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15일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20원 내린 1,20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승 하루 만에 반락이다.
이날 달러/원 하락은 미 금융시장 마감 직후 전해진 코로나19 백신 관련 호재성 소식이 촉발했다.
미 제약사인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이 2차 임상에서 시험대상자 45명 전원에 항체를 형성했다는 긍정적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관련 기대는 경기 회복 가능성에 더욱 힘을 실어줬고, 미 어닝시즌 기업들의 실적도 실제로 개선된 모습을 보이자 금융시장 전반에는 리스크온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달러/원 추가 하락에 발목을 잡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홍콩보안법 관련 개인들의 미국 자산을 동결하는 행정명령과 중국의 홍콩 통제 강화와 관련한 기타 조치들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홍콩으로의 수출 면허 예외 조항 삭제 및 홍콩 여권 소지자에 대한 특별처우 조항 폐지가 포함됐다.
이에 맞서 중국도 미국 개인과 단체를 제재하겠다고 경고하며 미중 갈등이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중 갈등 고조로 상하이지수는 반락했고, 달러/위안도 반등하며 시장에 리스크온 분위기도 점차 옅어졌다.
서울환시 마감 무렵 역외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6.9974위안을 나타냈고, 달러인덱스는 전장보다 0.11% 내린 96.15을 기록했다.
■ 코로나19 위협 감소+ 外人 주식 순매수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가능성에 더해 국내 신규 확진자 감소도 서울환시 달러/원 하락에 촉매 역할을 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보다 39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근 50~60명대 신규 확진자가 이어진 데 비해 절반 가량 확진자가 줄어든 것이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2천739억원과 39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A 은행의 한 딜러는 "백신 개발 가능성과 신규 확진자 감소로 코로나19 위협이 완화되고 경기 회복의 기운이 감돌자 외국인 투자자들의 셀코리아가 진정된 모습"이라면서 "미중 갈등이 제기됐지만, 국내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로나19 완화 재료에 좀 더 무게를 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16일 전망…中 성장률 기대 속 미중 갈등 주목
오는 16일 달러/원 환율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가능성과 함께 중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기대 속 1,200원선 하향 이탈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주식시장이 백신 개발 관련 희소식에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중국의 2분기 GDP 개선이 확인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은 리스크온 분위기가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13일 중국 경제인들과 만나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해 2분기 GDP 개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B 은행의 한 딜러는 "중국의 GDP 개선 기대와 미 어닝시즌 실적 호조 등이 겹치면 금융시장은 당분간 리스크온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미중 갈등 속에서도 달러/원 역시 1,200원선 하향 이탈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k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