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시중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해 10월 500억달러를 돌파한 뒤 꾸준히 불어나는 중이다.
지난해 11월 19일 기준, 527억 800만달러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2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하락세 가파른 원·달러 환율로 저가매수 수요 급증
달러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적립해놨다 출금하거나 만기가 되면 원화로 돌려받는 금융상품이다.
일반 예금처럼 이자 수익에 대해서는 이자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환율이 오를 때 달러를 팔면 발생하는 환차익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달러예금이 빠르게 불어난 건 원·달러 환율 하락에 저가매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유학생 자녀나 주재원 가족을 둔 실수요 고객들이 송금해야 하는 달러를 미리 사두거나 개인들이 환차익을 노리고 달러를 사들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원·달러 환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도 백신 개발과 미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 등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현상으로 가파른 하락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12월 4일에는 1082.1원까지 떨어지면서 2018년 6월 14일(1083.10원)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달러예금 잔액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0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기업의 달러 예금은 636억 7,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62억 9,000만달러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부진했던 수출입이 최근 회복되면서 기업들의 수출입 대금 예치가 늘어난 게 달러예금 증가로 이어졌다.
달러적금·보험 등 관련 상품 봇물…달러약세 지속될 경우엔 환차손 발생 우려도
싼 가격에 달러를 쌓아두려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관련 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9월 출시한 ‘일달러 외화적금’은 3개월 만에 가입계좌 수 3만좌를 넘어섰다. 이 상품은 1달러부터 1,000달러까지 횟수 제한 없이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으며, 5회까지 분할 인출도 가능하다.
가입 기간은 6개월이다. 가입 후 1개월만 지나도 현금 수수료 없이 달러 지폐로 바로 찾을 수 있고 지정한 환율을 알려주는 환율 알림 기능도 있다.
신한은행은 비대면 전용 달러 외화적금 상품 ‘썸데이 외화적금’을 출시했다. 1달러부터 1만달러까지 횟수에 제한 없이 입금 가능하고 자동이체 주기와 금액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적금 기간은 6개월부터 12개월까지 정할 수 있고 분할 해지도 최대 3회까지 가능하다. 특히 입금 시 최대 90%까지 환율 우대를 받을 수 있고 해지할 때는 현찰수수료 없이 외화 현찰로 찾을 수 있다.
DGB대구은행은 비대면 전용 외화적금 상품 ‘IM외화자유적금’을 내놨다. 미국 달러, 일본 엔화, 유로화로 개인 고객에 한해 통화별 1계좌씩 최대 3계좌까지 가입 가능하다.
원화로 외화를 매입해 적립할 경우 최대 70% 환율 우대가 적용되고 달러 기준 일일 최대 1,000달러까지 입금할 수 있다. 환율 알리미 서비스 신청을 통해 원하는 타이밍에 추가입금 거래도 가능하며 해지하지 않고 10회까지 분할 인출할 수 있다.
달러보험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달러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료 지급이 모두 달러로 이뤄지는 상품이다. 매달 내는 보험료는 환율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보험사 10여곳에서 달러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에만 KDB·DGB·신한·삼성생명 등이 달러보험을 출시했다. 외화보험 판매액은 2017년 3,230억원에서 2019년 9,690억원으로 3배 수준으로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7,575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달러 상품은 달러 가치가 오를 땐 환차익을 얻을 수 있지만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경우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달러보험의 경우 보험금 지급 시점이 특정돼 있고 장기 상품이기 때문에 계약 해지 말고는 환율 변동에 대처할 방법이 제한적이다. 달러 가치가 뛰었다고 중도에 보험을 깨면 환급금이 원금보다 적을 가능성이 있다.
환율에 따라 납입 보험료와 만기 보험금이 달라져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보험료 납입 시 환율이 상승하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확대되고, 보험금 수령 시 환율이 하락하면 보험금의 원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해외금리 수준에 따라서도 만기 보험금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 고객은 외화보험의 특성과 위험요인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지정인 알림 서비스 제도’ 등을 활용해 외화보험이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인지 명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