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FOMC)는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0~0.25%)한 뒤 정책의 긴축 전환을 섣불리 예상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일드 커브 컨트롤 등과 관련해선 별다른 힌트를 주지도 않았지만, FOMC는 점도표와 파월의 발언을 통해 금융시장을 자극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 점도표 인상시점 앞당기지 않은 연준...경제·물가전망 상향에 제로금리 유지
연준은 현재 월간 1,200억달러 자산매입 규모를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완전고용과 물가목표 달성을 위한 상당한 추가 진전이 있기 전까지 자산매입 규모가 유지될 것이라는 포워드 가이던스에도 변화를 주지 않았다.
장기채 매입 비중 확대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 등 자산매입에 대한 구체적인 시그널도 주지 않았다.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둔 회의였다.
대신 경기 상황에 대한 평가는 좋아졌다. 올해 미국 성장률이 7%를 넘어설 것이란 예상까지 나온 상황에서 연준은 기존 전망을 대폭 상향했다. 최근 재정정책이 크게 강화된 탓에 수치의 급격한 조정은 불가피했다.
연준은 올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3%p, 0.1%p 올리고 내후년은 0.2%p 하향조정했다. 미국의 성장률 전망은 이제 6.5%, 3.3%, 2.2%로 바뀌었다.
최근 1.9조 달러 경기 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한 가운데 작년 말부터 2.8조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부양이 이뤄지기 때문에 성장률 수치 상향은 불가피했다. 실업률은 올해 4.5%를 기록한 뒤 내년엔 3%대(3.9%)로 내려갈 것으로 봤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개선되는 가운데 물가 압력도 커질 것으로 봤다.
올해 핵심 PCE 디플레이터는 2.2%로 0.4%p를 상향해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후엔 2022년 2.0%, 2021년 2.1%로 목표치(2%) 부근에서 안정적으로 등락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경기 전망 속에 연준 위원들 다수의 금리 전망도 바뀌지 않았다. 당연히 올해는 17명 연준위원 모두 제로금리를 예상했다.
2022년에는 14명, 2023년에는 11명의 위원이 제로금리 유지를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급반등이 있고 내년에도 3%대의 성장이 예상되지만, 물가가 올해 반짝 오른 뒤 내년과 그 이후엔 중기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보면서 상당기간 금리 동결을 정당화하는 모습이었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율과 관련해 기존의 물가 하방 요인(약한 수요, 유가 하락)에 대한 언급을 삭제했다. 그런 뒤 2%를 계속해서 하회한다고 표현했다.
■ 섣불리 연준 정책변화 예상하긴 어려워
이러다보니 연준의 긴축 전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파월은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적인 스탠스와 함께 우려 요인들도 지적하면서 서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파월은 테이퍼링에 대한 질문엔 "시기상조"라면서 선제적으로 행동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일시적으로' 크게 상승하는 물가에 대해서도 여유있는 태도를 보였다. 일시적으로 오른 물가가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준에 못 미친다면서 연준은 2% 이상에서 완만한 물가상승을 원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성장률 상향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물가 흐름을 확인됐고, 2023년까지 제로금리 유지가 재확인됐다"면서 "연준의 통화완화 기조를 재확인하며 앞서간 금리 상승 및 정책 정상화 경계는 누그러졌다"고 평가했다.
하 연구원은 "경기 측면에서는 마찰적 부진 요인은 완화되고 기대 요인이었던 추가 부양책, 백신 보급에 따른 경제 정상화 가속화 등이 현실화되는 시점"이라며 "1분기까지 금리 및 정책 정상화 부담이 경기 회복을 웃돌았다면 2분기엔 경기가 우위에 있으며 투자심리 개선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변화를 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연준 차원의 입장이 재확인된 만큼 조기에 긴축으로 정책 기조가 선회할 것이라는 우려는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Fed의 통화정책 이벤트를 전후로 이번과 같은 '경계감 고조와 안도감 확인'과 같은 과정들이 반복될 여지가 크다"고 내다봤다.
■ 시장의 연준 스탠스 의심은 계속될 것
3월 FOMC는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누그러뜨렸고 시장을 흥분시키지 않는 수준에서 무난히 끝이 났다.
하지만 시장의 의심이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다. 최근 경기나 물가 상황을 볼 때 연준이 언제까지나 지금의 입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시장 일각에서 우려했던 2023년 점도표 중위값 상향이나 테이퍼링 관련 시그널은 없었다. 하지만 경기 상황은 시장금리 오름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힘을 실어주고, 따라서 향후 정책 정상화에 대한 의심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현재 완화기조 유지에 초점을 두며 경제와 물가전망 상향에도 전망에 의존하지 않는 실제 지표개선을 확인하면서 대응하겠다고 하는 신중론을 펼쳤다"면서 "하지만 올해 6%, 내년 3%후반에 가까운 성장률 개선, 그리고 물가 2% 상회, 4%대 실업률 전망은 연준의 통화완화 정상화 기대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를 지지한다"고 평가했다.
윤 연구원은 "하반기 테이퍼링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연말 정도에는 명확한 신호가 나올 것"이라며 "금리인상 시점도 기존 2024년 중반에서 2023년 연말로 당겨질 가능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며,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전망도 당겨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전망경로만 달성해도 성장과 물가 충격의 갭이 상당부분 메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미국채10년 금리는 장중 1.68%까지 상승하다가 FOMC 결정 확인 이후 1.62%까지 내려갔으나 결국 1.64%로 2.5bp 상승하면서 마감한 점 역시 이런 기대가 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국채30년 금리는 2.4%대로 4bp 상승한 반면 2년 금리는 0.14%로 1.2bp 하락해 연준 인내심은 장기금리 부담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결국 연준의 인내심 확인에도 불안심리가 유지되고 있으며, 시장은 높은 변동성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SLR 완화정도가 연장되면 미국채10년물이 1% 중반 수준에서 등락을 이어가다가 하반기 테이퍼링 이슈로 1.8%, 금리정상화 기대가 좀 더 당겨지면 2.0%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봤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기본적으로 경기 회복세가 금리 상승을 지지한다"면서 "연준이 서둘러 정책방향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경기와 물가 환경은 계속 연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시장의 연준 인내심 간보기는 계속될 것
금융시장이 연준의 완화적 스탠스를 확인했지만, 통화정책을 둘러싼 환경이 경기개선 쪽으로 잡힌 만큼 연준과 시장이 '서로의 입장 확인'을 계속해야 한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당분간 연준 정책 불확실성은 완화되지만 시장은 연준의 인내심을 지속적으로 테스트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시장에선 장기금리가 개선되는 경제전망과 통화정책 정상화를 반영하며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이란 예상이 많다.
최근과 같은 급속한 금리 상승은 제어되고 향후 금리 상승 속도가 완만해더라도 금리 레벨이 올라갈 것이란 부담은 여전하다. 결국 성장률, 고용, 물가 등 경제지표가 나올 때마다 연준의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
박 연구원은 "5월 중순부터 높은 인플레 데이터가 확인될 것이고 정부의 지원 및 집단 면역화로 취약부문 고용도 점차 회복될 것"이라며 "시장은 계속해서 연준이 얼마나 더 기다려 줄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당장은 금리 급등세가 진정되면서 현재 수준에서 쉬어가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채 금리는 조기 금리인상 우려가 완화되며 당분간 현재 수준에서 쉬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장기금리 상단은 기준금리의 최종목표 지점이 정하는데 현재 목표지점으로 형성된 레벨(1.625%, 기준금리 레인지의 중간값)이 한번 더 상향 조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