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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시장을 기습한 한은의 단순매입 발표

장태민

기사입력 : 2020-09-0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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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시장을 기습한 한은의 단순매입 발표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이 9일 오후 5시 국고채 단순매입을 발표하면서 금리 상승세가 진정되고 시장 분위기가 적지 않게 바뀌었다.

최근 수급 부담으로 금리가 크게 뛴 상황에서 한은은 연내 5조원 내외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발표했다.

그간 채권시장은 한은의 '시장 급변동시 언제든 개입 가능하다'는 한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실제 액션엔 적극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해왔다.

하지만 한은은 월말 단순매입을 공언하면서 단순매입 정례화에 다가선 뒤 이 단순매입과 별도로 금리가 급등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면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사도 피력했다.

한은은 연내 '5조원 플러스 알파'의 단순매입 구상을 알린 것이다.

■ 4차 추경은 한은 발걸음을 빠르게 했다

그간 한은이 '시장 불안시 언제든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시장은 한은이 단순매입에 크게 적극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전일 한은이 연말까지 5조원 수준으로 월말 정도에 단순매입을 실시하고, 시장 불안시 별도로 실시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한은의 의지는 보다 구체화됐다.

한은이 이 시점에 단순매입을 발표한 큰 이유는 4차 추경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7조원대 중반 수준의 4차 추경을 발표한 뒤 채권 물량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금리도 크게 올라오면서 시장에 수급 우려가 강화되자 한은도 공조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간단히 접근해서 7조원대의 추경에 따른 국채 발행을 감안해 한은이 연말까지 5조원 정도의 채권은 사준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나머지는 시장의 소화 능력을 지켜보되, 금리 급등 등 필요시 별도로 도와주기로 한 셈이다.

정부는 4차 추경을 통해 마련하는 재난지원금을 가급적 추석 연휴 전에 지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점 역시 현재 시점에서 한은이 나선 이유로 볼 수 있다.

시장이 더 큰 불안에 휩싸이기 전에 미리 안전장치에 대한 고지를 통해 분위기를 추스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한은은 금리가 1.6% 넘기 전에 나서는 게 낫다고 봤다

전일 국고10년물 최종호가수익률은 1.572%였다. 이달 1일 금리 급등 당시의 수준(1.582%)에 근접하자 한은이 단순매입을 발표했다.

국고10년이 1.5%대 후반 금리를 보인 때는 4월 27일(1.576%), 4월 28일(1.560%)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최근 금리 상승이 가팔랐음을 알 수 있다.

금리가 1.6%를 넘었던 시절은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 크레딧 우려가 작용하던 때는 3월 하순까지 되돌아가야 한다.

4차 추경, 내년 대규모 국채 발행에 따른 수급 부담, 공사채·은행채 등 각종 채권이 늘어날 수 있는 부담감 등이 공존하던 시장에서 한은은 금리가 1.6%를 넘기 전 일단 준비하고 있던 카드를 꺼내들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인식하는 금리 고점 영역은 국고 10년 기준으로 1.5%대"라며 "지난 8월말부터 10년 금리는 1.5%대를 꾸준히 상회하고 있고 한은도 금리가 1.5%대를 벗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추론했다.

공 연구원은 "최근 금리는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2차례 인하하기 직전인 3월 중순의 금리 고점인 1.57%에 근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금리인하를 통해 시장금리 안정을 꾀하려는 통화당국의 의도가 무색해질 수 있는 레벨까지 금리가 상승했다는 의미로, 이에 한은이 대응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시장에서 한은이 이런 식으로 단순매입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본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꽤 영민한 선택을 했다"면서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4차 추경으로 시장의 물량 부담이 커지고 금리 수준 역시 1.6%에 근접하면서 한은이 자연스럽게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 단순매입 호재에 국고10년 1.5%선으로...추가 강세룸 조심스러운 측면도

한은이 단순매입 재료로 이날 국고10년 금리는 장 초반 1.5%선 근처로 내려가면서 추가 강세룸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금리 하락이나 뉴욕 주가 급락에 따른 안잔자산선호 등 주변 분위기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금리가 다시 1.5% 아래에서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1.5% 아래까지 하단 테스트를 시도할 수 있다"면서 "최근 공급부담으로 10년 금리가 30bp 가량 급등했고 4차추경과 내년 늘어난 물량 부담을 녹이는 과정에서 한은 단순매입은 5~8bp 가량 시장금리를 안정시킬 수 있는 정도의 재료를 발표했다"고 평가했다.

윤 연구원은 "4차추경 7조원은 올해 남은 3개월 월평균 국고발행을 12.5조원을 14~15조원으로 늘렸으나 9월을 포함해 1.25조원씩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면서 "올해 추경으로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시기에 금리민감도와 3년과 10년 스프레드 기준 금리 민감도를 따졌을 때 1조원 당 1.5bp 내외 압력을 추산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은이 단순매입에 나섰다는 것은 시장 수급이 그만큼 만만치 않다는 의미이기도 해서 금리 레벨이 흥분해서 빠지긴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한은이 단순매입을 구체화한 것은 당연히 호재이며, 금리도 빠지고 있다"면서 "다만 최근 수급이 많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리가 1.5% 아래로 쭉 빠지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 한은 시장운영팀 '단순매입은 시기별 특징 감안해 실시..종목은 시장상황 고려'

권태용 한국은행 시장운영팀장은 "한은의 5조원 한도 단순매입은 9월부터 시작해 11월까지 월말에 정례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면서 "12월은 시기뿐 아니라 단순매입 수량에 대해서도 시장 상황에 맞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9월 입찰분은 추석 연휴를 피해 4째주에 입찰 등 다른 일정을 봐가며 실시 일자를 정할 수 있다고 했다.

9월 4째주 월요일엔 국고채와 통안채 입찰, 수요일엔 1조원 국고채 바이액과 통안 입찰 일정 등이 잡혀 있다. 5째주인 30일(수요일)부터 추석 연휴가 10월 4일까지 이어진다.

12월 연말은 통상 거래가 크게 줄어들고 국고채 입찰 물량 등도 감소한다.

권 팀장은 12월의 경우 특수성을 감안, "연말 북클로징 등 상황을 고려해 보면 12월은 중순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단순매입 대상 채권에 대해 한은은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권 팀장은 "미리 대상 채권을 정하진 않았다"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시장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지표로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전일 밝힌 대로 금리 급등 등 시장이 변동성에 휩싸일 때는 올해 단순매입 물량이 5조원을 웃돌 수 있다.

권 팀장은 "정례화된 5조원 이외에도 시장금리 급변동시에는 이와 별도로 단순매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장 상황에 따라 1.5조원 내외의 단순매입이 한번 정도 추가된다면 6~7조원 수준일 될 수도 있다.
종목에 대해선 투자자들마다 의견이 다르다. 시장 상황에 따라서 종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한은도 시장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더 짧은 쪽을 해달라는 쪽도, 긴 쪽을 해달라는 쪽도 있다.

C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일단 지표와 비지표를 고르게 하는 게 좋다"면서 "시장이 위급하면 지표에 무게를 두고 그게 아니라면 비지표에 무게를 두는 게 원칙 아니겠느냐"고 했다.

D 증권사의 한 딜러는 "한은의 이번 발표는 '기습적'이었다고 평가할 만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미국처럼 우리도 짧은 쪽을 많이 하는 게 옳은 방향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매입을 중·장기채만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면서 "우리는 콜과 3년이 40bp가 넘을 정도로 이 구간 금리가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 남아 있는 수급 우려...단순매입 한계도 감안

다만 단순매입의 한계를 거론하는 시각들도 적지 않다.

여전히 채권 공급이 늘어나는 환경 때문이다. 내년엔 본예산 기준으로 역대 본 적이 없는 규모로 국채가 발행된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순매입이 금리를 되돌림할 것이나 내년 국채물량 등 투자환경 부담은 여전하다"면서 "4차 추경 규모 7.5조원 내외와 내년도 173조원의 국고채 발행 계획을 감안하면 투자심리를 온전히 되돌리기에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또 내년엔 성장 및 물가 개선 등 악화되는 채권 투자 환경도 부담이라고 했다. 올해는 상반기에 75bp 금리 인하가 단행되는 등 채권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상당기간 지속됐지만, 이미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인 0.5%여서 내년엔 금리를 더 내리기도 만만치 않다.

아울러 한은 역시 단순매입 채권 선정에 따라 시장 영향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이를 감안할 수밖에 없다.

신 연구원은 "국고채 단순매입에서 만기 10년 이상 비중은 10%에 불과했다"며서 "비지표물 중기물 비중이 높았다는 점에서 장기물 수급 완화 효과는 크지 않았으며, 만기가 긴 국고채 매입의 증가가 아니라면 수급 완화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향후 한은의 단순매입 행태가 관건이나 증가 추세의 국고채 발행과 악화될 채권투자 환경을 감안하면 금리의 추세 변화로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또 단순매입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물량 부담에서 여전히 벗어나기 어렵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역대 유래없는 국채 발행 행진 속에 늘어난 장기물 비중 등을 감안하면 한은이 해결해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들도 상당한 것이다.

E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한은이 플러스 알파 단순매입도 공언해 분명 시장 안정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한층 불리해지는 채권시장 수급 구도에서 이 물량이 도움이 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또 한은이 단순매입을 하는 이 시즌에 이익실현을 하고 포지션을 방어적으로 정비하는 게 낫다는 관점도 제시된다.

F 증권사 딜러는 "어차피 여기서 기준금리 인하는 더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량은 늘어나고 내년 경기는 무조건 반등이 예정돼 있다"면서 "주변에서도 기회를 줄 때 이익실현을 하는 게 낫다는 식의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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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유진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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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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