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는 최근 미국 장기금리 상승으로 유로존 장기금리 상승이 가팔라지자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우호적인 여건 조성을 지지한다면서 채권 매입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유로존 경기가 미국이 비해 좋지 않은 여건을 감안해 미국발 금리 상승 제어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연준은 ECB의 정책 대응을 하나의 변수로 고려할 수 있다는 지적들도 적지 않다. ECB의 완화정책이 연준 선택에 운신의 폭을 넓혀 줄 여지도 생긴 것이다.
다만 최근까지 연준이 '구체적인' 정책 대응에 대해 미온적이 태도를 보인 점, 지금의 금리 상승이 경기 회복을 반영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실제 액션이 나올 수 있을지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 ECB가 열어준 연준 운신의 폭
미국 연준은 ECB와 자주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지난주 ECB의 결정이 연준에 하나의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양적완화 규모에 변화를 주지 않더라도 2분기 중 물가 압력이 확대돼 금리 상승 위험이 큰 상황임을 감안해 연준 역시 일시적으로 채권 매입을 늘릴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기저효과 등으로 2분기 물가 급등을 다수가 예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채 매입을 줄인 만큼 장기채 매입을 늘리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터(OT) 등이 나타날 가능성도 무시하긴 어렵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ECB가 국채 금리 급등으로 통화당국 차원의 채권 매입 속도 강화를 언급했다"면서 "ECB의 결정은 연준에도 상당한 시사점이나 명분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ECB가 자칫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을 증폭할 수도 있는 채권 매입 확대를 시사한 것은 그 만큼 최근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고 지속성이 제한적인 사안임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현재 연준은 월간 국채 800억달러, MBS 400억달러의 최소 매입 한도를 유지하는 반면 매입 상한은 없다. ECB라는 선례를 통해 보다 강력한 금리 안정 조치의 명분은 확보된 셈"이라고 풀이했다.
■ 장기채 매입 확대 가능성 속 OT, YCC 힌트 가능성은
미국 장기채 금리 상승이 전세계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이번주 FOMC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ECB가 일시적으로 QE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뒤 연준이 채권 매입 강도를 높일 수 있을지 관심이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이 3월 FOMC에서 택할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는 현재의 QE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 경제의 강한 회복 징후,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과 이에 따른 역대급 국채 물량 공급, 2분기 코어 CPI가 2.5%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목격하게 될 물가 상승압력 등을 고려할 때 QE를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가장 나은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ECB의 정책을 감안할 때 연준이 좀더 채권 매입 강도를 높일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았다.
나 연구원은 "일정 수준에서 장기채를 무제한 매입해줄 수 있는 YCC 카드 등 추가 조치 가능성을 언급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이 경우 위험자산의 레벨업을 이끌어낼 여지가 높아지겠지만 동시에 원자재가격도 동반 상승할 개연성이 있다. ECB를 따라서 장기채 매입을 늘리는 OT 역시 연준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라고 밝혔다.
■ 연준, 금리 상승을 자연스런 경기회복 과정의 일환으로 본다면...
현재 경기회복이 자연스럽게 금리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나 미국 재정정책에 따른 수급 부담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주목하게 되면 YCC 등 강력한 정책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주 전만 하더라도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의 장기물 편입비중 확대, 혹은 2011~2012년 당시 시행했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의 재현을 기대한 바 있었다"면서 "그러나 수 많은 논쟁에도 불구하고 3월 FOMC에서 명시적인 대응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연준의 DKW 모델에 따르면 2월 중 10년물 국채금리 상승분 46bp 중 21bp 내외가 실질 기간 프리미엄, 14bp가 단기 기대인플레이션 기대에 기인한다. 금리 급등기였던 2월 12일을 기점으로 보면 실질 기간 프리미엄과 단기 인플레 기대가 36bp 상승분의 17bp와 11bp를 설명한다.
이 연구원은 "최근 주된 금리 상승 요인이 금리전망 불확실성과 수급 교란에서 비롯되는 기간 프리미엄이고, 그 본질은 지난 주 의회를 통과한 1.9조 달러 패키지 실행과 맞물린 재원 조달과 국채발행 물량 확대 우려에 있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동시에 민간의 물량 소화가 어려워 연준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라며 "하지만 1.9조 달러를 모두 신규 국채 발행으로 조달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3월 10일 현재 재무부가 연준에 현금 형태로 예치해 놓은 잔액이 1.3조 달러에 달한다"면서 "즉 6천억달러 내외만이 발행물량에 해당하고, 이 정도 규모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매월 800억달러의 양적완화를 통해 흡수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금리 급등이 두드러졌지만 금리 메리트 확대에 따른 외국인 수요, 예상보다 나았던 최근 미국채 입찰, 금융 환경이 크게 나빠지지는 않은 점 등을 감안할 때 연준이 더 지켜보려 할 수 있다는 진단도 보인다. 물론 금리 급등으로 여건이 나빠질 경우 연준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올 여지는 커진다.
나중혁 연구원은 "ECB를 계기로 연준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고, 1월 초 공개된 연준의 테이퍼링 관련 언급 이후 기대 인플레 상승이 맞물린 금리 급등에 연준이 이를 진정시키려고 할 수 있다"면서 "다만 경기회복 기대가 컨센서스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YCC 같은 공격적 카드를 제시할 이유는 크지 않다"고 풀이했다.
그는 "연준은 현재의 QE 유지에 방점을 찍거나 ECB를 벤치마킹해 2분기 중 일시적으로 장기채 매입 규모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 분위기 반전 기회 못 잡는 국내시장...FOMC 기대 한계와 도움의 손길 요청
이날 국내 시장은 지난 금요일의 손절 재연 분위기, 미국의 금리 상승 등으로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날은 국고10년물 입찰에 긴장한 뒤 장중 금리 상승폭을 확대했다. 최근 수급 요인으로 상대적 강세를 누리기도 했던 국고5년물 21-1 금리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입찰 앞두고 진행됐던 헤지 수요, 레벨 메리트로 접근하기엔 여전히 무서운 분위기, 추가 손절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장이 반전의 계기를 못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급이 여전히 꼬인 데다 FOMC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내놓는다고 기대하기도 어려워 상황이 진정이 안 되는 국면"이라고 했다.
매매자들의 수급에 엇박자가 나면서 시장이 예상보다 더 안정을 찾지 못한다는 진단들도 보인다.
B 증권사 딜러는 "지난번 장이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때 포지션을 더 늘린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못 줄이면서 수급이 더 꼬인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번주 FOMC 결과 확인까지의 시간도 짧게만 느껴지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자들 사이엔 여전히 당국의 가시적인 조치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C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은 예측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이런 상황이면 정부나 중앙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한은이 또 나서서 언제든 단순매입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지난 1번의 단순매입으로 장은 당연히 안정되지 않았지만, 계속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면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