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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비우량 회사채·CP 매입기구 출범...A급 회사채 기대와 두려움

장태민

기사입력 : 2020-07-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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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비우량 회사채·CP 매입기구 출범...A급 회사채 기대와 두려움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정부와 한국은행, 산업은행은 17일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기업자금조달 애로를 해소하고 자금시장 경색 차단 등을 위한 저신용등급을 포함한 회사채·CP 매입기구(SPV)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4월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 보고와 5월 20일 제4차 비상경제 중대본 의결을 거쳐 이날 발표를 통해 프로젝트를 좀 더 구체화한 것이다.
지난 7월 14일 산업은행은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를 설립했으며, 한국은행 금통위는 이날(17일) 선순위대출 8조원을 의결했다.

산은은 SPV 설립에 앞서 5월 20일 이후 총 3천억원 내외의 비우량채를 매입한 바 있다. 시장안정을 위한 이같은 선매입분은 SPV가 매입하게 되고 8월부터 본격적인 운용에 돌입하게 된다.

■ SPV, 채권매입은..14일부터 가동해 내년 1월 13일까지 6개월간

정부 출자를 토대로 한 산은의 SPV 출자(1조원), 산은의 후순위 대출(1조원), 한은의 선순위 대출(8조원)로 재원을 조성한다는 내용은 이미 밝혔던 부분이다.

SPV가 10조원 규모로 운용하되 시장 여건, SPV 운영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시 20조원까지 확대된 내용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시장 안정시까지 한시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SPV 설립 후 6개월간 증권 매입(7월 14일~21년 1월 13일)이 이뤄진다.

SPV는 원칙적으로 발행물을 중심으로 매입할 계획이지만, 시장 안정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유통물도 매입할 수 있게 했다.

SPV는 설립일로부터 4년간(2020년 7월 14일~2024년 7월 13일) 지속된다. 즉 매입기간 6개월, 자산보유기간 3년, 청산기간 6개월이다.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은 상법상 유한회사인 SPV의 이사회에서 수행한다. 기재부, 한은, 금융위에서 추천하는 민간 전문가 각 1명과 산은이 추천하는 민간전문가 1인, 산은 부행장 등 5명으로 구성된 투자관리위원회가 투자 가이드라인을 정한다.
그런 뒤 투자대상 선별, 투자 등 업무는 SPV가 산은에 위탁해 수행한다.

기업 자금조달의 어려운 점을 해소하는 게 목적인 만큼 비금융회사 발행 회사채와 CP를 중심으로 매입한다.

금융회사 발행 회사채·CP를 매입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여전사 회사채·CP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여력 확보, 여전채 시장 안정 등을 위해 필요시 다른 프로그램(채안펀드, P-CBO)에 준해 매입해 주기로 했다.

코로나로 인해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 등을 높은 게 목적인 만큼 당초 재무구조에 좋지 않았던 기업, 즉 이자보상비율이 2년 연속 100% 이하인 기업의 채권은 매입 대상이 아니다.

주로 투자등급 중 비우량채(A~BBB)가 매입 대상이다. 투기등급(BB) 중 코로나 여파로 등급이 일시 하락한 폴런 앤젤도 매입대상이다. 회사채는 만기 3년 이내, CP·단기사채는 만기 3~6개월인 경우 SPV에서 매입을 지원한다.

우량 회사채는 수요예측시스템을 통해 매입하고, 비우량 회사채는 시장 미매각 물량을 SPV가 매입한다. 필요시 비우량 회사채 매입 지원시에도 수요예측시스템 참여가 가능하다. CP와 단기사채는 발행물을 매입한다.

또 SPV가 시장 투자수요를 구축하지 않고 시장조달 노력을 유도하도록 시장금리보다 낮지 않은 적정 금리수준으로 매입할 계획이다.

지난 5월 금융당국은 SPV의 매입 금리를 신용등급별로 차별을 두되 최대 100bp 이내로 부과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국 관계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선 좀더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 A등급 위주의 SPV 포트폴리오

SPV 재원은 일단 3조원 규모로 조성한다. 출자(산은) 1조원과 대출 2조원(한은+산은)으로 구성된다.

다음주 2조원의 대출에서 산은 후순위 대출과 한은 선수위 대출의 비중은 1:8로 한다. 따라서 2조원의 대출 중 한은이 1.78조원을 대출한다.

나머지 7조원은 향후 캐피탈 콜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한은은 캐피탈 콜 방식으로 4차례에 걸쳐 SPV에 8조원까지 대출할 수 있다.

한은이 SPV에 빌려주는 돈의 금리는 대출취급일 직전 5영업일간의 통안1년물 금리와 기준금리의 차이로 한다. 현재 이 스프레드는 10bp 남짓한 수준이다.

대출실행 기한은 SPV 설립일인 7월 14일 이후 6개월간이며, 대출기간은 취급일로부터 1년 이내다.

대출에 대한 담보는 SPV 전체 자산이다. 즉 한은은 SPV가 보유한 회사채·CP, 한국은행 당좌예금 및 산업은행 수납관리예금에 대해 근질권을 설정한다. SPV는 대출실행일에 대출금에 상당하는 어음을 발행해 한국은행에 제공한다.

대출금 회수는 만기 일시 상환으로 하되, 중도 상환도 가능하게 했다.

포트폴리오의 신용등급별 비중은 AA 등급(A1 등급 포함) 30% 이상, A 등급(A2 등급 포함) 55% 내외, BBB 등급 이하(A3 등급 포함) 15% 이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SPV 설립 6개월후 시점에서는 이 비중을 준수하도록 규정했다.

BBB 등급 이하 규정엔 4월 22일 이전 BBB등급 이상이었으나 이후 BB등급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도 포함한다.

정부, 한은, 산은 등 유관기관이 협의를 거쳐 SPV의 신용등급별 적정 매입 비중을 설정하게 되지만, 대체로 포트폴리오는 우량채 30%, 비우량채 70% 수준으로 관리한다.

한은은 개별 회사채와 CP, 그리고 포트폴리오 전반에 대해 리스크 평가를 하게 된다.

■ 비우량 회사채 발행 어려움 여전

SPV가 24일부터 회사채 매입에 돌입하는 가운데 시장에선 비우량채 투자 여건이 얼마나 개선될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6월 AA 이상 회사채 수요예측참가율은 333.7%였다. 이는 작년 6월의 357.9%보다 낮은 것이지만, 우량채들의 발행여건은 개선됐다.

이에 반해 A급의 경우 수요예측참가율이 작년 6월 477.2%에서 232.1%로 떨어졌고 BBB이하는 353.3%에서 178.0%로 하락했다.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는 소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AA급과 A급 이하의 온도차가 심한 가운데 비우량등급은 미매각 우려가 여전하다.

여기에 기업들 실적에 대한 우려 속에 신용등급 하락이나 등급 전망의 하락도 이어졌다.

이성재닫기이성재기사 모아보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회사채 수요예측에선 적정 가격에 대한 고민이 큰 가운데 발행시장의 기업별 온도차도 극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업종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고 비우량물 시장에 신용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최근 발행 상황을 보면 이런 점이 잘 나타난다.

GS EPS(AA-)는 수요예측에서 1,500억원 모집에 9,100억원이 몰렸고, 결정금리 역시 -28~-9bp로 성공적인 발행을 마쳤다.

반면 HDC현대산업개발(A+)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로 등급하향검토(Watch List)에 등재돼 있다. 등급하향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발행시장 수요예측에서 3,000억원 모집에 경우 110억원만이 참여했고, 결정금리는 100 ~ 120bp를 기록했다.

대우건설(A-)은 수요예측에서 1,000억원 모집에 550억원만이 참여해 미달을 기록했다. 발행금리는 2년물은 3.60%, 3년물은 3.80%다. 개별민평대비 2년물은 134bp, 3년물은 118bp 높았다.

이번주 진행된 현대일렉트릭(A-)의 경우 수요예측에서 750억원 모집에 80억원이 참여해 미달을 기록했다. 발행금리는 2년물 3.80%, 3년물 4.00%를 기록했다. 대우건설처럼 개별민평대비 2년물은 135bp, 3년물은 121bp 높았다.

전반적으로 A급 이하, 그리고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 본격 가동 준비하는 회사채·CP 매입기구..비우량 회사채 상황개선 기대 속에 숨어있는 두려움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가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향후 시장 여건이 추가로 악화될 경우에 이런 조치가 완충장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기획팀 박동민 과장은 "이번 대책의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비우량 등급을 중심으로 발행여건이 개선되고 스프레드 축소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사채 등급이나 신용채권 종류별로 온도차가 상당히 컸던 가운데 당국의 지원이 시작되면서 일단 상황악화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엿보인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이번 대책으로 회사채 양극화 현상이 일부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저등급 채권 발행은 물량이 크지 않지만, 유찰될 경우 실패에 따른 평판 악화 등으로 계속해서 악순환을 겪었다"면서 "일단 이번 대책이 기본 수요는 깔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 향후 상황이 좀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비우량 시장에선 저신용등급 회사채·CP 매입기구와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시장 안정을 위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채안펀드가 '적은 금액'만으로 우량물 시장을 진정시켰던 것처럼 당국의 이번 조치가 비우량 시장에 단비가 될 수 있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이성재 연구원은 "저신용등급 회사채·CP 매입기구의 설립 자체만으로도 A급 이하 비우량물에는 가뭄의 단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채안펀드의 경우 최대 20조원 규모로 조성됐으나 현재까지 집행된 규모는 3조원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AA급 이상 시장은 안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금의 실제 투입 여부와 규모뿐만 아니라 투입 여력이 마련됨에 따라 투자심리 개선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회사채·CP 매입기구가 비우량물 신용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A급 이하 회사채 시장 상황이 심각한데다 시스템을 잘못 운영하다가는 시장에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보인다.
금융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 A급 들고서 떨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수요예측 안하기를 기도한다"면서 "수요예측해서 금리가 높게 형성되면 기존 보유물들 가격이 폭락해서 엄청나게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어려운 데 뜻하지 않게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는 문제다. SPV가 미매각 난 채권 실링에 수수료를 많이 붙여서 받으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면서 "그런 식이면 수요예측 들어가는 사람들도 같은 금리에 받고자 할 것이어서 누가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다들 떨이 가격에 받고 싶어하면 문제가 커진다. 수요예측을 평가에 반영하는 것 역시 문제가 많다. 수요예측을 하는 채권들만 엄청나게 터지는 불합리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여전채는 수요예측 시스템이 아니어서 잘 버티는데, 회사채 투자만 피해를 보는 불합리한 경우 등 생각해 볼 문제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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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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