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펀드의 자금 흐름을 집계한 결과 이날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 961개의 설정액은 최근 1개월간 3조2509억원 증가했다. 최근 3개월 순유입액(1조8968억원), 6개월 순유입액(2조7153원), 1년 순유입액(2조2363원)을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또한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에 806억원이 유입된 것과 비교했을 때 40배가 넘는 자금 쏠림 현상이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폭락하는 국내 주식시장을 매수 타이밍으로 인식하고 ‘저점매수’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펀드 유형별로는 인덱스 펀드에 무려 3조2270억원이 유입됐다. 액티브 펀드에는 239억원이 들어왔다.
최근 1개월간 자금 유입 규모가 큰 상품은 'NH-Amundi코리아2배레버리지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 '교보악사파워인덱스증권투자신탁 1(주식-파생형)'으로 각각 4200억원, 1435억원이 순유입됐다.
‘NH-Amundi1.5배레버리지인덱스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 ‘KB스타코리아레버리지2.0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운용)’, ‘미래에셋코어테크증권투자신탁(주식)’ 등이 각각 744억원, 664억원, 496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다만 국내 주식형 펀드 내 대량의 자금 유입에도 불구하고 최근 코스피지수가 1700선까지 후퇴하면서 관련 수익률은 매우 저조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은 –22.40%로 맥을 못 췄다. 액티브 펀드 평균 수익률은 –20.73%, 인덱스 펀드 평균 수익률은 –23.22%로 모두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펀드 손실 확대에도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이유는 최근 폭락장이 지속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을 저평가된 ‘저점’으로 간주하고 매수를 진행하기에 매력적인 영역에 위치한 것으로 판단한 까닭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코로나19로 증시가 폭락하는 와중에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시장에서만 10조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수했다. 특히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7 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가며 4조7796억원을 사들였다. 이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13.98%, 18.35% 하락한 것과는 대비가 되는 대목이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한국 주식시장은 어떤 위기와 견주어봐도 낮은 상태에 머물고 있다”라며 “지금 한국 주식시장이 지나친 저평가 상태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최근 국내 주식시장은 극도로 저평가된 수준 그 자체만으로도 투자 유인을 제공하고 있다”며 “저점 매수를 진행하기 매력적인 영역에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향후 코로나19 사태의 불확실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투자자들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조언 또한 나온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경험적으로 급락한 이후, 반등하는 구간이 시장의 난이도가 가장 높은 구간”이라며 “그 이유는 펀더멘탈이라는 논리가 아니라, 낙폭과대와 수급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요인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따라서 이 구간에서는 불필요한 베팅보다는 진정된 이후를 생각한, 그리고 평소 가지고 있던 가치와 철학을 지키기 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승빈 기자 hsbrobin@fntimes.com