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통계청에 따르면 6월 광공업생산은 전월에 비해 7.2% 증가해 2% 남짓 상승을 예상하던 시장 전망치를 크게 상회했다. 이 수치는 2009년 2월(7.3%) 이후 가장 높은 것이었다.
전월비 수치가 급반등한 이유는 최근의 기저가 워낙 낮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 그리고 주요국의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생산 증가 때문이었다. 광공업생산은 4월 6.6%, 5월 7.0% 급락한 뒤 낮아진 기저 효과로 6월엔 크게 뛰었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비 2.2% 오르면서 3개월 연속 상승했다. 특히 지난 4월부터 일평균 주식거래대금이 20조원을 넘기면서 주식시장 붐도 서비스업 생산에 기여했다.
올해 1월만해도 일평균 주식거래대금은 11.9조원 수준이었으나 4월 20.8조원으로 20조원을 넘더니 5월(20.2조원)과 6월(24.2조원)엔 주식 거래가 더 늘어났다.
광공업생산, 서비스업생산의 반등으로 전산업생산은 올해들어 처음으로 '플러스'를 기록했다. 전산업생산은 4.2% 증가해 2006년 10월(4.5%)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 6월 산업활동, 대부분 지표에서 개선세
6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대부분 지표에서 개선세를 나타냈다.
광공업생산을 보면 1차금속(-1.1%)에서 감소했으나 자동차(22.9%), 반도체(3.8%) 등이 늘어 전월에 비해 7% 넘는 증가세를 견인했다.
통계청은 "자동차 생산이 크게 증가한 것은 주요국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수출 증가 및 내수 증가 영향이며 반도체는 서버용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재고는 전월 대비 1.4% 감소했으며, 제조업평균가동률은 4.9%p 상승한 68.3%를 나타냈다.
소비와 설비투자도 빠르게 올라오는 모습을 보였다.
소매판매는 2.4% 증가하면서 3개월 연속 개선세를 나타냈으며,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6.3%나 증가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소매판매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능가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통계청은 "소매판매는 승용차 등 내구재(4.1%), 의복 등 준내구재(4.7%), 화장품 등 비내구재(0.4%) 판매가 모두 늘어 전월에 비해 2.4% 증가했다"고 밝혔다.
설비투자는 정밀기기 등 기계류(4.7%) 및 자동차 등 운송장비 (7.2%) 투자가 모두 늘어 전월에 비해 5.4% 증가했다.
이에 따라 경기종합지수도 상승 전환하는 등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0.4p)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0.2p)는 5개월만에 상승 전환했다.
■ 산업생산과 미국·독일 지표 본 뒤 강화된 정부의 경기회복 자신감
6월 지표가 개선되자 정부도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3분기 경기 반등에 대한 자산감과 의지를 다졌다.
기획재정부는 "6월 산업활동동향은 생산지출 측면의 모든 지표가 개선되고, 경기지수가 상승하는 등 3/4분기 경기반등 가능성을 높이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특히 "추경·한국판 뉴딜·임시공휴일 등 정책효과가 더해질 경우 향후 경기 반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재부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미중 갈등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이 상존한다"면서도 "철저한 방역과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3/4분기 확실한 경기반등을 위해 가용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기재부 차관은 다른 나라의 2분기 GDP 부진 등을 거론하면서 국내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김용범닫기

차관은 "미국의 유례없는 적극적 정책대응, 독일의 탄탄한 경제구조와 양호한 방역성과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우리가 마주한 이번 코로나19 위기가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한국의 대응이 뛰어났다는 점을 거론했다.
김 차관은 "미국, 독일 결과와 동일한 기준에서 비교해 보면, 2분기 중 우리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얼마나 선방했는지를 수치로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미국은 5월부터 지역 봉쇄를 완화하고 연방정부가 부양책을 펼쳤음에도 수요 공백을 상쇄하지 못했다.
김희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미국경제 위축이 여실히 확인됐다"면서 "하반기 코로나19 재확산과 부양책이 주목되는 가운데 미국은 올해 6% 내외의 역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국의 6월 산업활동동향이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여주면서 정부는 경기 자신감을 높였다.
정부는 이번 데이터가 최근 경기 상황 개선과 함께 향후 전망도 나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경기 하락폭이 크면 반등폭도 커지는 것처럼 6월 지표의 일부는 4~5월 부진에 따른 기저 효과 영향을 받은 측면도 있고, 글로벌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점 등 불안요인이 있지만 정책 뒷받침을 통해 확실히 개선된 수치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김용범 차관은 "세계적으로도 이번 위기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지만, 앞으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3/4분기 확실한 경기반등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비상한 각오로 모든 정책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했다.
■ 2분기 GDP 부진과 6월의 반등..주목되는 하반기 경기 반등 강도
지난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GDP 속보치는 예상보다 부진했다.
당시 발표된 GDP 성장률 -3.33%는 1998년 1분기의 -6.8% 이후 가장 낮은 것이었다. 1분기 -1.3% 성장 이후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면서 기술적인 침체에 빠졌다.
분석가들은 예상보다 부진한 성장률을 확인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수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도 중국을 제외한 다른 주요국들처럼 최소 마이너스 성장은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었다.
물론 2분기 부진이 컸던 만큼 이 시기가 저점이라는 인식은 일반적이었다. 다만 향후 경기 회복 강도를 놓고는 정부와 민간 쪽이 적지 않게 인식이 갈렸던 것도 사실이다.
정책 수단과 의욕을 앞세운 정부는 바짝 성장률을 끌어올려 보겠다는 심산인 반면 민간 쪽은 2분기 바닥을 찍고 오르더라도 회복 강도에 한계가 있다는 봤던 것이다.
아무튼 6월 데이터가 예상보다 잘 나왔다는 점을 감안한 향후 경기 회복 강도에 대한 기대감도 약간 올라간 느낌이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6월 지표가 잘 나온다는 것은 상당부분 2분기 GDP 데이터에 반영돼 있었다. 예컨대 양호한 자동차 판매 등은 GDP에 녹아 있다"면서 "분기 기준으로 4월 데이터가 너무 안 좋았고 6월의 양호한 지표는 4월이나 5월에 비해 좋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6월 지표가 잘 나와 대략 10~20bp 정도 속보치의 상향 유인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봤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4~5월 부진했던 내수와 대외수요 개선세에 힘입어 6월에 회복세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반기 경기 개선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7월부터 주요국 경기 회복세가 완만하게 진행되는 측면에 연동돼 한국의 대외부문 회복세도 완만해질 수 있다"면서 "3분기 GDP 성장률이 전기비 2.3% 반등하면서 연간으로 -0.9% 수준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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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