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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정책해설] 공정경제 3법-보기보다 복잡한 속사정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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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10-16 08:25 최종수정 : 2020-10-16 11:58

규제 3법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얼핏 보면 쉽게 그림이 그려진다. 정부와 여당은 무슨 수를 쓰든 반드시 처리하려 하는 것 같고 재계는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대개 그렇듯 실제는 단순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8월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을 담은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등 공정경제 3법이 심의·의결됐다.(사진=청와대)

규제 3법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은 상법 일부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금융 그룹 감독에 관한 법률안이다.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도 신설 ▲감사위원 분리선임 ▲3% 의결권 제한규정 개편 등이 골자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 ▲사익편취 규제 대상 확대 ▲전속고발권 폐지 ▲과징금 상한 상향 등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의외로 금융 그룹 감독법 제정안에 대한 반발은 크지 않다. 해당 법은 삼성, 현대차 등 금융계열사를 2곳 이상 보유한 복합 금융 그룹을 규제하기 위해 마련됐다. 업권별 규제 법안이 있는데 새로운 법을 추가하는 건 이중규제라는 반발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재계에서도 특별히 다른 의견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상의와 경총
우선 지난 9월 16일 발표한 경제단체의 '상법·공정거래법에 대한 경제계 공동성명'부터 보자. 이 성명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닫기허창수기사 모아보기),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손경식닫기손경식기사 모아보기), 한국상장회사협의회(회장 정구용), 코스닥협회(회장 정재송), 한국중견기업연합회(회장 강호갑)가 참여했다. 성명은 전경련이 주도했다. 눈여겨볼 사실은 대한상의는 없었다는 점이다. 공동성명에 상의는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이어서 지난 10월 7일에는 경제단체들이 경총회관에서 기업규제 3법의 국회 처리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의 부회장들이 참석했다.

공동성명에 참여했던 단체들이지만 정작 앞서 성명 발표를 주도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초대받지 못했다. 대한상의는 이번에도 빠졌다. 이 모임은 경총이 주도했다. 경총은 전경련이 참여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경총의 입지를 바꿔보자는 생각도 있다.

과거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는 전경련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까지 노사관계에만 목소리를 내왔던 경총은 이번을 계기로 입지를 확대하려 한다.

다른 생각, 다른 입장
주도권 문제 때문에 경제단체들이 일치된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규제 3법과 관련해 연합 전선을 편다고는 하지만 어느 단체가 회의 및 성명을 주도하는지에 따라 참여하는 단체들이 다르다.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의 위상이 약화한 뒤 사실상 재계의 ‘맏형’ 역할을 해 온 곳은 대한상의였다. 하지만 상의는 이번에는 다른 경제단체들과는 달리 독자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사실은 생각도 같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전략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경총 등은 입법 자체를 반대하지만, 상의는 대안 제시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총과 전경련 등이 기업규제 3법에 전면 반대하며 추진 자체를 보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 대한상의는 대안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기업규제 3법에 전면 반대하기보다는 문제점을 보완할 대안을 제시해 정부가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기업들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한다.

시각의 차이
중요하게 보는 문제도 다소 차이가 있다. 회원사가 다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재계가 가장 반발하는 부분으로 알려진 것은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려는 '3% 룰'이다. 경영자총협회의 손경식 회장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3% 룰’이라고 했다.

정부안은 감사위원 선임시 최대 주주가 특수관계인과 합해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의결권 제한을 무기로 투기 펀드들이 감사위원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선임하는 등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기업들 가운데 투기 펀드의 경영권 공격을 받아본 곳은 삼성과 현대차, 그리고 SK다. 경험이 없는 다른 곳들은 아무래도 이 문제에 관심이 덜하다.
상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이 문제와 관련해 대한상의는 이미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주요 입법 현안에 대한 의견에서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를 꼭 도입해야 한다면 투기 펀드가 이사회에 진출을 시도하는 경우는 대주주 의결권 3% 규정을 적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한편, 전경련이 특히 보고서를 만들어 특별히 반대 의견을 정부에 제출한 항목은 상법 개정안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및 집단소송제 도입 문제다. 전경련은 정부 입법 예고안이 통과될 경우 30대 그룹을 기준으로 소송비용이 징벌적 손해배상 8조3000억원, 집단소송 1조7000억 원으로 최대 10조 원까지 추가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삼성이나 현대차그룹이나 SK그룹은 현재 전경련 회원사가 아니다.

여당과 야당
정치권도 실상은 밖에 비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일단 여당부터 언론에 비치고 있는 것처럼 일치단결돼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반드시 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뜻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지도 않다. 물론 재계와 만나는 자리에서 이낙연 대표는 "법 시행을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는 건 어렵다."면서 단호한 입장을 드러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당 내부에도 찬성하는 의견과 비판적인 의견이 혼재한다.

법안 처리에 적극적이지 않은 데는 개정안을 주도하는 몇몇 의원들에 대한 불만도 있다. 청와대와 정부 역시 반드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사활을 걸고 있는 수준은 아니다.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반드시 이 시점에 필요한 법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꽤 있다.

법안 처리에 동의하고 있는 야당의 김종인 대표도 이런 정부와 여당의 내부 사정을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야당이 이를 반대한다면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되지 못하는 경우, 정부와 여당이 법안 처리실패의 이유를 오로지 야당의 책임으로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야당이 먼저 나서서 법안 처리를 반대해서는 안 된다는 김종인 대표의 생각은 이 때문이다. 야당이 법안 개정을 찬성해 준다고 해도 국회 처리는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시작된 대화
일단 공식적으로 여야의 완강한 반응을 접한 재계는 고민을 시작한 상태다. 법안 추진을 계속 반대만 할 것인지 아니면 일단 방향은 인정하고 대한상의처럼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인지 말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법안 추진을 막기는 어려워도 규제 강도를 약하게 해달라는 논의에는 진척이 있을 것으로 본다. 일단 대화가 시작된 만큼, 구체적인 대안을 어느 정도 제시할 수 있을지 그리고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김상철 경제칼럼니스트/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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