노무라와 크레딧스위스

노무라는 미국 고객사와의 거래과정에서 자회사 중 한 곳이 2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전날 도쿄 주식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다.

도쿄 시장에서 노무라 주가는 16% 급락했다.

크레딧스위스도 29일 고백했다. 미국 헤지펀드 고객 한 곳이 마진콜을 불이행한 탓에 1분기 중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했다.

유명 투자은행들의 수십억 달러 손실 소식에도 불구하고 그 여파는 제한됐다.

29일 S&P500지수는 3.45p(0.09%) 하락한 3,971.09를 기록해 보합 수준을 나타냈다. S&P500 11개 섹터 중 금융주는 0.9% 하락했다. 모간스탠리와 JP모간체이스가 2.6% 및 1.6% 떨어졌다.

■ TRS

아케고스는 대규모 레버리지를 일으켜 토탈리턴스왑(TRS) 등을 활용해 거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바이콜CBS, 바이두 등을 TRS 방식으로 거래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TRS는 총수익을 교환하는 스왑이다. 투자자가 프라임브로커와 스왑과 대출 계약을 체결한 뒤 운용지시를 하면 브로커가 거래를 수행한다. 기초자산 가격변동에 따른 수익과 손실은 투자자가 갖고 브로커는 수수료와 대출이자를 챙긴다. 브로커는 자산가격 하락으로 빌려준 돈이 위험해지면 투자자에게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마진콜을 하게 되고 투자자가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브로커는 투자한 자산을 팔아 돈을 회수하게 된다.

다만 프라임브로커가 이런 거래를 위해 중간에 SPC, 즉 특수목적회사를 세우면 외부에서는 실제 거래 당사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미국 일각에선 손실 규모가 더 클 수 있다면서 불안한 시선을 드러내기도 했다. 예컨대 크레딧스위스의 손실이 노무라 손실(20억달러)의 두 배에 달할 것이란 얘기, 아직 패를 보여주지 않은 금융사들이 있다는 얘기 등도 있다. 골드만삭스 등은 별 다른 피해가 없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투자규모는 우리돈 수십조원에 달해 예상보다 클 것이란 추론도 있다. 아울러 지난해 한국, 중국 등의 기술주가 폭등했을 때 아케고스 역시 큰 이익을 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펀드가 돈을 잘 벌자 브로커인 노무라 등 유명 금융사들이 돈을 더 빌려줬을 것이란 의심도 나온다.

여전히 아케고스와 관련해 나올 만한 스토리는 많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 평화와 여진

간밤 뉴욕 주식시장이 아케고스 사태에 별로 흔들리지 않자 찻잔 속 태풍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동시에 '숨어 있는 위험'을 살피게 되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라는 평가도 보였다.

노무라, 크레딧스위스 쪽에서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진 만큼 추가적인 소식도 확인할 필요는 있다. 일단 당장 시스템을 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진단이 우세해 보이며, 뉴욕 주식시장도 그렇게 반응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일은 아케고스의 디폴트로 끝나고, 시장 입장에선 찻잔 속 태풍으로 마무리될 듯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주가지수가 급등락하는 가운데 위험한 투자를 늘린 사람들이 많아 비슷한 류의 사건이 다시 나올 개연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아케고스 사태에도 뉴욕 주식시장이 평온한 모습을 보였으나, 추가적인 소식들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 주식, 암호화폐 등에 대한 투기적 거래들이 늘어 유사한 사례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늘 변동성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아케고스 사태는 탐욕의 산물"이라며 "일단 이 사건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기엔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 타이거펀드의 추억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타이거펀드는 SK텔레콤 주주총회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2천년이 채 시작되기 전인 1999년 타이거펀드는 SK텔레콤 주식을 팔아 1조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내면서 투자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통해 주가를 부양하고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들인 뒤 단기 시세차익을 올리는 전법을 구사해 큰 돈을 벌었다.

이 시기에 빌 황은 당시 고려대 장하성 교수와 인연을 맺었던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교수는 한국 기업들에게 지배구조개선을 요구하면서 활발한 시민단체 활동을 한 인물이다.

타이거펀드는 2천년대 들어 타이거아시아, 매버릭 등 여러 자회사로 나뉘어졌으며, 한국이나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빌 황은 아시아 시장의 큰손이었다.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하고 싶다는 애국심 담긴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었다.

빌 황(한국명 황성국)은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중간에 미국으로 건너가 UCLA와 카네기멜론을 졸업했다. 1990년 현대증권 뉴욕법인에서 일했으며, 1996년 타이거펀드에서 한국 투자 등을 담당했다.

2021년 들어 궁지에 몰린 월가의 한국계 큰손 빌 황이 다시 많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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