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피해가 집중된 계층에 대해 맞춤형으로 촘촘히 지원할 수 있는 정책 과제를 조속히 마련함과 동시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4차 추경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4차 추경은 피해계층에 대한 충분한 지원, 사실상 전액 국채발행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7조 중반대 규모로 편성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그간 추진해왔던 3차 추경을 포함한 277조원 대책들의 잔여 재원이 현장에서 차질 없이 지원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재정 집행률 제고, 예비비 집행 등 자체적인 경기보강 노력을 강화해 나가는 한편 이번 4차 추경을 보태 소상공인 등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4차 추경안은 △ 특수고용형태근로자 등 고용 취약계층에 대한 2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지원 △ 매출 감소 소상공인에 대한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지원 △ 기존 정부지원 프로그램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생계 위기에 처한 저소득층에 대한 긴급생계비 지원 △ 돌봄 수요에 따른 아동 특별 돌봄 지원 △ 비대면 활동 뒷받침을 위한 통신비 지원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현금을 나눠졌던 2차와 추경 때와 달리 코로나19로 피해를 크게 입은 계층에 대한 지원이 목표다.
이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4차 추경(재난지원금)은 추석 전에 지원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조속한 추경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4차 추경 문제 없다는 쪽...이미 레벨에 반영 주장
최근 채권시장이 4차 추경 규모를 5~10조원 수준으로 예상한 가운데 정부는 5조원에 가까운 규모, 여당은 10조원에 가까운 규모를 주장했다. 이후 일요일 중간 지점에서 지원 규모가 결정됐다.
추경 규모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제거된 상황이지만, 시장의 소화력을 놓고는 의견이 적지 않게 갈리고 있다.
당초에도 10조원 이하면 해볼만한 하다는 식의 분석과 월 2조원씩만 늘어더라라도 부담이라는 식의 관점이 맞섰던 게 사실이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4차 추경에 대한 물량 부담을 반영해 금리가 이렇게 올라온 것 아니냐"면서 "실제 입찰을 봐야겠지만, 이 재료만으로 이 수준에서 크게 밀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오늘 미국 장 금리 급등으로 장이 좀 밀렸지만, 4차 추경 재료로 더 밀어붙이긴 어렵다"면서 "당초 10조원 가까운 수준까지 각오했던 점과 금리 레벨을 볼 때 앞으로 밀릴 때 저가매수가 힘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변동성이 이어지면서 장이 흔들릴 가능성은 있지만, 지금의 레벨에선 저가매수 지점을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부터 확보되는 일드는 '싸게 사는 기회'로 삼는 것을 추천한다"면서 "앞선 조정으로 적정 레벨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변동성은 유의하되 국내 채권금리가 절대 레벨을 확보한 만큼 저점 매수를 모색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C 증권사 관계자는 "단순하게 접근하면 월평균 2~3조원이 늘어나지만, 이미 각오한 물량인데다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에 추가 약세는 무리"라고 평가했다.
최근 국고3년이 1%, 국고10년이 1.6% 근처로 올라오면서 수급 부담이 반영된 만큼 레벨 메리트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현재 금리가 5월 금통위의 금리 추가인하 전인 4월말~5월초 수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와 있는 만큼 계속해서 수급 악재가 반영되기 어렵다는 진단들도 보였다.
■ 여전히 바이백 재원 활용 가능성 거론하기도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여전히 늘어나는 국채 발행을 바이백, 교환 등의 축소로 대응할 가능성을 고려하기도 한다.
D 증권사 관계자는 "4차 추경에 따라 늘어난 국채발행량을 바이백 물량 축소로 대응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 불확실성이 해소가 됐지만 수급 불안에 따른 약세가 어디쯤 멈출 수 있을지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환이나 바이백과 같은 시장 조성용 물량을 추경용 적자국채로 전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교환이나 바이백은 일반회계나 특별회계가 아닌 기금회계에 해당하고 기금회계는 기금 운영계획의 변경에 따라서 조정이 가능하다. 과거에 전용사례도 있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반회계와 기금회계는 원칙적으로는 구분되지만 추경을 편성할 때 교환, 바이백 물량을 전용했던 사례로는 2013년, 2015년을 꼽을 수 있다"면서 " 또 이와는 조금 다른 경우지만 기금 여유자금을 추경으로 편성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던 만큼 양 회계간 경계 구분이 아주 명확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문 연구원은 "올해 교환과 바이백 재원이 꽤 남아 있다. 2019년 12월 기재부 보도자료 기준, 본예산에서 올해 시장조성용 한도는 14조원이었다"면서 "이중 남아 있는 한도는 9.2조원(한도 14.0조-올해[바이백 2.7조+경쟁(교환용) 1.1조+바이백(교환용) 1.1조])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올해 바이백을 줄여 적자국채로 전용하고 내년 이후 적극적으로 바이백 상환 전략을 구사할 수는 있지만, 바이백이 만기도래 물량을 분산시키는 게 목적인 만큼 정부가 계획을 수정한다고 확신하긴 어렵다. 다만 기재부 국채과도 일단 좀더 진전되는 추경 이벤트 전개 상황을 보면서 시장 의견 등을 감안해 이 문제를 검토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연구원도 "내년 이후 국채 만기 도래와 관련해 연간 만기가 60조원을 넘으면 지금까지 사례를 봤을 때 상환에 다소 부담이 있었다. 다만 올해 이후 국채 발행이 기존의 관념을 뛰어넘게 늘어난 이상 만기 도래에 대한 부담도 다르게 봐야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물량 부담 다 반영됐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시각들
상반기에 비해 채권시장의 소화 능력이 떨어졌다고 보는 쪽에선 7조원대로 덧붙여질 물량이 만만치 않다고 보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중 비경쟁입찰(3년과 30년 비경쟁입찰 비중 11% 가정)을 포함해 14.3 조원의 국고채가 발행된다고 하더라도 잔여규모 33.9조원과 4차 추경 규모 7조원을 감안하면 10월 이후 월평균 발행 규모는 11.3조원에서 13.6조원으로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8월까지의 월평균 발행 규모 14.9조원에 비하면 감소하지만 최근의 악화된 채권투자 환경을 감안하면 소화에 부담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까지 채권시장이 무난하게 물량을 소화했다고 하더라도 연말로 갈수록 매수 여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나 금리인하 기대와 같은 물량부담을 중화시킬 재료가 없어 낙관할 수 없다는 진단도 보인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참가자들의 국채 순매수 여력도 크지 않다"면서 "현재 주요 기관 중 은행을 제외한 외국인, 기금, 보험, 투신의 8월까지 국채 순매수 규모는 이미 2019년 연간 순매수 규모를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E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물량은 예상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데, 향후 어떻게 될지 완전히 확신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F 증권사 딜러는 "물량을 7.5조원이라고 하면, 이는 예상치보다 적은 면이 있기 때문에 일단 충격이 제한적이긴 할 것"이라며 "하지만 월 2조원 이상 더 찍어야 하기 때문에 한은에서 조치가 없다면 발행 시 부담은 상존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물량 자체는 아주 많지도, 적지도 않아 애매한 면이 있다. 하지만 물량은 늘어나는 데 매수 강도엔 한계가 있어 향후 상황이 조심스럽다"고 진단했다.
■ 늘어나는 채권발행과 신경 쓰이는 정부 뉴딜 펀드
최근 수년간 100조원 내외의 국고채가 발행되다가 올해와 내년의 발행 물량은 대폭 늘어나게 된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내년 국채 발행한도는 본예산 기준 역대 최고인 172.9조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이는 대략 올해 4차 추경까지 다 합친 규모에 맞먹는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근 60년만의 '4차' 추경을 하면서 일단 국채를 대략 175조원 가량 발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매년 추경을 하다보니 내년은 또 얼마나 얼마나 추경을 할지 알 수 없다는 목소리도 들리는 실정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따라 향후 공기업 채권 발행도 늘어날 수 밖에 없는 데다 뉴딜 프로젝트와 관련해 국채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뉴딜 펀드가 일정부분 국채 투자의 대체재 역할을 하게 된다면 채권시장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에 5년간 총 16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재원은 국비 114.1조원, 민간자본 45.9조원으로 충원할 계획이다. 재원조달의 일환으로 20조원(공공자금 7조원+민간자금 13조원)의 뉴딜펀드를 매년 4조원씩 조성할 계획이다.
공모 뉴딜 인프라펀드 투자엔 2억원까지 9%의 저율분리과세를 적용하고 정부의 손실 부담 비율을 기존 10%로 하고 필요에 따라 추가 부담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투자수익률은 국고채 이자+α로 국고채 투자수익보다 높다.
뉴딜펀드의 경우 원금보장 효과가 작지 않은 데다 국고채 금리보다 높다는 점에서 국고채보다 투자 매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물론 매년 4조원 규모의 뉴딜펀드는 시장 규모에 비하면 크지 않다.
하지만 내년 국고채 발행이 증가한 데다 채권 투자 환경도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간과하긴 어렵다는 평가도 보인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뉴딜 펀드는 대규모 국고채 발행에 따른 민간부문 채권의 수요 구축을 감안하면 작지 않은 부담요인"이라며 "계속되는 채권발행 압력과 이에 따른 장기물 수급 부담 우려는 커브 스티프닝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